아버지 묘에 여성 유골함…'명당' 기운 받으려 파묘, 혼외자 행세한 남성

('탐정들의 영업비밀')
('탐정들의 영업비밀')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이른바 '명당' 미신을 믿고 남의 아버지 묘에 어머니의 유골함을 몰래 넣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에서는 의뢰인 A 씨가 "누군가가 명당이라고 알려진 아버지의 묘를 파헤쳐 모르는 유골함을 넣어놨다"며 탐정단을 찾아왔다.

A 씨는 고향 선산에 모셨던 아버지의 유골을 봉안시설로 이장하기 위해 파묘하던 중 문제의 유골함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근방에 CCTV가 없고, 범행 시점도 특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골함의 주인은 A 씨 가족과 전혀 관련 없는 50대 후반 여성이었다.

탐정단은 전국의 봉안당을 수소문한 끝에 6개월 전 유골함 주인의 아들이 해당 유골함을 회수해 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탐정단은 유골함에 적힌 사망일을 토대로 10일 뒤 첫 기일에 그 아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파묘의 범인인 남성은 A 씨와 대면한 자리에서 "난 당신 아버지의 혼외자다. 죽어서라도 아버지 곁에 묻히고 싶다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씨의 어머니는 "어차피 화장해서 봉안당에 모시기로 했으니까 같이 봉안해 드리겠다"며 마무리 짓자고 했다. 그러나 남성은 "그건 곤란하다. 원래대로 그 땅에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를 묻게 해달라. 어머니가 바라신 건 그거다"라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결렬됐다.

이에 탐정은 '배다른 형제'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이 A 씨의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돼 의구심이 더해졌다. 남성과 A 씨의 아내는 와인 모임에서 활동하며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는 "실수였다. 집에 혼자만 있으니까 외로웠다"라고 사과하면서 "그 남자가 파묘 범인인 줄 몰랐다"고 억울해했다.

알고 보니 파묘 범인은 A 씨의 아버지 묘가 명당이라는 정보를 우연히 입수하고, 묫자리를 알아내기 위해 A 씨의 아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알아낸 A 씨 아버지의 묘에 어머니 유골함을 첩장했다. 범인은 "첩장한 이후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상 쓸모없던 엄마가 이제야 도움 된다"라며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최근 외제 차까지 뽑기도 했다고.

그러면서 "근데 우리 엄마 유골함 파였다. 아직 매출은 괜찮은데 언제 명당 기운 빠질지 모르니까 찝찝하다. 빨리 유골함을 다시 묻어야 하는데"라고 토로했다.

이후 파묘 사실이 들통나자, 범인은 A 씨의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와 내연 관계였던 것을 이용해 혼외자 행세까지 한 것이다. 결국 거짓말이 탄로 난 범인은 분묘 발굴죄로 처벌받게 됐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