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정서' 담긴 '미드'라니…강렬한 울림 '파친코' [OTT 화제작]
자이니치(재일교포)의 삶 본격적으로 다룬 글로벌 OTT 드라마 '파친코' 리뷰
대배우 윤여정, 신예 김민하·진하 빛나는 연기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파친코'의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1910년대 한국에서 출발해 1989년 일본까지, 역사의 굴곡진 소용돌이를 버텨낸 선자에서 '자이니치'(재일교포)의 현실을 깨닫는 손자 솔로몬까지 '파친코'는 강인한 '생'을 유지한 강렬한 '삶'을 그린다.
25일 공개되는 글로벌OTT 플랫폼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상화한 것으로,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수휴가 드라마 각본을, 코고나다와 저스틴전이 연출을 맡았다.
◇ 관객을 역사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로…'파친코'의 강렬한 이야기
1910년대 선자의 출생과 굴곡진 삶, 그리고 일본에 건너가 견뎌낸 삶과 그가 지킨 '가족'의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수십년을 오가는 시간의 흐름과 조선에서 출발해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는 방대한 공간적 배경을 다루면서 이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낸 선자 그리고 선자의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룬다.
25일에 공개되는 3회까지는 원작 소설의 초반부에 해당된다. 후사를 이을 수 없을 것이라던 선자의 아버지가 딸을 낳고, 그렇게 부모의 헌신 속에 성장한 선자가 가족을 지키고, 선자가 일제강점기의 힘겨운 시대를 살면서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고 키운다. 선자는 그 자체로 삶이자 생명이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 뱃속 아이를 지키고, 아픈 이삭을 살리고, 또 시련을 버텨내는 힘. 선자의 삶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소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선자의 삶을 함께 했다면, 드라마 '파친코'는 과거의 선자와 현재의 선자 그리고 선자의 손자 솔로몬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을 취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 건너가는 선자, 그리고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이라는 나라에 익숙해 자란 솔로몬의 삶이 대비되며 이야기는 더욱 강렬해진다. 자이니치 1세대 그리고 3세대의 삶,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방인의 경계에 서있다는 점에서 꼭 겹쳐보이기도 한다.
◇글로벌 OTT가 그린 한국과 일본의 역사 그리고 '자이니치'
1000억원대 제작비로 만들어진 '파친코'는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한다. 1910년대의 부산 바닷가 마을과 당대를 살아낸 인물들의 현실을 그대로 화면에 풀어놓는다. 먹으로 그린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그 내용이 1900년대 초의 한국이라는 점이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남다른 감상이 된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만 사실적으로 담아낸 게 아닌 시대를 삼킨 '한의 정서'가 시작부터 끝까지 이 작품을 감싸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각본을 쓴 수휴는 작가진이 집필 과정에서 '한'과 '정'을 작품에 녹이려고 했다. 수없는 시련 속에서 뼈에 새긴 '한', 그럼에도 따뜻한 '정'을 잃지 않는 인물들이다. 이 정서에 익숙한 한국 시청자들에게 뭉클하지만, 가족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국적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시청자들에게도 무리없이 닿을 만 하다.
순차적으로 공개될 4화부터 이야기에서 선자의 삶이 더욱 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선자의 가족 그리고 고한수의 서사도 자세히 공개될 예정.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견뎌낸 인물들의 삶이 그려지는 가운데, 이 작품은 한국과 일본 그 경계에 선 자이니치의 삶을 본격적으로 그린 글로벌OTT 플랫폼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수많은 화두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등장할 더욱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더 많은 인물들의 삶이 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작품을 넘어선다.
'파친코'가 그리는 역사적 사건과 배경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반향을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글로벌OTT 플랫폼을 통해 이룬 K콘텐츠의 성과에 집중된 관심이, 콘텐츠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로 더욱 깊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 대배우 윤여정, 그리고 신예 김민하와 진하
'파친코'를 채운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한국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하며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윤여정이 노년의 선자를 맡아 '파친코'의 중심을 잡는다. 눈빛만으로도 선자의 굴곡진 삶을 그려내는 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한류스타 이민호가 고한수 역할을 맡았다. 젊은 선자(김민하 분)와 인연을 맺게 되는 그 역시 선자와는 다른 결의 이방인을 그린다. 초반부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만한 장면은 많지 않으나, 기존의 '미남배우'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옷을 입었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안긴다.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의 진하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한국계이며 일본에서 성장했고 미국식 생활이 익숙한 인물의 배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깊은 감정연기까지 그려 작품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배우다.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는 붓으로 그린 듯한 얼굴선과 독특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위태로우면서도 강인한 선자의 삶을 그린 그는 '파친코'의 강렬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을 보여준다. 또 담담하게 선자의 곁에 함께 하는 백이삭 역의 노상현도 엔딩 크레디트에서 이름을 찾게 되는 배우다.
분량이 많지 않지만 어린 선자 역의 전유나, 선자의 어머니 양진 역의 정인지의 연기력도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파친코'의 초반부에 등장해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어 당기는 강한 힘을 가졌다.
'파친코'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25일 애플TV를 통해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원작 소설과 비교해보며 보는 재미는 물론, 더욱 묵직한 감동을 전할 드라마만의 새로운 이야기와 구성도 놓치지 말길.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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