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와 아가씨', 지현우가 또! 기억상실이라고요? [RE:TV]

'신사와 아가씨' 캡처 ⓒ 뉴스1
'신사와 아가씨'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개연성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무엇을 위한 기억상실증일까. '신사와 아가씨'의 남자주인공 이영국(지현우 분)이 또 기억을 상실했다. 이번에는 기억을 잃었던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단다.

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신사와 아가씨'(연출 신창석 극본 김사경)에서는 22세 청년 이영국(지현우 분)에서 다시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영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이영국은 3개월 전 산에 갔다 사고를 당한 후 기억 상실증에 걸려 22세의 청년 이영국으로 돌아갔던 상황. 사고 직전 그는 박단단(이세희 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잃게 되면서 박단단과의 사랑도 잊어버리게 된 이영국은 기회를 틈 타 자신의 연인 노릇을 하는 집사 조사라(박하나 분)가 원하는대로 약혼식까지 치렀다. 기억을 잃은 중에도 박단단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기억을 잃기 전 자신과 약혼한 관계였다고 우기는 조사라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불현듯 이영국의 기억이 돌아왔다. 이영국은 기억이 돌아오는 즉시 박단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고, 두 사람은 찻길을 두고 마주 서서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조사라는 모든 것이 들통나버려 절망한 사이, 이영국은 박단단의 앞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기절하고 말았다.

병원에서 깨어난 이영국은 22세 때로 돌아갔던 자신의 지난 3개월을 깨끗이 잊고 말았다. 그에게는 3개월 전 산에 올라가던 날까지의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 조사라는 다시 거짓말을 계획했다. 집 앞에 찾아와 "조실장 똑바로 말하라, 내가 기억하는 조실장과 나는 서로 특별한 사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결혼할 사이로 둔갑했느냐, 혹시 기억 잃은 나랑 약혼하려고 사람들과 고 변(호사)에게 거짓말 한 건가"라고 따지는 이영국에게 오히려 지난 3개월간 자신과 이영국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또 한 번 우긴 것.

'신사와 아가씨' 캡처ⓒ 뉴스1

이영국은 "말도 안 된다, 내가 조실장을 좋아했다고"라며 망연자실 했고, 조사라는 "큰사모님이 나를 부르셨다, 기억 잃고 모든 게 엉망이 됐다고 꼭 좀 도와달라고 그래서 달려갔다, 아픈 회장님 걱정, 애들에 대한 걱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일만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그런데 22세의 회장님은 먼저 나에게 다가와주셨고, 진심으로 날 사랑해주셨고 그러더니 청혼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라는 이영국이 혼란스러워 하는 틈을 타 "예전부터 회장님 좋아했다 그런데 회장님이 날 좋아한다고 하시니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약혼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장님이랑 이전부터 사귀었었다고 회장님이랑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그래서 거짓말 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이렇게 나눠 낀 약혼 반지는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냐,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 앞에서 약혼식 한 건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냐"며 "회장님이랑 나, 우리 단둘이 같이 섬에도 놀러가고, 별장에도 놀러가고, 우리 정말 사랑했다,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우리 약혼하게 된 거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영국은 "알겠다"며 조사라의 집을 떠나 와 박단단과 만났다. 그는 차마 박단단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박선생 미안하다,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나 조실장이랑 약혼하는 거 보면서 박선생이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사과했다.

박단단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회장님은 왜 조실장님이랑 사귀면서 이 나무에 손수건을 걸어두고 내 마음을 받아주셨나, 다른 여자 만나면서 내 마음 받아주면 안 되는 거다, 회장님 바람둥이냐, 내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따졌다.

이영국은 "나는 그때 조실장과 사귄 적 없다, 박선생 마음 가지고 장난친 적 없다"면서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할 수 있다면 지난 3개월을 다 되돌려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 앞에서 약혼을 하고 무책임하게 나몰라라 할 수 없다, 조실장과 약혼한 건 현실이고 지금 그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약혼한 사람도 나고 이 상황을 책임져야 할 사람도 나다"라며 타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단단은 결국 사의를 표명하고 이영국과 아이들을 떠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영국의 아들 이세찬(유준서 분)이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었다. 울면서 방에 돌아온 이세찬은 "그렇다면 난 우리 선생님 보낼 수 없다, 우리 아빠랑 선생님 저렇게 둘이 좋아 하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할 수 없다, 내가 두 사람 꼭 다시 이어줄거다"라고 다짐했고, 동생 이세종(서우진 분)을 깨워 작전을 세웠다. 두 형제가 합세한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아이들과 박단단, 이영국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억상실증'은 이미 식상한 소재다. 하지만 '신사와 아가씨'는 밋밋한 이영국, 박단단의 관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 수없이 반복돼 온 '기억상실증' 클리셰를 가져다 썼다. 첫번째 '기억상실증' 설정은 클리셰를 자주 사용하는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은 그가 또 다시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리는 설정은 앞서 전개된 기억상실증 설정보다 더 개연성이 떨어진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하루아침에 기억을 다시 되찾았다 또 한번 특정 기억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단순히 이영국-박단단-조사라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연장시켜야 할 필요 때문에 들어간 편리한 설정이라는 느낌을 준다.

다소 설득력 없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신사와 아가씨'는 KBS 주말드라마 답게 30%대 시청률에 진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내용 전개를 위한 기계적인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는, '욕을 하면서 보는' 한국식 막장 드라마'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