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연기 적성 아니지만…" 이봉련, 런온·스위트홈·삼진그룹까지 '수도꼭지' 활약(종합)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이봉련은 지난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뮤지컬 '빨래', 연극 '날 보러와요' 등 50여 회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드라마 '내일 그대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영화 '옥자', '택시운전사', '82년생 김지영'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는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부당 해고를 당한 후 동료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나서는 선배로 열연한 데 이어 JTBC 4일 종영하는 '런 온'에서는 영화사 대표인 박매이 역할을 맡아 미주(신세경 분)과 소울메이트로 호흡을 맞췄다.

이봉련은 3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의 연기 활동 에피소드와 함께 배우로서 지키고 있는 연기관에 대해서 진솔하게 털어놨다.

-'런 온' '스위트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최근 활약이 많다.

▶작년에 힘들었지만 행운이었던 것 같다. '런 온' '스위트홈' '삼진그룹'으로 한 번에 인사드렸다. 사람들이 '틀면 나오지 않냐' '수도꼭지'라고 하더라. 주변에서 좋게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감사하고 반갑고 저라는 배우가 다른 모습으로 나올 때 사랑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코로나로 힘든 가운데에 작품으로 행복한 하루 하루 보내고 있다.

-결혼한지 2년이 채 안 됐는데, '스위트홈'에서 아이를 일찍 떠나보낸 엄마 역할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경험한 적도 없고 다른 이들 역시 절대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겪은 인물이다. 쉽지 않았다. 대본으로 간접경험을 하지 않나.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것 같다. 연기할 때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감독님, 스태프들이 집중해줘서 그 힘으로 같이 준비했다. 어떤 역할은 자료 수집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이건 참고를 자료로 본다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대본을 보고 인물의 감정을 상상하고 연기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그게 누군가 보셨을 때 공감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제가 준비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런 온' 매이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봉련이라는 사람의 분위기가 있지 않나. 말의 흐름이나 템포라든지 내 요소가 캐릭터에 투영이 될텐데 그런 것들은 내려놓고 박매이가 가진 기질에 가까이 가고자 노력했다. 대본에서 박매이가 만나는 인물들과의 관계, 말투, 표현 방식에 따라가려고 했다. 이봉련의 방식을 떨쳐버리고 박매이가 되려고 했다.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있나.

▶집에서 준비하고 상상했던 것과 현장에서 신세경, 임시완 배우들과 만난 후는 다르더라. 그때 그때 미주와 함께, 신세경 배우가 준비해온 대사의 느낌을 듣고 생기는 호흡에 집중하려고 했다.

-특히 2030세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저런 룸메이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해주시더라. 기억에 남는 평이 '내가 매이 언니 같은 사람이 없다면, 내가 누군가의 매이 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마도 2030세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런 온'에서 신세경과의 호흡이 보기 좋았는데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작품마다, 신마다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 '런온'은 알콩달콩 로맨스가 있는 드라마이고 세경씨와 집에서 미주와 함께 하루에 힘들고 고단했던 부분들에 대해 농담삼아 피로를 푸는 장면이 많았다. 신세경이 동생이기도 하고 배우가 가진 따뜻한 기운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런 온' 촬영장은 따뜻한 현장이었다.

-신세경, 임시완 등 동료배우들은 어떤 사람이었나.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배우가 가진 성정이 드라마에 드러나는 것 같다.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나는 직업이 배우이지 않나. 신세경, 임시완, 수영, 강태오 등 배우들 모두 다 젠틀한 사람들이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고마웠다.

-조연, 단역을 거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존재감을 남긴 비결은.

▶필모그라피를 보니 내가 선택을 잘 해온 것 같다. 배우에게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조연이든 단역이든 내 몫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차리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그것 역시 훈련이다. 계속 그렇게 하고자 한다.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82년생 김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들에 많이 출연했는데 새롭게 느낀 점이 있나.

▶모든 건 연대에 대한 것이다. 깨달음보다는 내가 배우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우리가 같이 연대하고 힘을 실어주고 내가 소외시켰던 문제들에 대해 알 필요가 있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정은 배우가 '잠깐 등장해도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배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칭찬, 격려를 해주신 거다. 감사하다. 예전에 뮤지컬 '빨래'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너무 척척 연기를 해내시더라. 정은선배가 집중력이 어마어마한 분이다. 언젠가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조연 캐릭터를 맡을 때 서사에 빈틈이 보이면 아쉽지 않나. 주연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

▶주인공에 대한 갈망이랄까. 그런 건 사실 연극 무대를 통해 경험했고 진행 중이다. 내가 꼭 주연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내가 주연이어서 서사를 끌고 가는 역할일 때의 재미가 있고, 매체로 옮겨 와서 그 역할이 아닐 때 어려움은 겪는 경우도 있다. 서사가 짧으면 힘에 부칠 때가 있다. 관객에게 낯선 인물일 때 연기가 과하게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재미있게 살아 움직이면 좋지 않나. 또 얼굴이 익을수록 반가운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 이봉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꾸준히 연극을 한다. 연극의 의미는.

▶내 베이스이고 토양이다. 계속 하는 일이다. 언젠가 돌아가는 곳이라는 개념은 아니다. (연극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배우의 일이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한 원동력은.

▶배우가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은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게 나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더 동력이 생겼다. 적성이 맞지 않으면 그만둔 취미생활도 있기는 했지만, 연기는 아니었다.

-현 지점에서 자신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지나가다보면 사람들과 눈을 마주친다. 힐끗 쳐다보시기도 하고 말을 거는 분들도 있다. '거기 나온 배우'라고 알아보시더라. 익숙하지만 생경하고 낯선 배우이길 바란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인물이 있나.

▶액션을 해보고 싶다. 무림의 고수?(웃음) 현실에서 어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은둔 고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