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내가 그렇게 무섭나?" '부부의 세계' 이학주의 '데폭남' 몰입기(종합)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저도 처음 보는 저의 얼굴이 있더라고요,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내가 그렇게 무섭나? 신기했어요."
이학주는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종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28.4%(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이학주는 극 중 박인규 역을 맡아 첫 장면부터 거친 언행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고, 스토리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판도를 뒤흔드는 변수로 활약을 펼쳤다.
이학주는 그 동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는 것은 기본, 드라마 '멜로가 체질' '저스티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오 나의 귀신님' 등을 통해 오랜 기간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부부의 세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JTBC '야식남녀'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욕을 많이 먹었는데 어땠나. 힘든 점은 없었나.
▶그런 걸 떠나서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했다. 관심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지 않나. (웃음) 주변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상상을 많이 했다. 일반인 기준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내 머릿 속에서는 할 수 있다고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
- 연기 호평도 많이 받았는데 스스로 보기엔 어땠나.
▶내가 나를 볼 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 목소리를 듣는 것도 힘들고 내 표정을 보는 것도 힘든데 깜짝 놀랐던 것은 저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때였다. 그럴 때 감독님, 작가님에게 감사했다. 처음 보는 내 표정이 있었다. 지선우 선생님 방에서 고개를 내밀면서 '확 까발려지기 싫으면'이라는 대사를 하는 것과 감옥 가기 전에 현서를 만나서 태오 집의 초인종 누르는 신에서 현서를 보며 짓는 표정을 보며 '저런 표정이 있었나' 싶었다.
-19금 드라마이고 폭력성, 선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중 폭력성을 담당한 것 아닌가. 부담감은 없었나.
▶이 캐릭터를 처음에 받았을 때 두려움이 있었다. 폭력신이 나오든 안 나오든 무섭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우니까 부담감이 있었다. 폭력이 나오는 신이나 무술 감독님들이 와서 지도를 해주시고 그것만 해내면 됐다. 폭력(의 수위)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합에 집중했다. 민현서를 그러는(때리는) 장면이 있으니까, 뭔가 좀 미안했다. 많은 회차 찍지 않도록 노력했다.
-'부부의 세계'의 인기요인은 뭐였다고 생각하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드라마의 이야기가 뻔하지가 않고 늘 새로운 장면이 나오니까 몰입감이 높았던 것 같다. 거기에 김희애 박해준 선배님 등 배우들의 연기력, 감독님 연출력도 있었고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부부의 세계' 결말은 알았나.
▶몰랐다. 기분 좋은 결말이 될리는 없다고 예상했다. 서로 업보를 쌓는 과정이어서 웃으면서 끝날 수 있는 결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결말이 너무 슬펐다. 준영이가 제일 안 됐고 다 안 됐더라. 제혁 예림 커플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박인규의 죽음 결말을 알았나.
▶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처음에는 몰랐던 것 같다. 대본을 받고는 '아 그렇구나' 싶었다. 죽어서 아쉽거나 그렇지는 않고 이 인물은 그렇게 갈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박인규 캐릭터는 죽음으로 끝을 맺었는데 배우로서 연민을 느꼈는지.
▶그 사람에 대해서는 연민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극의 인물이고 가짜이지않나.나는 나름대로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전사를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게 악한 놈으로 태어났을 수도 있고. 유년시절부터 훑어봤는데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촬영하면서 어땠나. 김희애와의 호흡은.
▶두려웠다. 김희애 선배와 촬영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 번 하고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임했다. 촬영장에서는 가보면 쑥스러움이 있지 않나. 이 장면을 뭔가 주도적으로 협박하는 사람이니까 끌어가야 하는 게쑥스럽달까.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찾아갔다. 김희애 선배가 그거에 따라서 맞춰서 연기를 다 다르게 해주셔서 재미있었다. 아침마다 두려운데 끝나면 재미있고 후련한 감정이었다.
-두렵다는 감정은.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감정이 두려웠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자칫 잘못하면 박인규가 우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폭력적인 장면도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이 언제든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자신이 없었다.
-김희애씨의 연기는 어땠나. 김희애싸도 이학주씨 연기에 대해 많은 호평을 보냈는데.
▶ 대사도 대사이지만 밑에 지문이 있지 않나. 정말 정확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그분을 보며 느꼈다. 그래서 더 떨렸다. 완벽함같았다. 거기에 내가 잘 녹아야 하는게 무섭기도 하고 또 감사했다. 연기는 되게 재미있었다. 김희애 선배와 호흡은 재미있었다. 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하고 싶을 정도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촬영이다. 처음 촬영한 장면이 수영장신이다. 엄청 떨리고 정신이 없더라. 김희애 선배와 연기를 하면서 떨리기도 하는데 이상하게 내가 준비한 것보다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신이 되게 재미있었다. 그 신을 찍고 나서 박인규라는 인물을 조금 안 것 같다.
-민현서를 대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가.
▶집착과 의존이라고 생각했다. 박인규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모든 사람마다 사랑을 다 다르게 생각하지 않나. 그럼에도 선을 넘어버린 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심은우와의 호흡은.
▶은우와 친하다. 어제도 문자를 나누고 그제는 만났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하더라. 어제도 '복면가왕' 보고 문자보냈다. 첫촬영부터 재미있었다. 은우와 호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역 장면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감정을 잘 못 잡겠더라.큰일났다 싶었다. 그때 은우가 앞에서 어떤 눈빛을 주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상대배우에게 감정을 세게 받은 것 같다. 너무 고마웠다.
-역할이 무섭고 위압감을 줘야 하는데, 연기하면서 고충은 없었나.
▶마음 속으로 '지선우 우습다'라고 되뇌었다. 그 와중에 의사로서 뭔가를 챙기려는 모습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주눅들 것 같았다. 지선우 역할도 자기의 뭔가를 지키는 사람이지 않나. 그 와중에 잘못된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품위를 지키려고 하는게 박인규 입장에서는 나나 너나 다른 게 뭐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무섭나?' 신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은.
▶어제 '복면가왕' 이후 '이렇게 예쁜 현서를, 박인규 죽일 놈'이라고 댓글에 쓰여있더라. (웃음)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동화책을 읽는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이웃집 살인마'를 읽는 것 같다고 하더라. 재미있었다. '부부의 세계'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좋았다.
-실제 성격은.
▶낯을 가리긴 하는데 쉽게 마음이 열릴 때도 있고 아예 아닐 때도 있다. 왜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지. (웃음) 장난기가 많을 때도 있고 장난도 못 치게 얼어붙을 때도 있다. 실제로는 유쾌한 것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황제성 동영상을 많이 본다. 황제성씨 개그를 재미있어 한다.
-'데폭남'(데이트폭력남) 으로 불렸는데,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조금 귀찮게 하는 스타일일까. 이건 어떻고 저렇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통화를 많이 한다. 한달에 3000~4000분 정도 통화한다. 나도 궁금해서 얼마나 통화했는지 찾아봤다.
-결혼, 부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지.
▶불륜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렇지 않나. '부부의 세계'를 통해서 불륜이라는 게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했다. 현실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이 그걸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걸 많이 느꼈다.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면 어떤 남편이 되고 싶다던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
▶부모님같은 부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가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웃음) 부모님을 보면 재미있어서 동영상을 많이 찍어둔다. 설날에 아침에 이상하게 파스타집을 가게 됐는데 두분이 말싸움 하시다가 파스타 먹으면서 많이 먹는다고 뭐라고 하고 웃고 그렇더라. 그런 부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 이학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체감하나.
▶사실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체감은 안 되고 다섯명 정도 계신 것 같다. 오늘 두 명 정도 더 알아보신 것 같다. 나에겐 생소한 일이다. 인터넷에서 보면 저를 기억해주시는구나 싶고 저로서는 이상하다. 이런 일이 처음인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되게 생소하고 기분은 나쁘지 않다. 좋다. 다음 작품도 잘 해나가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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