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장혁 "기존과 다른 이방원 그리고 싶었다"(인터뷰)
[N인터뷰]①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실존 인물을, 그것도 이미 수많은 역사극이 조각한 인물을 재창조한다는 건 배우에게 큰 부담이다. 이미 너무 많은 선례가 시청자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 장혁이 JTBC '나의 나라'로 만난 이방원이라는 인물은 연기하는 건 그래서 더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뿌듯한 캐릭터였다.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다소 얕게 그려질 수 밖에 없었던 이방원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갈증을 이번에 제대로 해소했다.
그는 '나의나라'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피의 군주'같은 외적인 모습보다, 버려지고 버림 받은 자들을 위한 나라를 세우기 위한 인간적인 내면을 가진 이방원을 그리며 또 다른 인물을 완성했다.
지난 1997년 드라마 '모델' 이후 장혁은 쉼이 없었다. 공백기 없이 꾸준히 활동하며 대중과 호흡했다. '다작'에 대해 말하자 '모델'을 시작으로 23년의 시간을 막힘없이 대답하는 장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촬영장에서의 배움만큼 연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의 강약, 장르적 특성, 눈빛과 발성 등 연기의 모든 요소는 스스로 부딪치면서, 그리고 선배들을 보면서 터득해왔다. 그렇게 23년. 장혁은 어느새 촬영장의 '선배'가 되어있었지만,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여유로움보다 치열한 열정과 의지에 가까웠다.
-작품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8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다른 현장에 비해 배우들이나 감독님, 스태프 모두 함께 대화를 많이 한 작품이다.각자의 감정, 각자의 해석을 두고 어떻게 인물들을 표현해야 할지 조율하곤 했다. 앞서 '순수의 시대'이방원 역을 연기했는데 그때 아쉬움이 있어서 언젠가는 이방원을 다시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에 '나의 나라'에서 안타고니스트로서의 느낌을 제시해주더라.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야심가, 야망을 가진 이방원의 틀이 역사에 남아있긴 하지만 그 이면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왜 이방원 역할을 다시 하고 싶었나.
▶'순수의 시대'는 왕자의 난, 신하균 선배와 강한나씨의 이야기의 포석이 되는 역할도 있었고 표현에 있어서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방원과 사병들의 이야기가 구축되어 있었다. 구도적으로 이방원이 더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었던 것 같다. '순수의 시대'에서는 (이방원이) 감정이 많이 움직이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고, '뿌리깊은 나무'의 태종(백윤식 분) 어린 이도(송중기 분)에게 보여주는 눈빛은 묘했다. 피의 군주 같은 느낌도 있고. 사료의 객관적인 사실 말고도 다양한 면이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점은 주안점으로 두고 풀어가고 싶었다.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보다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청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방원의 요소가 있는데, 다른 면을 강조했을때 몰입이 걱정이 되진 않았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파자마를 입은 소년'도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이 있는 영화다.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여러 시각이 분명히 존재했을 거라고 본다. 어떤 시각 , 누구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면을 그릴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더 창작을 한다는 느낌도 있다.
-이성계 역으로 나온 배우 김영철이 이방원 연기('대왕세종', '장영실') 경험자이기도 하다.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선생님과의호흡은 너무 좋았다. 예전에 '아이리스2'에서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더 좋았다. 연기하면서 내게 너무 감정을 잘 전달해주시니까 내 연기나 리액션도 더 잘 살았던 것 같다.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최근 퓨전사극이 많은데 정통사극을 성공시켰다.
▶개인적으로 정통사극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한다. 추상적으로는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500년' 정통사극인가, 대하사극이 정통사극인가. 예전의 느낌, 정석적인 느낌을 정통사극이라고 한다면 '나의 나라'는 정통사극은 아닌 것 같다. 허구도 있고 사료를 바탕으로 '이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시각으로 그렸다고 본다.
-중후반부 넘어가면서 다른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는 없었나.
▶글쎄 그건 내가 연출, 작가가 아니라 애매한 부분이 있다. 실질적으로 모든 캐릭터가 5대5의 비율로 짜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앙상블을 만들다보면 8대2, 5대5, 2대8이 될 수도 있을 거다.배우로서는 주어진 장면에 얼마나 다 던지느냐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다들 좋은 배우들이어서 연기할 때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가 됐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중의 하나가 빈 옥좌에 앉는 장면 때문이다. 감독님에게 꼭 앉자고 했다. 옥좌에 앉아서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그런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왕좌에 앉기는 했는데 어떻게 미래를 펼쳐야 할지 모르는 걸 그리고 싶었다. 그 애처로움으로 이 작품을 시작한 거다.
-마지막 장면에서 왕좌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원래 대본에는 '신념'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념이라고 하면 자기가 가야하는 방향에 대한 확고함이있어야하는데, 그건 아닐것 같더라. 더 추상적인 것들이 쌓여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 버리면서 거기까지 갔다, 버려진 사람들을 딛고 앉은 자리다. 끝내 아버지에게서 원하는 걸 얻어냈고 누군가를 제거하면서 닿은 곳이다.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