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차주영 "美 유학 후 배우 시작, 父 반대 심했다"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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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신예 차주영은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극본 조용, 연출 김정현, 이하 '저글러스')에서 존재감이 돋보인 배우였다. 그는 극에서 대기업 광고기획부 전무 담당 비서 마보나를 연기했다. 마보나는 여상 출신 파견직 서무로 시작해 전무 비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 능력 있는 친구 좌윤이(백진희 분)를 질투하고 그를 척지려고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복잡한 인물인 만큼 연기하기도 어려웠을 터.

그렇기에 차주영에게 '저글러스'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맡은 주연급 역할. 잘 해내고 싶었지만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차주영은 더 철저히 작품을 준비했다. 마보나라는 인물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오롯이 그 캐릭터에 녹아들려 했다. 종방연에서는 마보나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애착이 갔다고. 그 정도로 차주영에게 '저글러스'와 마보나는 애틋하고 소중한 존재가 됐다.

차주영은 지난 2014년 연예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배우라는 직업이 하고파 무작정 프로필 사진을 돌리던 차주영은 광고 모델을 하며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던 중 데뷔작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만났고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MBC 특집극 '빙구'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저글러스'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빠르다면 빠른 셈. 그러나 차주영은 "빠르게 성장했다는 걸 아직 실감 못하고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여태까지 해온 것보다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고, 대중에게 '배우 차주영'을 오롯이 각인시키고 싶다는 그. 일에 대한 욕심이 넘치는 '패기 있는 신인' 차주영을 지난 2일 뉴스1이 만났다.

ⓒ News1 권현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Q. 2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를 했다. 늦다면 늦은 편인데 이유가 있나.

"원래 이쪽 일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닐 때 제안이 여러 번 왔었는데 아버지가 보수적이셔서 엄두도 못 냈다. 유학을 가서 꾸준히 공부를 했는데,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불현듯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있었나 싶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25세에 무작정 덤비기 시작한 거다."

Q. 미국 유타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에 4개 국어를 하는 '뇌섹녀'로도 유명하다.

"사실 대학교에 가서는 공부를 잘 안 했다. 그래서 조기졸업 후 1년 일찍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1년 늦게 졸업했다.(웃음) 4개 국어 구사는 부풀려진 거다. 실제로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건 한국어와 영어 정도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배우고 있기는 하다. 일본어 중국어를 배웠었고, 불어는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이건 그 나라에 가서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언어를 배우는 게 재미있긴 하다."

Q.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진로를 바꿨다. 안정적인 길을 포기하고 배우에 도전한 계기가 있었는지.

"나는 익숙한 것들을 좋아하는 한편 즉흥적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모순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그냥 '질러보자. 후회하느니 해보고 결정하자'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Q. 아버지가 반대하진 않으셨나.

"지금도 좋아하진 않으신다. 아버지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어서 불안정한 상황을 안 좋아하신다. 활동을 시작하고 프로필 사진을 돌릴 때도 비밀로 하다가 '치즈인더트랩'을 하면서 처음 말을 꺼냈다. 내게도 아버지를 설득시킬 무언가가 필요해서. 당시에도 아버지는 당장 그만두고 뉴욕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지만 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굳이 내가 하진 않았으면 하시는 거다. 지금은 반쯤 포기하신 것 같다. 요즘에는 드라마도 챙겨보신다. 언젠가는 내게 '보나야'라고 부르시기도 했다.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내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치즈인더트랩'부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저글러스'까지 결은 다르지만 악녀라는 포지션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걱정되진 않나.

"지금은 연기해본 게 많이 없어서 개의치는 않는다. 결이 달랐다는 표현이 좋은 게, 한 번도 세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확연히 다른 인물이어서 좋다. 감독님들도 '네가 악녀 이미지도 있는 거지, 악녀 이미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해주셨다. 내가 스타일링 변화를 주는 대로 이미지가 좀 많이 바뀌는 얼굴인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아직까지 걱정을 안 하고 있다."

Q. 데뷔 2년 만에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빠른 성장이 기쁜 한편 두렵진 않은가.

"내가 빠르게 성장했다는 걸 체감 못하고 있다. 사실 조용히 배우 활동을 하고 싶어서 (주목받는 걸) 좋아하거나 반가워하지도 못하고… 그저 운이 좋았고, 복이 많았던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넘친다."

Q.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지내나.

"집에서 책 읽고 음악도 듣고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10시간 동안 소파에 앉아있을 때도 있다. 사람들도 가끔 만나는데 집순이라 몰아서 만나는 시즌이 있다.(웃음)"

Q. 앞으로 어떤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나.

"너무 많다. 다 해보고 싶다. 시대극이나 사극도 욕심이 난다. 한복을 입고 동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장르물도 해보고 싶다."

Q.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오롯이 작품 속 인물로 보였으면 한다. '저 인물이 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왜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보는 이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