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까기]'도깨비' 몰입 해치는 PPL, 이렇게나 많아서야

(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잘나가는 '도깨비'에 내부의 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PPL(Pruduct PLacement, 간접광고)이란 영화,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 아니라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해 홍보하는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도깨비'는 PPL이 너무 과한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는 이 같은 PPL이 절정에 달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가구, 음료, 카페, 치킨집에 인스턴트 커피까지. PPL이 영상은 물론 대사까지 점령한 모양새다.

'도깨비'에는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등이 출연 중이다. ⓒ News1star / tvN '도깨비' 캡처

이날 지은탁(김고은 분)은 수능을 치른 후 집에 와 눈물을 흘렸다. 도깨비 김신(공유 분), 저승사자(이동욱 분), 유덕화(육성재 분)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들고 그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 있었기 때문. 케이크 상자에는 A브랜드명이 선명하게 노출됐다. 해당 브랜드는 지은탁이 첫사랑 태희(정해인 분)와 만나는 가게로도 재차 등장했다.

지은탁, 김신은 데이트에 나섰다. 영화를 본 후 두 사람이 들른 곳은 B브랜드 샌드위치 집이다. 김신은 광고 뺨치게 샌드위치를 먹었고 지은탁은 '맛있겠다'는 눈빛으로 이를 바라봤다.

써니(유인나 분)가 저승사자에게 만나자고 한 "예전 그 카페"는 C브랜드였다. 화면에 선명하게 브랜드 명이 찍혔다.

설정에도 PPL이 깊숙이 자리해 있다. 써니는 D 치킨집 사장이고 유덕화는 E 가구회사 재벌 3세다. 심지어 이 가구회사는 김신의 소유라는 사실이 대사를 통해 드러났다.

치킨 가게 음료 냉장고를 차지한 건 탄산음료가 아니라 F브랜드 음료다. 배우 공유는 실제 광고모델을 맡고 있는 G 커피를 극 중에서도 매일같이 마신다. 지은탁이 손수 빨래한 수건은 H브랜드, 그가 김신으로부터 받은 향수는 I브랜드, 두 사람이 함께 쇼핑한 곳은 J브랜드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PPL이 너무 자주, 시청자의 집중력을 흐트릴 정도로 나온다는 점이다. 소품에만 머물지 못 하고 주객전도 되는 장면이 보인다. 높은 제작비가 투입됐다지만 어쨌든 '도깨비'는 광고가 아닌 드라마다. 드라마 시청을 방해할 정도의 과한 PPL은 잘못됐다.

시청률 12%를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한 '도깨비'가 극본도, 연출도, 연기력도 아닌 또 다른 장애에 직면할 줄이야. 잘 빠진 드라마가 단순 광고의 나열로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hjk07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