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연기 못한다 생각, 인정해야 발전한다"(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권수빈 기자 = 어느새 이준에게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아졌다. 차곡차곡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그는 이번에 출연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연기력으로 한자리 한다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냈다.

이준은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 1월부터 찍었던 '풍문으로 들었소'를 마치면서 느끼는 허전함을 드러냈다. 이준은 "유준상, 유호정 선배님, 고아성과 단합이 잘 됐다. 대선배님이지만 친구 같이, 친아들처럼 여겨주셨다. 연기할 때는 긴장했지만 편한 작업이었다"며 "워낙 연기 잘 하는 선배님들이 많고 작가, 감독님이 훌륭하셔서 가만히 있으면 배우는 것 같다. 연기 실력으로 배운 게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속이 되게 풍부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준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풍문으로 들었소' 종영 소감을 밝혔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풍문으로 들었소'는 엠블랙을 공식적으로 탈퇴한 뒤 첫 작품이었다.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냐고 묻자 이준은 "어떤 작품을 하든 똑같이 열심히 했고 덜 열심히 한 작품은 없었다"며 "항상 내 모든 기력을 작품 안에 쏟으려고 했다. 작품할 때는 내 기가 다 빠져서 아무 것도 못하게끔 매 순간마다 집중을 많이 하자는 마음이 있어서 절대 지치지 않으려 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극중 한인상은 10대에 아빠가 되면서 결혼한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극중 캐릭터와 달리 이준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결혼이 아름다운 것이지만 신중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 신의 경지에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어렵다"며 "'사랑과 전쟁' 영향도 받지 않나.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싶어서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고아성과 키스신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베드신에서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10대를 표현하기 위해 서툴게 보일만한 동작을 연구했다.

"못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손동작 같은 걸 많이 연구했어요. 여자를 처음 만난 애가 마음만 앞서서 손처리를 못하는 그런 거요. 그래서 목을 만졌다가 허리를 만졌다가 하거든요. 컷 하기 전까지는 열심히 했어요. 드라마 끝날 때까지 키스신이 자주 있을까봐 놀랐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이준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고아성에 대해 말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고아성과는 점점 더 친해지는 바람에 애정신이 힘들기도 했다고. 이준은 "고아성이 날 많이 놀려먹는다. 내가 진짜 인상이가 된 것 같다"며 "너무 편해지니까 갑자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기가 부끄러운 게 있었다"고 했다.

고아성의 출산 장면 역시 이준으로서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이준은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으면 이 장면이 생각나겠다 싶었다"고 했다.

"정말 출산 같이 적나라하게 찍었어요. 아성이가 굉장히 민망했을 거예요. 실제 출산전문가가 오셔서 기구가 틀린 것이나 제 손동작 같은 걸 다 봐주셨어요. 실제처럼 똑같이 해서 찍을 때는 민망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어요."

또 아기 아빠라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 이준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초반에는 신생아 아기라서 괜히 뽀뽀하고 볼을 만졌다가 병균이 옮을까봐 조심스러웠다. 아빠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고 털어놨다.

이준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엠블랙 탈퇴에 대해 답했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이준이 연기를 시작한 시간은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정보기관요원, 배우, 사이코패스 꽤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했다. 이준에게 있어서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무대 위의 이준을 다시 볼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준은 "음악을 안 한다기보다 당분간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물론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좋을 것 같지만 지금 내가 연기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더 쌓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당분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시기와 엠블랙이 3인조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겹쳐기도 했다. 이준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응원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잘 됐으면 좋겠다"며 "천둥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뒤에서 많이 응원하고 있고, 잘 할 것 같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준이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향하는 배우상에 대해 밝혔다. ⓒ News1스포츠 권현진 기자

이준이 배우라는 이름을 걸고 연기를 할 때의 자세는 생각 이상으로 진지했다.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제가 처음에 연기를 배울 때 연기 선생님이 '넌 연기를 진짜 못하니까 인정하고 잘할 생각을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못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을 해야 발전이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갖다보니 만족이 잘 안 되기도 하고요. 내가 못한다는 걸 인지하고 자기발전을 하면서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길게 간다는 건 잘 하고 좋은 배우라는 뜻이잖아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많은 공부를 해서 풍부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ppb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