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 “게임 전쟁터 벗어났더니 방송도 전쟁”(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포츠) 권수빈 기자 = 홍진호는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시절 게임 팬들에게 신과도 같은 존재다. 오랫동안 인기 게이머로 군림한 그는 아직은 낯선 ‘방송인’이라는 칭호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더 지니어스’ 출연을 계기로 ‘더 지니어스2’, ‘김지윤의 달콤한 19’, ‘로맨스가 더 필요해’, ‘SNL 코리아’, ‘크라임 씬’ 등에 출연하면서 과거에는 몰랐던 홍진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을 것 같다

▲ 재밌는 건 맞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말을 하는 부분이에요. (딕션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고쳐야 하나, 캐릭터로 유지해도 되나 난관에 빠졌어요. 또 토크를 할 때 내가 타이밍을 빼앗아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전혀 몰라서 관객처럼 앉아있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이제는 치고 나가야죠. 방송도 전쟁터더라고요. 게이머 할 때는 승부라는 테마가 항상 있어서 이쪽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또 전쟁이네요.

프로 게이머 출신 홍진호가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방송인으로 나선 계기에 대해 밝혔다. ⓒ News1

- 본격적으로 방송인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

▲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그렇다고 원래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에요.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더 지니어스’에 우연치 않게 섭외됐고, 갑자기 우승을 했어요. 저도 약간은 잊고 있던 승리욕이 생겼죠. 은퇴 후 1년이 지났을 때인데 팬들이 응원해주니까 1년 동안 힘들었던 게 치유됐어요. 뭔가 더 하고 싶더라고요. 우승을 해서 여기저기서 콜이 들어온 상황이라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 팬들 반응은 어땠나

▲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홍진호가 무슨 방송이냐’고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오래된 팬들 같은 경우 편하니까 대놓고 말하는 경우도 많고. 딕션 같은 문제 때문에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방송에 부적합한 모습을 보여주느니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아서 처음엔 고민 했는데, 제가 남들 눈치 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필요에 의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즐기는 차원에서 하고 싶어서 했어요. 그만큼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해요.

- 줄줄이 캐스팅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섭외가 계속 되는 이유는 뭘까

▲ 제가 갖고 있는 가치를 정확히 100%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방송을 할 때 경쟁을 해도 편하게 하려고 하고, 안 꾸미려고 해요. 내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보다 나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하는 거라 팬들이나 시청자들이 친숙하게, 가볍게 느끼는 것 같아요. 편안해서 더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예인과 거리감이 있잖아요. 저는 신경 안 써요. 친구, 동생 같은 느낌 때문에, 절 편하게 느껴서가 아닐까요.

홍진호가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프로 게이머에서 방송인이 된 과정에 대해 밝혔다. ⓒ News1

- 2011년 갑작스럽게 은퇴했는데, 이유는?

▲ 이유는 당연히 있죠. 제가 갑자기 돌연 은퇴했거든요. 상황적인 측면으로 보면 사실 은퇴를 안 하는 게 맞는 거죠. 제가 해온 게 있으니까 쌓은 인지도로 감독을 해도 되고 선수 생활 유지해도 되고. 그런데 그때가 게임 선수로서 한계를 느끼고 흥미를 잃었을 때예요.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내면적 만족감은 주지 못한다 싶어 은퇴를 결심했어요. 팬분들은 제가 언젠가는 잘 할 거라고 항상 기대를 하더라고요. 프로로서 스크래치가 오기도 해서 떠나야겠다 싶었어요.

- 은퇴 후 방송을 하기까지 1년 동안은 어떻게 보냈나

▲ 1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해서 놀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 몇 달은 놀자는 생각으로 정말 놀았죠. 이후 뭔가 해보자 싶었는데 할 게 없는 거예요. 시간은 있고 할 건 찾아야 하는데 할 게 없어서 언젠가 생기겠지 하면서 몇 달 놀려고 한 게 1년이 넘었어요.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뭔가 계획을 세워야하나 하는 찰나 ‘더 지니어스’ 섭외가 들어왔어요.

- 과거 게이머 시절 누리던 영광이 그립지는 않나

▲ 그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과거로 돌아가서 어려지고 싶은 건 있는데, 게이머 때가 좋아서 돌아가고 싶은 건 없어요. 지금도 좋다고 생각해요. 좋은 추억이니까 그걸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즐거움이 인생의 최고 순위이니까.

홍진호가 최근 뉴스1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프로 게이머 은퇴 이후의 삶을 공개했다. ⓒ News1

- 동료 게이머들의 미래를 걱정해 회사를 차렸다던데?

▲ 콩두컴퍼니라는 회사인데요, 게임 산업이 커졌지만 게이머들의 은퇴 이후 처우는 열악한 게 사실이에요. 선수 몇몇은 은퇴 이후 할 게 없어요. 그런 게 안타까웠죠. 우리는 플레이어였고 종사자니까 이 가치를 알잖아요. 앞길을 만들어보고자 해서 만든 거예요.

- 홍진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임요환이다. 지금 관계는 어떤가

▲ 지금은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어요. 선수할 때는 라이벌이라 굉장히 치열하게 싸우고 치고 박고했지만 지금은 온순해요.

- 사람들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고 들었다

▲ 제가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라이프스타일이 사람을 중요시하는 거예요. ‘더 지니어스’ 할 때도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 뒤통수 맞되 뒤통수치지는 않는다는 거였는데, 그게 기본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지금까지 항상 그렇게 살아왔고, 사람들이 그걸 알다보니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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