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가 남긴 새로운 '시작'들
케이블 드라마 위력 과시,·배우와 90년대 음악 재조명
1990년대 향수, 가족애·청춘성장기 전 세대 공감
예능 고수들의 힘, 최적의 캐스팅
- 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1990년대 '서울 이곳'에 사는 팔도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새로운 '시작'들을 남기며 인기리에 종영됐다.
지난 10월18일 첫발을 뗀 '응사'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인기에 힘입어 배역 확정 소식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배우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민도희, 손호준, 바로, 성동일, 이일화는 각자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출연진은 모두 재조명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토요일 편성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적응한 시청자들은 '응사' 마지막화가 비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열렬한 지지로 응답했다. 1990년대 인기곡들을 재해석한 드라마 OST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추억에만 기대지 않고, 단순한 사랑 얘기도 아니었던 '응사'는 끝까지 반짝이던 청춘들에게 위로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면서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케이블 장벽 넘은 콘텐츠의 힘
2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응사' 마지막회 '90년대에게' 편은 유료플랫폼 기준 평균 시청률 11.9%, 순간 최고 시청률 14.3%를 기록했다. '응사'는 전회인 20화에서 같은 기준으로 시청률 10%를 넘은 데 이어 또 한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응사'는 '전편 만한 속편이 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며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아성을 뛰어넘었다.
이뿐만 아니다. 하반기 방송된 '응사'는 CJ E&M과 닐슨코리아가 화제성, 참여도, 몰입도 등으로 콘텐츠 영향력을 평가하는 콘텐츠 파워 지수(CPI)에서 2013년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응사'는 1월부터 11월까지 전파를 탄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M 프로그램 203개 사이에서 가장 높은 CPI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아 홍콩, 태국, 캄보디아, 미국 등에 판매가 진행된 상태다.
이러한 결과는 제작진의 힘, 강한 공감대, 1990년대에 대한 향수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전작에서도 연출을 맡았던 신원호 PD와 예능 '꽃보다 할배'의 이우정 작가를 중심으로 한 '예능 고수'들의 집단창작은 맛깔나는 대사, 인물 개개인의 톡톡 튀는 일화, 주인공의 남편을 찾으며 호기심을 끌어내는 전체적인 구성, 영상미와 음악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연출 등을 낳았다.
금·토요일 저녁 8시40분에 드라마를 편성한 파격적인 전략도 '응사'의 높은 시청률에 한몫했다. 첫 방영 당시 신 PD는 "'응사'가 따뜻한 느낌으로 미니시리즈와 주말극의 중간"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기존과 다른 시간대의 편성을 시도했다.
또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팔도에서 올라온 지방생들이 서울 신촌 하숙집에 모이면서 그려지는 가족애와 청춘들의 성장기는 전 세대로부터 공감을 샀다.
삼천포(김성균 분)가 서울에 처음 올라와 하숙집에 가기까지 지하철에서 헤매는 모습이 담긴 상경기는 웃음을 자아냈고 대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설렘을 안겼다. 무엇보다 '응사'는 삼천포가 최종화 끝 부분에서 말했듯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이들에게 "빛나는 청춘"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극 중 배경을 세심하게 고증한 점도 놓을 수 없다. 1990년대 현상을 비롯해 의상, 소품, 장소의 재현은 그 세대 시청자들이 추억에 잠기게 했고 그 이후 세대에게는 새로움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 배우가 이런 연기를?"…재조명된 출연진
'신촌 하숙' 친구들인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민도희, 손호준, 바로를 비롯해 하숙집 주인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까지. 그야말로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각자 독특한 성격을 부여받듯 '응사' 배우들은 주·조연 구분 없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보여주며 유쾌한 '캐릭터 쇼'를 선보였다.
KBS 2TV '반올림'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고아라는 '응사'에서 거칠 것 없는 경상도 여자 성나정으로 분해 대중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인식시켰다. 무감각하지만 속 깊은 쓰레기 역의 정우와 다정다감 야구선수 칠봉이 역의 유연석은 자신들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그간 조직폭력배, 살인마 등과 같이 거칠고 강렬한 캐릭터를 맡았던 김성균은 첫 드라마 데뷔작인 '응사'에서 실제와 무려 16살 차이가 나는 어리바리 삼천포를 완벽히 소화하며 사랑스러운 면모를 드러냈다. 그룹 타이니지의 민도희는 가수로서는 큰 주목을 못 받았지만 서태지 마니아 조윤진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능청스러운 순천 출신 해태 역의 손호준과 머뭇거리던 청춘 빙그레 역의 그룹 B1A4의 바로도 자신의 배역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전작에 이어 '응사'에서도 극의 중심을 잡으며 부부로 나온 성동일과 이일화의 찰덕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맛깔나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중년의 사랑을 재치있게 보여준 이들은 이번에도 빠질 수 없는 감초였다. 나영석 PD와 허경영, 홍석천을 시작으로 성동일의 아들 성준, 김민종, 우지원, 문경은, 영화 '바람' 출연진, 그룹 나인뮤지스, 전현무, 윤민수, '응답하라 1997' 출연진, 그리고 정유미까지. 적재적소에 배치된 카메오들은 '응사'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1990년대 추억의 '가요 톱10' 소환되다
'응사'에서 사랑받은 건 작품 자체와 배우들만이 아니다. 현재 가수들이 다시 부른 1992년부터 1999년까지의 인기가요들은 그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데 충분했다. 지난 10월18일부터 차례로 공개된 '응사' OST는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극 중 조윤진의 흠모 대상이었던 그룹 서태지와아이들 노래가 최초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성시경은 서태지와아이들의 '너에게'를, 로이킴은 드라마 '서울의 달' OST였던 '서울 이곳은'을 감미롭게 소화했다.
빙그레 역의 바로가 소속된 B1A4는 드라마 '느낌' OST '그대와 함께'를, 김예림은 1990년대 대표 인기 그룹 015B의 정석원이 편곡한 '행복한 나를'을 특유의 독특한 목소리로 새롭게 선보였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와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은 각각 하이니와 디아의 목소리로 다시 불렸다.
'응사' 출연진도 OST 대열에 합세했다. 정우, 유연석, 손호준은 손지창, 김민종의 더블루가 부른 '너만을 느끼며'로 우정을 노래했다. 고아라는 박기영의 '시작'을 재녹음해 사랑을 시작한 극 중 인물의 마음을 표현했다. '응사'의 첫 공식 커플로 나온 김성균과 도희는 여행스케치의 '운명'을 함께 불러 1990년대 대중가요의 재부상에 마지막 힘을 보탰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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