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기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였으면"
"대단한 배우보다 쓸모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이준기가 누구냐고 물으면 '정말 좋은 배우'라는 답이 나왔으면 해요. 모두가 다 인정하는 배우였으면 합니다."
배우 이준기(31)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배우관을 밝혔다.
절절한 부성애 연기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MBC 드라마 '투윅스'를 마치고 3주 동안 쉰 이준기는 8살 딸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달리는 장태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태산에서 벗어나려 마지막 촬영을 끝낸 직후 탈색을 했던 이준기는 "인터뷰 예의를 차리려" 어느새 검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모습이었다.
"종영 후 집에 있기 싫을 정도로 우울함, 공허함을 많이 느꼈다. 촬영을 마치고 2주 동안 휴식기를 달라고 사무실에 요청했는데 바로 후회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일 아니면 못 이길 것 같았다. 불면증도 심해져서 새벽 4~5시에 TV를 보다 지쳐서 잔다."
이준기를 전면에 내세운 '투윅스'는 자신에게 백혈병에 걸린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남자 장태산이 살인 누명을 썼지만 골수 이식을 위해 탈주하면서 펼쳐지는 2주간의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심적 부담이 많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잘 못하면 정말로 몇 년 쉴 것 같았다. 주변에서 관심도 없었고 믿음을 주지 않았다. 1, 2회부터 장태산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만남, 딸과의 재회 등 모든 감정을 다 보여줘야 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이를 고스란히 뿜어내고 와서 그런지 허한 기분이 더 크다."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투윅스'는 KBS 2TV에서 시청률 4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내 딸 서영이'의 소현경 작가의 필력과 이준기의 연기력이 만나 방송 첫회부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투윅스'는 호평과는 달리 인기 고공행진을 한 SBS '주군의 태양'과 맞붙어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 11.5%(8회)밖에 기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준기는 '투윅스'에 대한 자부심을 놓지 않았다.
"방송 당시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경쟁력과 작품성으로 뒤에 회자될수록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한 번쯤 '투윅스'를 찾아봤으면 좋겠다."
이렇듯 이준기에게 '투윅스' 의미는 남다르다.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영화 '왕의 남자'(2005), 영화 속 공길을 넘어서 배우로서 입지를 갖추게 한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 사극 도전의 가능성과 대중성을 갖추게 한 SBS '일지매'(2008)와 같이 '투윅스'는 그에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이준기가 대중성과 단독 주연으로서 가능성을 확보했지만 대중이 내게 지쳐있을 때라고 생각했다. '투윅스'는 배우로서 신뢰를 대중에게 심어줄 수 있었던 고마운 작품이다. 자신있게 나만의 연기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까지 갖추게 된 이준기는 연기를 향한 의욕이 넘쳐 보였다. 이준기는 대중으로부터 잊힐 것 같다는 두려움 속에서 "쓸모 있는 배우"가 되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성실한 배우였다.
"(대중에게) 소모되는 배우는 중심을 못 잡으면 잊힐 수 있다는 게 겁이 났다.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내가 못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잔인할 정도로 자기 최면을 건다. 대단한 배우보다 쓸모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나태해지거나 중심을 잃으면 안 되겠다 싶다. 한번 자만도 해봤으니 두번은 하지 않고 싶다."
그런 그이기에 대중의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항상 모자라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병적으로 반응을 확인하긴 하지만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악플은 누구든 받는 거고 순수한 비판들은 보약이 된다. 이번에도 욕심이 연기에 드러난다는 지적을 받고 힘좀 빼자고 생각했다. 악플을 보지 않고 똑같은 연기를 하느니 한번이라도 찾아보고 고칠 수 있을 때 고치는 게 낫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준기는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이준기는 1년에 드라마 1편씩 선보이는 배우로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니다. 2007년 이후로는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절대 느긋하진 않다. 계속 조급하고 작품을 갈구하며 조급증을 느낀다. 현장에서 위로와 치유를 받는 편이라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다. 팬들이 영화를 가장 원하기도 하고 항상 하고 싶지만 영화를 선택하고 촬영에 돌입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면 조급해져서 드라마부터 하게 된다."
이준기는 12월 서울을 시작으로 1월에는 중국 3개 도시, 일본 3개 도시에서 팬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200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앨범을 내기도 한 그는 팬미팅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등 최선의 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춤과 노래를 할 텐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항상 팬들에게 신선함을 줬으면 해서 한다. 팬 분들이 재밌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팬 분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그때쯤 차기작을 선정해 팬미팅 때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작품과 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이준기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배우와 연예인을 굳이 나눈다면 어떤 길로 가고 싶은지 거친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이러한 우문에 "배우와 연예인의 경계를 정확하게 나누는 분들에게 배우에게는 진정성이 있고 연예인은 가식적이라면 진정성이 있고 싶다. 특별히 두 일을 가르진 않지만 모두가 다 인정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갈 길이 멀지만 열심히 가보려 한다"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연기 얘기를 쉴 새 없이 했으면서도 '투윅스' 마지막회를 보고 조금 울었다는 말에 "조금요? 다음번엔 많이 울 수 있게 연기할게요"라고 답하는 이준기는 정말 '뜨거운' 배우였다. 그의 열정적인 연기를 갈구하는 팬들을 위해서 어서 차기작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이준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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