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형 들였지만 세수 오차율 26년 만에 최대…내년 584조도 반도체에 달렸다
반도체 양사 이익 전망보다 100조 더…초과세수 더하면 미래기금 200조 넘어
AI 모형 들였지만 빗나가…내년 세입 584조도 반도체 호황 전제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63조 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오차율은 15.2%로 2000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크다. 정부가 올해 세수추계 체계를 전면 개편했지만, 1년여 만에 8배 가까이 뛴 반도체 기업 이익 전망을 따라잡지 못했다.
내년 세입예산 584조 4000억 원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는 전제 위에 짜여 있어, 업황에 따라 세수가 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478조 6000억 원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415조 4000억 원)보다 63조 2000억 원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종예산 대비 오차율은 15.2%로 역대 5위다.
집계상 오차율이 이보다 컸던 해는 1950년(21.5%), 1988년(17.6%), 2000년(16.6%), 1989년(15.3%) 네 차례뿐이다. 2000년 이후로는 26년 만에 가장 큰 오차다.
오차 규모는 63조 2000억 원으로 절대액 기준 역대 최대다. 본예산(390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88조 4000억 원으로 더 벌어진다.
세수 오차는 최근 몇 년 사이 방향을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다. 2023년에는 국세수입이 예산보다 56조 4000억 원 덜 걷혀 오차율이 -14.1%를 기록했다. 올해에 이어 역대 6위 규모다.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의 결손이 났다. 3년 사이 역대 5·6위 오차가 정반대 방향으로 나온 셈이다.
정부는 반복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 세수추계 체계를 손봤다. 민관합동 자문기구였던 세수추계위원회를 재경부 1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정부 내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민간자문단을 따로 둬 산업별 전망을 듣도록 했다. 법인세 추계에는 인공지능(AI) 예측모형을 도입했다.
국가재정법도 고쳐 매년 9월 세수 재추계를 정례화했고, 올해 처음으로 이 규정에 따른 재추계 결과를 국회에 제출한다.
그럼에도 오차가 커진 것은 추계의 전제인 반도체 기업 이익 전망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시장 전망(컨센서스)은 올해 본예산을 짠 지난해 7월 81조 원이었다. 추경을 편성한 올해 2월에는 339조 원으로 뛰었고, 현재는 638조 원까지 올라섰다.
상반기 실적도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2월 시장은 양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을 146조 6000억 원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실적은 약 245조 원으로 100조 원 가까이 많았다. 이 실적이 8월 법인세 중간예납에 반영되면서 8월 한 달 법인세는 전년 동월보다 23조 8000억 원 늘었다.
김병철 재경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회귀모형은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계수를 추정하는 방식이어서 예상하지 못한 일시적·우발적 요인이 발생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세수 추계는 경제 전망과 따로 갈 수 없다"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을 쓸 수밖에 없고, 시장 전망이 달라지면 추계도 달라진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번 재추계부터 법인을 상장사와 비상장사로만 나누던 방식에서 벗어나 반도체 기업을 따로 떼어 영업이익을 추정했다. 김 정책관은 "과거 모형과 현재 모형을 각각 돌려 실제 세수 실적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지 봐야 한다"며 "세수 오차가 늘었더라도 모형의 정확성은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변수는 내년 세수에서 더 커질 수 있다. 법인은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이듬해 3월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고, 8월에는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중간예납을 한다. 올해 3월 법인세는 지난해 양사 영업이익(91조 원)을 기준으로 냈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실적에 대한 세금은 내년에 들어온다. 638조 원으로 전망되는 올해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내년 세수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세입예산안의 국세수입은 584조 4000억 원으로 올해 재추계액보다 105조 8000억 원 많다. 올해(104조 70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100조 원 넘게 늘어난다는 전제다.
김 정책관은 "내년 세입예산안이 크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반도체 기업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을 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에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수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원천분을 뺀 올해 법인세 신고분에서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친다. 다만 내년 법인세에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실적이 반영되는 만큼 이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업황이 꺾이면 세수도 크게 줄어든다. 반도체 양사는 2023년 1조 원 영업적자를 냈고, 이 실적이 반영된 2024년 법인세는 62조 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7조 9000억 원 감소했다. 그해 국세수입은 본예산보다 30조 8000억 원 덜 걷혔다.
증시 관련 세수도 변수다. 올해 증권거래세는 12조 4000억 원, 농어촌특별세는 20조 3000억 원으로 추경보다 각각 1조 9000억 원, 6조 70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일평균 증권 거래대금은 5월 106조 2000억 원에서 8월 49조 6000억 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정부는 이같은 감소세를 반영해 거래대금이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보고 추계했다.
63조 원이 넘는 초과세수의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법안은 내국세 세입예산을 넘어선 금액을 초과세수로 보고 기금 재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재추계에서 내국세는 추경보다 56조 20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기금의 기본 재원인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을 단순 합산하면 기금 규모는 210조 원을 웃돌 수 있다.
김 정책관은 "현재 제출된 법에는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며 "어떻게 활용할지는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 청년·지방 등 분야에 투자하는 동시에 세수 결손이 생기면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역할도 맡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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