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둔화에도 세계경제 견조…ECB·IMF "韓 등 AI 수출국이 버팀목"

미·중 성장 둔화에도 AI 수출국 선전…ECB "韓·대만 등이 충격 상쇄"
ADB 韓 성장률 3.2%로 상향…BIS "AI 수출 호황, 일부 기업에 집중"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미국·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배경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기술 수출국이 주목받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한국 등 주요 기술 수출국의 수출과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AI 관련 제품이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기술 투자를 뒷받침하면서 세계 교역과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기구도 최근 잇따라 AI 투자와 아시아 기술 수출 확대가 중동 분쟁과 고유가 등 세계경제의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같은 수출 호황의 효과가 일부 기업과 반도체 공급망에 집중된 점을 취약 요인으로 지적했다.

美·中 부진 메운 韓 등 AI 수출국…세계 교역 전망도 상향

ECB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유로존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전 분기보다 0.8% 성장하며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부진했지만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 주요 AI 관련 수출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 이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두 나라의 부진을 아시아 기술 수출국의 성장세가 일부 메웠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교역에서도 나타났다. 2분기 세계 수입은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해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ECB는 아시아 기술 수출국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한 교역이 나타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ECB는 올해와 내년 세계 수입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4.7%, 4.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보다 각각 0.5%포인트(p), 0.9%p 상향된 수준이다.

OECD 역시 지난 23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AI 투자와 생산의 빠른 증가가 중동 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기술장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부품 생산국의 성장을 자극했고,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과 일본의 기술 수출도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관련 상품 수출이 아시아 지역의 교역 증가를 뒷받침했다고 부연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슈번 소재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US 이스트 1' ⓒ 로이터=뉴스1
ADB, 韓 성장률 3.2%로 올려…IMF도 "AI 가치사슬 국가 성장"

ADB도 같은 날 내놓은 아시아경제전망에서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에 따른 기술제품 수출 호조가 고유가와 무역비용 상승의 충격을 상쇄하면서 아시아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꼽혔다. ADB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6%에서 3.2%로 0.6%p 상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 당시 1.9%였던 성장률 전망치는 5개월 만에 1.3%p 높아졌다.

IMF도 이달 초 세계경제가 에너지 공급 충격을 예상보다 잘 흡수했다면서, 급증하는 AI 투자가 미국뿐 아니라 AI 가치사슬에 편입된 한국 등 국가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을 주요 AI 하드웨어 수출국으로 분류하고 글로벌 기술 사이클이 이들 국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수출가격 뛰며 교역조건도 개선…BIS "반도체 호황 집중은 취약요인"

BIS는 AI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AI 공급망 상류에 위치한 수출국의 수출가격이 수입비용보다 빠르게 상승해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수출 호황이 일부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5개 기업이 전체 수출수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43%로 2년 전 27%보다 16%p 높아졌다.

다만 AI 투자 확대에 힘입은 수출 증가가 소수 기업과 반도체 공급망에 집중된 만큼 현재의 기술 사이클이 둔화할 경우 반대 방향의 충격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가 세계경제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의존도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