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대응에 나랏돈 21조원…GDP 대비 0.7%, OECD 최고 수준
피해지원금 4.8조·최고가격제 5.6조 등…유류세 인하 11월까지 연장
日·스페인 GDP 대비 0.3%·네덜란드 0.1%…OECD "선별 지원해야"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우리나라가 중동 전쟁 이후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에너지 가격 지원 조치의 재정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달한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명목 GDP 기준 약 21조 원에 이른다.
OECD는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토대로 재정비용을 추산했다. 여기에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 3조 3658억 원을 단순 합산하면 지원 규모는 약 24조 4000억 원, GDP의 0.81%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고유가 부담 완화에 나선 데 이어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을 연장·반영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OECD는 비선별적 가격 지원이 재정비용을 키우고 에너지 절약 유인을 약화할 수 있다며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 등에 집중하고 종료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유가 충격에 따른 물가와 경기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추가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만큼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28일 OECD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시행한 에너지 가격 지원 조치의 추정 재정비용은 GDP의 0.7%다.
정부의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을 적용한 명목 GDP 약 3005조 9000억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1조 원이다.
OECD는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등을 위해 편성한 지난 4월 추경의 일부 사업을 토대로 분석했다.
정부는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약 40%인 10조 4000억 원을 고유가 부담 완화에 배정했다.
소득 하위 70% 등을 대상으로 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는 국비 4조 8000억 원을 편성했다.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에는 4조 2000억 원을 마련했다.
농기계·농림·어업인 면세유 보조금과 연안여객선 유류비 지원 확대 등에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2000억 원이 추가 반영됐다.
더욱이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까지 합산하면 GDP 대비 지원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정부는 추경안 편성 당시 유류세 인하를 반영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입예산을 3조 3658억 원 감액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이를 유류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으로 설명했다.
이 금액을 OECD 추산액에 단순 합산하면 24조 4000억 원으로, GDP 대비 약 0.81%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유류세를 휘발유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25%씩 인하하고 있다.
인하 전과 비교하면 L당 휘발유 122원, 경유 145원, 부탄 51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다.
이 같은 지원 기조는 장기화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를 오는 11월 3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올해 4분기에 발생할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약 1조 4000억 원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올해 추경과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올해분 손실보전 재원을 합하면 약 5조 6000억 원이다.
정부가 고유가 지원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 대응 재정비용은 GDP 대비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OECD가 분석한 국가별 재정비용은 일본과 스페인이 GDP의 0.3%, 네덜란드와 에스토니아가 0.1% 수준이었다.
OECD는 유류세 인하와 가격 규제처럼 대상을 선별하지 않는 지원은 재정비용이 크고 철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취약가구와 재무적으로 건전한 중소기업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에너지 가격 안정 시 종료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유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원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환율도 불안정해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고유가 지원을 통해 물가를 낮추는 것은 맞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원유를 모두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 위축 우려가 컸다"며 "중동발 위기가 국내 경기에 큰 충격을 미치지 않은 데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역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고유가 지원이 2분기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만큼 재정 부담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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