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원 대거 짓지만…KDI "지방 자체 운영 역량 불확실"

전국 100개 시·군 병원 건설 추진…평양엔 제2·제3 종합병원
KDI "건물만 지어 안정적 의료서비스 보장 안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평양시 강남군과 강동군에 현대적인 온실과 새 공장들, 병원, 종합봉사소가 세워지고, 읍지구가 짧은 기간에 천지개벽됐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북한이 '보건혁명'을 내걸고 평양과 지방에 대규모 병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과 의료인력, 의약품 공급 등 운영 역량이 뒷받침되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 9월호'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을 '보건혁명의 원년'으로 내세운 뒤 병원 건설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평양종합병원을 준공한 데 이어 올해 2월 열린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향후 5년간 전국 100개 시·군에 병원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도 소재지에는 현대적인 종합병원을 건설하고 평양에는 제2·제3의 종합병원과 새로운 구역병원을 확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규모 병원 건설이 실제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영 기반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병원은 단순히 건물만 짓는다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의약품과 의료용 소모품의 안정적인 공급, 24시간 전력과 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 의료장비 유지·보수, 숙련된 보건의료 인력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과 지방 간 의료 역량 격차가 걸림돌로 꼽혔다. 북한은 병원 건설과 초기 설비를 중앙에서 지원한 뒤 관리와 운영의 상당 부분은 지방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제9차 당대회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새로 건설한 시설 가운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사례를 직접 지적했다는 점을 들어 건설 이후 운영 단계에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범적으로 건설된 강동군병원도 기술부원장 등 핵심 인력과 엑스레이·초음파 장비 등을 평양 시내 병원에서 충원했다는 내부 소식통 인용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지방의 자체적 운영 역량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재정과 인력, 의약품 공급 능력 등 지역별 운영 역량의 차이는 새로 건설된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약품 공급도 과제로 지목됐다. 북한은 지역 약초 자원과 고려약 생산을 통한 자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방식만으로 중증질환 치료와 수술, 응급의료에 필요한 현대적인 필수의약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일부 조달하고 있지만 평양과 지방에서 동시에 추진되는 병원 현대화 사업의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병원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중국에서 대거 들여오고 있다. 의료용 진단기 수입액은 2024년 415만 달러에서 지난해 1424만 달러로 242.8% 급증했다. 산소호흡기·물리치료기기 수입도 같은 기간 124만 달러에서 309만 달러로 149.4%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보건의료 관련 품목 수입액이 전년 동기보다 11.2% 감소했지만, X선·CT·방사선 장비는 206.1%, 붕대·거즈·드레싱은 86.6%, 진단·실험실 시약은 79.1% 증가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신규 병원 건설을 위한 장비·가구 수요에 이어 올해에는 병원을 계속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 수요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기존 무상치료 원칙에서 벗어나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병원의 안정적인 운영 재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북한이 밝힌 보건보험기금은 국가와 기업체, 주민이 공동으로 부담해 조성하는 방식이다. 다만 보고서는 보험료율과 급여 범위, 본인 부담 수준 등을 정하려면 인구구조와 질병 부담, 의료 이용량 등을 토대로 장기적인 재정 추계를 해야 하지만 북한에는 이를 뒷받침할 공식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국 북한 보건혁명의 성공 여부는 외부에서 관찰되는 병원과 같은 대규모 건설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반의 질적 수준 개선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병원이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수의약품과 소모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지역·계층 간 보건의료 격차가 완화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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