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기대에도 유가 100달러대…중동 공급 정상화 내년 2분기 전망

두바이유 117달러·브렌트유 104달러…중동 정세 따라 연일 급등락
글로벌 재고 5억 700만배럴 감소…정제시설 가동도 한계에 근접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는 가운데 원유 생산과 교역은 내년 2분기에나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일부 회복되고 휴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생산 차질을 메워온 재고가 줄어 추가 충격을 흡수할 여력은 약해지고 있다.

원유 수출이 늘어도 소진한 재고를 다시 쌓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중동과 러시아의 정유시설 가동 차질까지 겹쳐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동 정세 따라 급등락…대체 원유 확보에도 웃돈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17.2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106.60달러, 94.61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1% 내린 104.32달러, WTI는 2.3% 하락한 9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가 가격을 끌어내렸지만 브렌트유는 여전히 100달러를 웃돌았다.

양국 협상단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대이란 봉쇄 해제를 포함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수송 재개 기대와 추가 공급 차질 우려가 교차하면서 유가가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이다.

정유업계는 높은 국제유가에 더해 실제 원유를 확보할 때 기준가격에 얹어주는 현물 프리미엄도 부담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최근 미국산 WTI 400만 배럴을 ICE 브렌트유 스왑 가격보다 배럴당 약 24달러 비싸게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도 미국산 원유 200만 배럴을 두바이유 기준가격에 배럴당 약 24달러를 더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도입을 늘렸지만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60%를 웃돈다.

상반기 미국산 원유 비중은 20.5%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보다 4.0%포인트(p) 높아졌다. 중동산 비중은 62.3%로 지난해 같은 기간(68.7%)보다 6.4%p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원유 도입량은 4억 6711만 7000배럴로 지난해보다 8.0% 줄었지만 도입액은 413억 6700만 달러로 8.1% 늘었다.

오만 무산담 해안에서 포착된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IA "재고 다시 채울 때까지 고유가"…생산·교역 회복 내년 2분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중동의 원유 수출 제약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지역의 생산과 교역이 전쟁 이전 평균 수준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내년 2분기로 내다봤다.

이는 우회 송유관과 육상 운송, 선박 간 환적 등을 통해 수출 물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는 전제에서 나온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일부 걸프 산유국은 내년 말까지 생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IA가 예상한 올해 4분기 중동의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석유재고도 하루 170만 배럴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EIA는 "세계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고 재고를 다시 채울 수 있을 때까지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수출과 생산의 점진적인 회복을 가정한 브렌트유 현물 평균가격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 배럴당 90달러, 내년 2분기 77달러, 내년 하반기 67달러다.

다만 전쟁 상황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과 우회 항로의 수송량이 달라질 수 있어 단기 가격 변동성은 전망에 반영한 수준보다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달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중동 공급의 완전한 회복 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은 하루 평균 1억 70만 배럴로 지난해보다 57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 등의 영향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치는 하루 250만 배럴로 공급 감소 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공급 부족을 재고로 메우면서 지난달 글로벌 석유재고는 9500만 배럴 줄었고, 지난 2월 이후 누적 감소량은 5억 700만 배럴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업용 재고는 증가했지만 비상시 활용할 정부 보유 재고는 지난달에만 1900만 배럴 감소했다.

IEA는 "재고는 지금까지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완충 여력이 줄고 세계 정제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시설 가동 차질은 경유 등 석유제품의 공급 회복도 늦추고 있다. IEA는 지난달 걸프 산유국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량이 하루 39만 배럴로 전쟁 이전의 4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중동의 수출 차질에 러시아 정유시설 피해가 겹치면서 두 지역의 경유·가스오일 순수출은 지난 2월보다 하루 160만 배럴 감소했다.

EIA는 미국의 경유를 포함한 중간유분 재고가 이달 1억 배럴 아래로 내려간 뒤 내년 대부분 기간에도 최근 5년간 최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중단의 영향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은 전쟁의 전개 방향에 따라 공급 정상화와 유가 안정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쟁이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고유가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정세도 쉽게 안정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유가가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기보다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봐야 한다"며 "유가를 정부가 미세 조정할 수도 없는 만큼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석유류는 최고가격제가 있기 때문에 1차적 충격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