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만에 찾은 '초대 금통위' 사진…윤보선 손자 제보로 발견
1950년 6월 5일 첫 금통위 당일 촬영…윤보선기념사업회 제공
유화로만 전해지던 초대 금통위원 모습…"역사의 빈칸 메워"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저희 할아버지께서 활동하셨던 초대 금융통화위원들의 단체 사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오랜 기간 행방을 알 수 없던 초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단체 사진을 76년 만에 찾아냈다.
대한민국 제4대 대통령을 지낸 해위(海葦) 윤보선 전 대통령의 손자가 사진의 존재를 한은에 알리면서다. 윤 전 대통령은 1950년 한국은행 설립 당시 농림부 장관 추천을 받아 초대 금통위 정위원으로 활동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아카이브반은 최근 윤 전 대통령의 손자 윤인영 씨의 제보를 계기로 (사)해위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가 보관하던 '제1회 금융통화위원회 단체 사진'을 확보했다.
사진은 1950년 6월 5일 촬영됐다. 한국은행 초대 총재가 임명되고 최초의 금통위가 구성돼 제1차 회의를 연 바로 그날이다.
그동안 한은에 남아 있던 초대 금통위 모습은 1987년 화가 김태가 제작한 제1차 금통위 회의 장면 유화였다. 당시 위원들이 함께 찍은 실제 단체 사진은 한은이 수많은 자료를 찾아도 발견하지 못했던 '역사의 빈칸'이었다.
그러던 중 윤 전 대통령 측에서 "할아버지께서 활동하셨던 초대 금융통화위원들의 단체 사진을 갖고 있다"는 뜻밖의 연락이 왔다.
한은 아카이브반은 곧바로 사진을 소장한 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를 찾아 윤씨와 정보 이용 협약을 체결하고 자료를 제공받았다.
사진에는 초대 금통위 면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앞줄에는 왼쪽부터 김도연 대리위원, 홍성하 정위원, 구용서 정위원, 최순주 정위원, 윤보선 정위원, 이정재 정위원이 앉아 있다. 뒷줄에는 김교철 대리위원, 임문환 대리위원, 하상용 정위원, 김유택 대리위원, 이종현 대리위원, 장봉호 정위원이 서 있다.
사진 하단에는 '第一回金融通貨委員會'라는 문구와 촬영일인 '4283.6.5'가 적혀 있다. 단기 4283년은 서기 1950년에 해당한다.
당시 금통위는 모두 7명의 정위원으로 구성됐다. 재무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당연직으로 참여했고 금융기관에서 2명, 대한상공회의소·농림부 장관·기획처경제위원회에서 각각 1명을 추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중 농림부 장관 추천 몫 정위원이었다. 그는 같은 날 제1차 금통위에 참석해 한국은행 정관과 업무개시일, 지점 설치, 직제 등을 심의·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일주일 뒤인 6월 12일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 개시 13일 만인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창립 초기 기록 상당수는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
초대 금통위 사진의 발견은 한은이 추진 중인 '잃어버린 기록 찾기' 작업의 한 사례다.
한은 아카이브반은 은행 내부에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는 초기 역사의 공백을 채우기 어렵다고 보고 수집 범위를 외부로 넓히고 있다.
제11대 김성환 전 총재의 자료가 유족에게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장남 김내영씨와 협의해 업무 관련 메모와 행사사진, 명함, 기념품 등 441건을 기증받았다.
기록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기도 했다.
한은은 창립 이후 정책 수립과 경제 원조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주고받은 기록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지 아키비스트와 약 3개월간 사전 조사·분석을 벌인 뒤 NARA를 방문해 '1950년 긴급 통화교환조치 관련 협조 요청', '1953년 공식 서명권자 통보', '뉴욕연방준비은행 계좌 개설' 관련 기록 등 국내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핵심 사료 20여건을 수집했다.
한은은 이번에 발견한 초대 금통위 단체 사진을 디지털아카이브에 등록하고 창립 76주년 기념 전시에서 공개했다.
이진룡 한은 아카이브반 전문역은 한은소식 최신호를 통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봐도 여백으로 남아 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며 "오랜 세월 행방이 묘연했던 사진 한 장은 그렇게 한은의 귀중한 사료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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