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단기조달 310조·카드대출 46조…금리·증시 충격시 부담 가중

복합충격시 증권사 자본비율 195%→162%…"채무보증 큰 곳부터 관리 필요"
카드채 조달금리 3%대→4%대 급등…저신용 차주 비중 확대에 건전성 우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2026.9.2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증권사의 단기 시장성 자금조달 규모가 1년 새 30% 가까이 불어나면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도 조달금리 상승과 저신용 차주 중심의 대출 확대가 맞물리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증권사의 기업어음(CP)·단기사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시장성 부채는 309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38조 7000억 원 대비 29.8%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객자금 유입과 기업금융 확대 등으로 증권사 자산·부채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데다, 상반기 중 파생거래 증거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금조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된 영향이다.

한은은 증권사가 시장·신용 여건에 민감한 자산을 보유한 데다, 단기자금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 유동성·신용·시장 리스크 간 연계성이 큰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향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세 가지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도 상존한다. 2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채권 자산 듀레이션은 1.7년으로 상대적으로 장기인 반면, 부채 쪽인 RP매도는 8.5~17.6일, CP·단기사채는 0.46년에 그쳐 상당히 짧은 편이다.

특히 중소형사일수록 RP·CP·단기사채 비중이 높고 만기가 긴 회사채 조달 비중이 낮아 부채 듀레이션이 짧은 것으로 추정됐다.

신용 리스크 측면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축소되며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추세이나, 중소형사의 부동산PF 관련 고정이하여신비율, 즉 전체 여신 중 부실 위험이 커 회수가 불확실한 채권으로 분류된 대출의 비율은 2분기 말 2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취급한 채산성 낮은 PF 사업장의 부실이 지속되고 있는 영향이다. '고정' 이하로 분류된 부실 사모사채 규모도 2분기 말 1조 5400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과거 2022년 사태와 같이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 여건 악화 등의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채무보증 이행에 따른 신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증권사의 유가증권 규모가 2분기 말 559조 2000억 원까지 늘어난 가운데, 이 중 채권이 56.2%를 차지해 금리 상승기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합충격시 자본비율 195%→162%…"채무보증 큰 곳부터 점검"

한은은 이런 리스크가 실제로 현실화하는 상황을 가정해 증권사 36곳을 대상으로 유동성 및 자본적정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2020년 수준의 자산가격 조정, 2022년 수준의 자금경색, 그리고 두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충격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테스트 결과 복합충격 시나리오에서 전체 증권사의 유동성확보비율은 106.4%까지 하락했다. 유동성확보비율은 3개월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같은 기간 예상되는 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자산가격 조정과 자금경색 시나리오에서는 각각 108.9%, 106.7%로 나타나, 자금경색 충격의 영향이 자산가격 조정보다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조정순자본비율은 2분기 말 195.4%에서 복합충격시 162.0%까지 33.4%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산가격 조정과 자금경색 단독 시나리오에서는 각각 179.4%, 167.9%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증권사별로 보면 모든 회사의 자본비율이 100%를 웃돌았다.

한은은 특히 자기자본 대비 위험액과 채무보증 부담이 크고 운용구조가 서로 비슷한 증권사들의 경우 복합충격시 유동성확보비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채무보증 이행에 따른 자금 유출과 인수자산 손실이 유동성과 자본에 함께 부담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채무보증 부담이 큰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와 손실흡수 여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카드채 조달금리 4%대로 급등…저신용 차주 대출 절반 이상

카드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과, 중저신용 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대출 증가가 맞물리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카드대출, 즉 카드론·현금서비스·대출성 리볼빙 잔액은 2024년 말 45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44조 9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6월 말 46조 원으로 다시 늘었다.

조달 여건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과거 3%대 중반 금리로 조달한 카드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신규 발행금리는 올해 7~8월 중 4%대 중반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단기물 발행 비중을 크게 늘렸는데, 만기 도래 규모도 과거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어 차환 부담이 점차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말부터 1%대 후반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이는 연체액 감소보다는 부실채권 매각·상각 확대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 늘어난 카드대출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저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이 상승하고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카드사의 복원력은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수익 기반 약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시 조달비용 증가와 자산건전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복원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6월부터 7월 사이 코스피가 9115까지 상승했다가 5594까지 급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단기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뚜렷한 불안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실물경기 충격을 동반했던 과거 위기와 달리, 이번 변동성 확대는 인공지능(AI) 수익성 기대 변화와 반도체주 쏠림에 주로 기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주가가 6월 말 대비 40% 수준 추가 하락하고 회복이 지연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영향을 점검한 결과,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업권의 평균 자본비율이 기준시점 대비 하락하지만 규제기준은 여전히 상회해 손실흡수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불안지수는 이 시나리오에서 3.7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돼, 지난 7월 실제 주가 급락 당시의 상승폭인 1.2p보다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융 취약성이 높은 상태에서 증시 변동성 확대가 반도체 등 정보기술 업황 부진, 대외 금융여건 악화 등을 동반할 경우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의 주식·파생상품 포지션 쏠림과 헤지 현황을 점검하고 차주의 투자행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고도화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