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면 집값은 우상향"…다주택자, 양도세 깎아줘도 집 안 판다
매도 유인 30%→8.9%로 '뚝'…기대심리가 세제개편 효과 좌우
강남 잡자 중랑·성북 '풍선'…가계대출 총량 풀리며 재확대 우려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향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가 강할수록 매도 유인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에서는 고가주택 밀집 지역과 중저가 지역의 가격 움직임이 엇갈리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아파트 가격이 최근 서울 상승률 수준인 연평균 8.2%씩 오를 것으로 기대할 경우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기간인 2027년 중 매도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 비중은 8.9%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상승 기대가 전국 기준 연 1.1% 수준으로 낮아지면 매도 유인이 있는 가구 비중은 30.4%까지 높아졌다. 수도권 기준 상승률인 연 3.5%를 적용하면 19.8%였다.
한은은 다주택자가 2027년 집을 팔아 양도세 중과 완화 혜택을 받은 뒤 매도대금을 국고채 5년물 금리로 운용하는 경우와, 집을 계속 보유하며 보유세를 부담하되 임대소득과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얻는 경우를 비교해 2030년 시점 순자산이 더 큰 쪽을 매도 유인이 있는 가구로 정의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 믿을수록 보유를 통한 기대이익이 세제 혜택을 앞지르면서 매도를 미루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8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과 8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주택 보유 유인을 낮추는 한편, 2027∼28년에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도를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해 임대인의 실거주 전환이나 매도도 유도하기로 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택지 착공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담겼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대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세 강화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매도 물량이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책 발표 전인 7월 27일 대비 9월 14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1.28% 내렸고 서초구는 0.94% 하락했다. 송파구는 0.34% 상승에 그쳤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이어지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랑구는 3.46%, 성북구는 3.36%, 서대문구는 3.15%, 강북구는 2.92% 올랐다. 세 부담 강화로 고가주택 수요는 억제됐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2017년 이후 주요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와 비교했다. 대책 발표 후 6주가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호로 과거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16%로 과거 평균인 0.10%를 다소 웃돌았다. 매물 증가나 가격 상승 둔화 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과거 대책 발표 이후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신규 주택이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번 대책의 효과는 결국 향후 집값에 대한 기대 심리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 지원이 강화된 상황에서 높은 집값 상승 기대가 이어질 경우,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중저가 주택 매수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주택 매매거래 증가와 주식투자자금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빠르게 늘다가, 8월 들어서는 금융기관의 대출 취급 규모가 총량 한도에 다다르면서 증가세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한은은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주택가격이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집값 상승 기대도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만큼,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도 여전히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2분기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은 2792조 5000억원, 관련 보증은 1114조 7000억원, 금융투자상품은 400조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명목GDP 대비 비율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94.4%로 전년 말보다 8.4%포인트(p) 낮아졌고, 보증은 37.7%로 3.1%p, 금융투자상품은 13.5%로 1.0%p 각각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하향 추세를 이어갔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부동산·건설업종 기업대출이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증가율이 마이너스에서 2.0%로 상승 전환했고, 사업자보증 증가율도 마이너스 2.4%에서 5.7%로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관련 대출 관리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익스포저 증가세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주택공급 확대 과정에서 관련 익스포저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생산성과 사업성에 기반한 선별적 자금 공급으로 부동산 부문의 잠재 리스크 누적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향후 정책당국은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주택가격 기대심리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거시건전성정책 강화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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