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동반 타격…4분기 韓 경제 '3% 성장' 시험대
8월 원화 실질가치 11개월 만에 최고…9월 두바이유 평균 29.8% 상승
호르무즈 해협 등 원유 공급 불안…미중 정상회담·ADB 전망 주목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중동전쟁 재격화와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4분기가 올해 '3%대 성장' 달성의 시험대로 떠올랐다. 고유가와 원화 약세가 물가를 자극해 소비·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어서다.
8월까지만 해도 원화 강세와 환율 하락이 유가 부담을 일부 상쇄했지만, 9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달 1~18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5.23달러로 한 달 전보다 29.8%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까지 반등했다. KDI가 3.2% 성장률 전망의 전제로 삼은 연간 두바이유 가격 86달러를 크게 웃돈다.
오는 2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동 갈등과 원유 공급 불안을 완화할 방안이 나올지, 23일 발표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한국 성장률 전망이 3%를 넘어설지가 향후 성장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2020년=100)은 89.89로 전월(85.45)보다 5.2% 상승해 지난해 9월(90.5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6월 83.04까지 떨어졌다가 두 달 연속 오른 것이다.
달러·원 환율(명목환율)은 하락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은 7월 1488.92원에서 지난달 1404.35원으로 84.57원(5.7%) 내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유가가 뛰고 환율 하락세도 멈추면서 여건이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1~18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5.23달러로 지난달 평균보다 29.8% 높았다. 지난 9일 122.01달러로 120달러를 넘어선 뒤 16일에는 128.0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8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각각 100.30달러, 103.87달러로 100달러를 웃돌았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 21일에는 오후 3시 30분 기준 1381.0원으로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3거래일 연속 1380원대에 머물렀다.
아직 7·8월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유가가 추가로 오르면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미국의 통화긴축도 더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여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유가와 환율이 함께 오르면 원유와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원화 비용이 커진다. 이는 석유제품 가격뿐 아니라 제조업 생산비와 운송·유통비를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연간 3%대 성장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줄어 소비 회복이 제약되고, 기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투자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는 국내외 다수 기관이 3%대 성장을 제시해 왔다. 먼저 정부는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높였고, KDI는 8월 수정전망에서 3.2%로 상향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전망치를 3.3%로 높였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도 지난해 말 2.0%에서 지난 7월 말 3.2%로 올랐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 국면은 성장 전망의 전제를 흔들고 있다.
KDI는 8월 수정전망 당시 두바이유 기준 원유 도입단가를 연간 배럴당 86달러로 가정했다. 그러나 이달 1~18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115.23달러로 이 전제보다 29.23달러(34.0%) 높았다.
아울러 KDI는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 가치는 최근(8월)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가가 오르면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달러 결제 수요가 늘어날 뿐 아니라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해소돼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의 상승 압력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유가가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최대 변수는 국제유가"라며 "고유가가 당장은 달러 강세를 자극하겠지만, 유가가 진정되거나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 결국 달러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내 환율의 적정 범위로 1280~1420원을 제시했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국내 물가와 금리 부담도 커진다.
류진이·김세영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브렌트유가 평균 120달러에 이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후반까지 높아지고, 내년 1분기에도 3% 내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도 장기화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미 금리차 확대와 달러 강세·원화 약세,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경로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운다.
유가 흐름의 분수령으로는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거론된다. 중동 갈등과 원유 공급 불안을 완화할 방안이 나올지가 핵심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당장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재개되거나, 원유 공급이 즉각적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한 해협 통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는 않지만 중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최대 구매국으로,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이란을 직접 압박하기보다 제한적인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회담에서 원론적인 확전 자제와 대화 필요성은 확인될 수 있으나, 곧바로 통항 재개나 공급 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과 함께 오는 23일 발표되는 ADB의 수정 경제전망도 주목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최근 유가 상승을 반영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3%를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thisriv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