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쿠팡 조사 집행정지 매우 중대…현장조사 실효성 무력화"

강제조사권·특사경 도입 검토할 상황 아냐…"대부분 기업 조사에 협조"
美하원 법사위 '입국제한' 움직임엔 "연연 않고 비차별 집행"…국고채 "조만간 결론"

21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집행정지 신청으로 공정위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 결정 처분의 효력이 법원 결정으로 잠정 정지된 것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상황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제도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 정치권의 쿠팡 관련 문제 제기에도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절차적 공정성에 따라 법 집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고채 금리 담합과 네이버·두나무 기업결합 심사 등 주요 사건도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장조사 실효성 무력화…강제조사권 도입은 검토 안 해"

주 위원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대해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해 공정위 조사가 무력화된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앞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쿠팡을 상대로 한 대규모유통업법 집행 과정에서 법원이 현장조사 결정 처분의 효력을 잠정 정지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 현장조사는 피조사자의 동의를 구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형사적 압수수색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며 "기업의 영업이나 생산 활동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일 정도 현장조사를 유보하면 실질적으로 현장조사의 실효성은 무력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소상공인의 권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다만 현장조사 거부 논란을 계기로 강제조사권이나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현재 조사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던 것은 2개 사건"이라며 "대부분의 조사는 기업의 협조를 잘 받아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았던 강제조사나 특사경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조사 담당자 개인을 겨냥한 음해성 보도와 감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사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현장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강압조사 논란과 관련한 감사를 보고받았고, 감사 결과 일부 보도된 것과 같은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직원의 협박이나 강압, 인권 침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런 원칙 아래 절대로 적극적으로 조사할 것을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美하원 입국제한 움직임 연연하지 않아…차별 없이 법 집행"

미국 정치권에서 공정위의 쿠팡 관련 법 집행을 문제 삼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기존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6일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조사하거나 규제한 외국 정부 당국자의 미국 입국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심사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쿠팡 관련 공정위 법 집행을 거론하며 관련 당국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주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외교부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공정위는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면서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비차별적으로 법 집행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법을 집행한 역사는 25년이 넘는다"며 "대한민국은 IT 강국이자 플랫폼 경제 최전선에 있는 경제로서 해외 기업에 대한 법 집행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다른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법 집행의 비차별성이나 절차적 불공정성이 문제 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소송과 허위자료 제출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동일인 지정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데 대해 "동일인 지정은 매년 이루어지는 판단이기 때문에 올해 판단을 계속 정지하고 있으면 올해 판단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내년에 다시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사법부가 이 문제는 빨리 판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위자료 제출 여부와 관련해서는 "종전에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조사 결과 그와 반대되는 자료가 있었다"며 "자료 검토를 통해 위법사항을 확인하고 있으며 신속히 검토를 마무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지난주 방미 기간 EU와 미국 경쟁 당국 고위급 인사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쿠팡 등 개별 사건보다는 경쟁법 집행의 전반적인 방향과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 뉴스1 구윤성 기자
가격재결정명령 효력정지엔 "매우 유감"…국고채 담합 "조만간 결론"

최근 법원이 제지·제분업체에 내려진 가격재결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 위원장은 "가격재결정명령을 통해 주기적으로 가격 재결정과 경쟁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법부의 본안 판결에서 이 부분을 잘 살펴줄 것을 기대하고 저희도 무겁고 신중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재결정명령이 어떤 회복할 수 없는 침해를 야기하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문"이라며 "가격재결정명령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면 소비자 전체와 원자재를 사용하는 생산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이 큰 국고채 금리 담합 사건은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세 차례에 걸친 전원회의 심의를 마쳤다"며 "국고채 입찰제도 자체가 일반적인 입찰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했고 조만간 합의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두나무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는 데 대해서는 "2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간 결합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경제분석과 필요한 자료가 매우 많다"며 "열 차례 이상의 자료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기업결합 심사였다"고 설명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