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사령탑' 이형일號 출범…반도체 호황 민생 확산·물가 안정 과제

청년 고용 회복·부동산 세제 보완…대미투자 후속협상도 과제
초과세수 관리·신산업 투자 병행…경제팀 정책 조율도 시험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9.15 ⓒ 뉴스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새 경제팀이 출범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청년·제조업·건설업 고용 부진과 물가 불안, 가계부채 등 민생 현안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를 고용과 내수로 확산하고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대미 투자 후속 협상에서 투자 한도와 자금 회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활용하는 동시에 세입·예산 기능이 나뉜 경제부처 간 정책 조율력을 높이는 것도 새 경제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22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이 부총리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이 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별도 취임식 없이 내부적으로 취임사만 발표한 후 곧바로 업무에 들어간다.

반도체 호황에도 청년 고용 한파…물가 안정·신산업 육성 시급

반도체가 이끄는 경기 회복세를 고용과 내수 등 민생 부문으로 확산하는 일이 이 부총리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8만 4000명 늘었지만 청년층 취업자는 14만 3000명 줄어 46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도 각각 3만 8000명, 3만 2000명 줄었다.

물가 안정도 시급한 과제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물가에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통신요금 할인의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2.5% 수준이지만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2% 높았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10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도 두 달 연장했다.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종료 시점을 없애 사실상 무기한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만큼 이 부총리는 기름값을 억제하면서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과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등 재정 부담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물가안정은 민생경제의 기본이자,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이라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고 농축산물, 석유류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통 구조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동력을 다른 산업으로 넓히는 일도 새 경제팀의 숙제다.

이 부총리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미래 청정에너지·우주항공·첨단바이오 등 7대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콘텐츠·푸드·관광·모빌리티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도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확보된 정책 여력을 발판으로 기존 산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 뉴스1 권현진 기자
부동산 세제 보완·임대공급 확충…가계 빚 관리도 과제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세제 개편안 보완도 이 부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달리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취학과 직장 변경·전근,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을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로 제시했지만 국회에서는 예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 부총리는 비거주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사유와 관련해 "국회에서 심도 있게 이 부분을 토론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봐서 필요하면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개인 다주택자보다 장기 민간임대법인을 중심으로 임대 공급을 확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민간의 임대 공급을 늘려야 된다는 건 제 소신"이라며 "개인 다주택자보다는 장기 민간임대법인 형태로 가야 20년 이상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를 병행하는 것도 과제다.

이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에 대해 반도체 호황으로 해외 유동성이 유입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선제적으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재정경제부 출입구. ⓒ 뉴스1 김기남 기자
대미투자 안전장치 확보…초과세수 운용 원칙도 세워야

대미 투자 후속 협상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이 부총리의 주요 과제다.

정부는 전체 3500억 달러 투자 구상 가운데 조선협력투자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사업과 집행 조건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현재 한미 간 대미 전략투자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는 알래스카 LNG와 웨스팅하우스 투자 등이 거론된다.

더욱이 정부는 향후 협상에서 연간 투자 한도를 지키면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일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여러 사업의 손익을 합산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리스크 풀링' 등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대미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관리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는 일도 새 경제팀의 주요 현안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고 향후 세수 부족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일반예산을 대체해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이 부총리는 "대규모 세수가 들어왔을 때는 단년도 회계연도를 뛰어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금운용계획도 국회 심의를 거친다는 점을 들어 재정 통제 장치가 작동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세입은 재경부가, 예산과 재정정책은 기획예산처가 맡는 구조에서 부처 간 정책 조율도 중요하다. 경기·물가·세제·재정·금융 등 주요 정책이 여러 부처에 걸친 만큼 경제부총리의 조정력이 요구된다.

이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로서 각 부처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경제팀을 원팀으로 이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처 간 이해를 넘어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결정에 책임을 지고 실천하는 경제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