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노인이 더 쓴다"…노년층 적자 189조원, 처음 유년층 추월

전체 생애주기 적자 4년 만에 감소…소비 재원 중 노동소득 비중 커져
28세 흑자 진입·61세 적자 전환…45세 연 1932만원 최대 흑자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한 아이가 할머니 품에 안겨 잠들고 있다. ⓒ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층의 인구와 소비가 늘면서 소비에서 노동소득을 뺀 '생애주기 적자'가 189조 원에 육박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유년층 적자를 넘어선 것으로, 고령화와 함께 노년층의 소비 규모가 빠르게 커진 영향이다.

1인당 기준으로는 28세부터 흑자 구간에 진입해 45세에 최대 흑자를 기록한 뒤 61세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적자 재진입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24년 61세로 늦어져, 노동소득을 벌어 소비를 충당할 수 있는 기간은 과거보다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애주기 적자는 노동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를 웃돌면서 4년 만에 감소했다. 노년층과 유년층의 적자는 늘었지만 노동연령층의 흑자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노년층 적자 188조9000억원…인구 증가·보건소비 확대 영향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4년 국민이전계정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노년층 생애주기 적자는 188조 9000억 원으로 전년(179조 4000억 원)보다 5.3% 증가했다.

유년층(0~14세) 적자는 같은 기간 184조 4000억 원에서 186조 2000억 원으로 1.0% 늘었다. 2023년에는 유년층 적자가 노년층보다 약 5조 1000억 원 많았지만 2024년에는 노년층이 약 2조 7000억 원 웃돌았다.

생애주기 적자는 소비에서 노동소득을 차감한 금액이다. 소비에는 개인과 가계의 지출뿐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보건 등 공공서비스도 포함한다. 연금이나 이자·배당 등은 노동소득에 포함하지 않아 실제 가계의 적자나 빚과는 구분한다.

노년층 소비는 263조 7000억 원으로 전년(244조 원)보다 8.1% 증가했다. 노동소득은 74조 8000억 원으로 15.7% 늘었지만 증가액은 10조 2000억 원으로 소비 증가액(19조 7000억 원)에 못 미쳤다.

노년층 공공소비는 102조 2000억 원으로 8.9%, 민간소비는 161조 5000억 원으로 7.6% 각각 늘었다. 공공소비 중 보건소비는 57조 1000억 원으로 8.0%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노년층 소비는 2014년 102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263조 7000억 원으로 약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유년층 소비 증가율은 38.5%였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노년층 생애주기 적자가 유년층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년층 인구는 계속 줄고 노년층 인구는 늘어나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년층은 공공보건소비를 비롯한 공공소비와 민간소비가 유년층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며 "노동소득이 함께 늘고 자산소득과 저축 등 소비를 충당할 재원도 탄탄해지면서 과거보다 소비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체 적자는 4년 만에 감소…28세 흑자 진입·61세 적자 전환

노년층과 유년층 적자가 늘었지만 노동연령층(15~64세) 흑자가 확대되면서 전체 생애주기 적자는 감소했다.

노동연령층 흑자는 155조 원으로 전년(136조 4000억 원)보다 13.7% 증가했다. 노동소득은 1214조 9000억 원으로 4.0% 늘어 소비 증가율(2.7%)을 웃돌았다.

전체 생애주기 적자는 220조 1000억 원으로 전년(227조 4000억 원)보다 7조 3000억 원(3.2%) 줄었다. 2020년 이후 4년 만의 감소다.

전체 소비는 1509조 8000억 원으로 3.4%, 노동소득은 1289조 7000억 원으로 4.6% 각각 증가했다. 노동소득 증가액이 56조 9000억 원으로 소비 증가액(49조 6000억 원)보다 컸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소비 자체가 줄면서 생애주기 적자가 감소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와 노동소득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노동소득 증가액이 더 컸다"며 "소비 재원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민간 자산재배분의 역할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12월 비상계엄으로 연말 소비가 늘어나지 못하면서 전체 소비 증가를 제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소득에서 저축을 뺀 민간 자산재배분 규모는 210조 4000억 원으로 전년(245조 3000억 원)보다 34조 9000억 원 감소했다.

1인당 생애주기를 보면 0~27세에는 소비가 노동소득보다 많아 적자를 기록했다. 28세부터 흑자로 전환해 60세까지 33년간 흑자를 유지했고, 61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적어지면서 다시 적자에 진입했다. 흑자 진입과 적자 전환 연령은 전년과 같았다.

최대 흑자 연령은 45세로 연간 노동소득 4651만 원에서 소비 2719만 원을 뺀 흑자 규모는 1932만 원이었다. 노동소득도 이 연령에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었다.

1인당 소비와 적자가 가장 많은 연령은 16세로 각각 4604만 원이었다. 유년층 소비에는 교육, 노년층 소비에는 보건 지출의 영향이 컸다.

2010년 이후 흑자 진입 연령은 27~28세 수준을 유지했지만 적자 재진입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24년 61세로 늦어졌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