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주식 대신 '글로벌 채권' 위탁…10억 달러 내외 전환
미국 벗어나 세계로…고난도 투자 지원, 국내 운용사 실력 양성
국내 위탁 비중 10% 목표 유지…전체 주식·채권 비중도 그대로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해외 주식 자금 중 10억 달러 안팎을 글로벌 채권 운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간 투자가 많이 늘어난 해외 주식 대신 운용 난도가 높은 국제 채권 부문을 지원해 국내 운용사의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국내사 위탁 비중을 10%까지 높이겠다는 기존 목표는 유지한다. 한은 외화자산 전체의 주식·채권 비중도 바뀌지 않는다.
한은은 16일 이러한 '국내 운용사 대상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김정훈 한은 외자운용원 위탁운용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3개사 총합 10억 달러 내외를 주식에서 채권 쪽으로 넘기려 한다"며 "회사들과 협의하면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사에 맡긴 주식 자금은 해외 운용사 펀드로 이전하고, 채권 부문에서는 국내사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국내·해외 운용사 비중만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며 "주식·채권 비중의 변화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에 따른 환전 수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국내 5개 운용사에 맡긴 위탁 원금은 지난 7월 말 기준 32억 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위탁금 구성은 지난해 말 기준 선진국 주식 패시브 19억 2000만 달러, 미국 종합채권 7억 달러, 중국 주식 5억 9000만 달러 등이었다.
한은은 이 중 선진국 주가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 지원을 줄이기로 했다. 국내 해외주식 펀드 순자산이 2020년 27조 7000억 원에서 올해 6월 163조 원으로 급증하는 등 민간 시장이 성장해 지원 필요성이 줄었다고 판단했다.
대신 미국 종합채권 전략을 여러 국가·통화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으로 바꾼다. 각국 통화정책과 경기·환율 차이를 분석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조석방 외자운용원 외자기획부장은 "통화·국가별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차이 등을 고려하는 적극적인 펀드 운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재편이 국내사 지원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운용 난도가 높은 채권 펀드로 전환하면 국내사가 받는 보수도 늘어난다.
김 팀장은 "지급 운용보수가 두 배 넘게 오른다"며 "한정된 재원 아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사 위탁 비중을 10%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목표는 유지했다. 조 부장은 "외환보유액이 다시 안정적으로 늘면 국내사에 우선 배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 또는 1~2년 내 달성은 확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탁운용은 펀드 설정·운용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외환보유액이 한두 달을 넘어 안정된 증가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은은 이번 지원이 국내 운용사의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은의 자금으로 해외 채권 투자 경험·실적을 쌓아 다른 기관 자금도 맡아 운용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다.
조 부장은 "이번 재편의 취지는 한은 자금에 의존하라는 게 아닌,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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