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이번주 발표 촉각…'2000억달러 한도·투자구조' 막판 변수
정부, 17일 국회 보고 후 18일 발표 방안 거론…최종 확정은 아직
1호 투자 엔시날 복합발전소 유력…투자 총액한도 등 지켜질지 관심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첫 사업을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오는 18일 발표가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막판까지 투자 사업과 이행 방식을 둘러싼 조율이 이어지면서 일정과 발표 내용은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발표에서는 양국이 지난 관세 협상 당시 합의한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의 직접투자 한도가 지켜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발전소의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데다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투자 규모와 위험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1호 사업을 비롯한 투자 계획을 조만간 공동 발표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오는 17일 국회 보고를 거쳐 18일 발표하는 일정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정부 안팎에서는 18일을 발표 시점으로 보고 관련 일정을 조율해 왔다. 하지만 최근 외교당국과 대통령실 등에서는 대미 투자 협상 상황과 발표 일정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이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초 거론됐던 일정이나 발표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표 시점으로 거론되는 18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맞물려 있다. 조 장관은 당초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18일을 전후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이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변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외교장관의 정식 양자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2월 워싱턴 회담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조 장관의 방미 및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일정이 대미 투자 발표와 연계될 경우, 투자 협상을 계기로 최근 다소 꼬인 한미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핵추진잠수함 등 그동안 진전을 내지 못했던 안보 분야 후속 협상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대미 투자 협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만큼 조 장관의 방미 및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일정 역시 최종 확정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미국 측과 막판 조율을 벌인 뒤 지난 13일 귀국했다. 정부가 당초 18일을 유력한 발표 시점으로 검토한 배경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일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협상 상황에 따라 발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대미 투자 후속 사업으로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텍사스 엔시날 지역의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텍사스에 총 6.3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한국 측이 검토했던 사업비는 200억 달러 안팎이었지만 미국 측이 250억 달러를 요구했고, 이후 양측이 223억 달러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투자의 첫 사업부터 당초 예상보다 투자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사업성뿐 아니라 향후 비용과 위험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최대 8기의 대형 원전 건설이 거론된다. 한국형 APR1400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혼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1기당 사업비를 150억 달러로 단순 계산하면 8기 건설에만 약 12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알래스카 LNG 사업도 후속 협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엔시날 발전소나 원전과 달리 사업성과 구체적인 참여 조건 등을 추가로 검토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현재 거론되는 사업은 모두 미국의 전력·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등이 한국 기업에는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투입되는 만큼 사업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이번 발표에서 사업 자체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당시 합의한 총 2000억 달러의 직접투자 한도가 실제로 지켜지느냐다.
지난 13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뒤 귀국 길에 기자들과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총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투자 한도는 당초 미국과 합의한 대로 지켜질 것"이라며 한도를 초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서면질의 답변에서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한·미 양국이 MOU를 통해 명확히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설명만 놓고 보면 투자 한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실제 정부가 지난 6월 확정한 시행령도 대미 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한국에 배분되는 예상 수입으로 투자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협상 과정에서는 당초 합의와 달라진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한·미 양국은 여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상위 투자 SPV(Special Purpose Vehicle·특수목적기구)에서 통합 관리해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투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우산형 구조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7일 열린 한미 전략투자운영위원회에서는 프로젝트별 SPV를 통해 각각 수익과 손실을 정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특정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상쇄하는 위험 분산 장치가 약화하는 셈이다.
여기에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엔시날 발전소의 사업비가 당초 200억 달러 안팎에서 223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점도 변수다. 미국이 당초 합의한 투자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을 직접 요구하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 확인은 없지만, 사업비가 커질수록 2000억 달러라는 전체 투자 한도 안에서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18일 발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무엇에 투자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업 규모와 투자 구조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당초 합의한 2000억 달러 한도와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어떻게 지켜낼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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