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5% 돌파…영끌족부터 반도체까지 '고금리 청구서' 날아든다
대출금리 0.5%p 오르면 주담대 연 81만 원 추가 부담…내수 제약
회사채 1년 새 8배 더 찍어낸 IT 공룡들…AI 속도조절 땐 수출 흔들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고금리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미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시장금리를 밀어 올려 내수를 제약하는 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속도 조절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수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지난 두 달간 유가 급등으로 수입·원가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마저 불어나 기업·가계가 전방위적으로 압박받는 양상도 우려된다. 여기에 금리 상승과 미국의 긴축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가 겹친다면 물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1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현지시간) 장중 5.01%까지 올라 2023년 10월 이후 처음 5%를 넘어섰다. 중동 불안과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지속 가능성,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등이 맞물렸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점인 미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회사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미친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면 신규·대환 주택담보대출 등 금리에 반영되고, 기존 변동금리 대출도 금리 재산정 시점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p) 오를 경우 주담대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 7000억 원, 자영업자는 3조 6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의 2분기 차주별 통계에 같은 폭의 금리 상승을 단순 적용하면 가계대출 차주 1인당 추가 부담할 이자는 연간 약 49만 원, 주담대 차주는 약 81만 원에 이른다. 실제 부담은 금리 전가 폭과 대출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이자 지출이 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기업들도 회사채 신규 발행과 만기 채무 차환 때 금융 비용이 커져 투자 여력이 제한된다. 특히 차입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 낮은 중소기업·자영업자는 추가 이자에 고유가에 따른 원가 상승까지 모두 함께 감당해야 한다.
정부도 국고채 신규 발행과 차환 비용이 확대돼 재정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가계와 기업 지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역량에도 부담이 더해지는 구조다.
물가 자극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높은 장기금리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 같은 양의 원유·원자재 수입에도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 물가에 가하는 충격을 완충한 바 있다. 지난달 유가 오름세에도 환율은 수입 물가를 낮추는 방향(전월 대비 -2.4%)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가 재개되면 완충 효과는 사라진다. 수입 원가 상승이 국내 제품·서비스 가격에 전가돼 가계는 이자 부담과 생활비 증가를 모두 떠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달 중동 갈등 재고조에 따른 유가 급등에 수입 물가 부담은 지난달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8월 15.6% 오른 뒤 이달 들어 10일까지 23.8% 더 치솟았다.
다만 미 국채금리 상승이 곧바로 달러 강세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환율은 수출 기업의 달러 공급과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흐름 등에도 좌우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기록해 긴축 경계감이 최고조"라면서 "연준이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 기조를 드러내면 현 99.45인 달러 인덱스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를 줄여 한국 경제를 타격할 여지도 있다. 이달 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5개사의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의 8.3배로 불어났다.
데이터센터·AI 인프라 투자가 외부 조달에 강하게 의존한 터라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도 "향후 AI 투자 흐름이 금융 여건 변화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높아진 조달 비용과 AI 수익성 우려가 실제 투자 조정을 촉발할지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 한국 반도체 수요와 수출 증가세는 제한될 수 있다. 지난달 한은의 기본 전망은 AI 투자가 상당 기간 증가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경제 연구기관 TS롬바드는 14일 미 장기금리 상승과 관련해 "10년물 5%는 합리적인 수준이나, 문제는 5% 돌파의 이유"라면서 "공급 충격이 아닌 노동시장 재가속과 추가 긴축 전망이 5% 돌파를 이끄는 순간, 압축된 주식 위험 프리미엄(ERP)은 지탱하기 어려우며 특히 IT 부문의 외부 자금 의존이 강해진 뒤라면 더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향후 AI 관련 투자에 더 높은 수준의 위험 부담 비용이 요구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AI 수익화 지연과 차입비용 확대로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상당 폭 조정되는 '반도체 비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2.9%) 대비 0.4%p 깎인다.
최근 미국·이란 간 충돌을 고려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는 별도 비관 시나리오에서 내년 성장률 하락 폭을 0.3%p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두 비관 시나리오가 동시에 현실화하는 경우 "금융여건, 소비심리, 기업투자 등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파급효과가 개별 충격의 단순 합산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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