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자리 증가분 81% 수도권 집중…지방은 '피지컬 AI' 고용 충격 우려

생성형 AI 고노출 직업 3년간 24.7만 명↑…80.8%가 수도권
AI 지역격차 해소하려면…지방 제조 연계 R&D 육성 등 제안

(자료사진)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인공지능(AI) 확산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일자리·임금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최근 3년간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취업자가 24만7000명 늘었지만, 증가분의 80.8%인 19만9000명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에이전틱 AI의 경우 수도권 편중이 더욱 심해 증가분의 88.3%가 수도권에 몰렸다.

반면 제조업 생산기지가 밀집한 비수도권은 로봇 등 피지컬 AI 확산으로 고용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지역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제품개발·공정개선 등 고부가가치 기능을 키우고 지방의 전문인력을 육성한다면, AI가 오히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은은 제안했다.

한은 조사국 소속 김보성 차장·정민수 팀장 등은 15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지역 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AI 영향 큰 직업 3년간 25만명↑…수도권 19.9만명 '싹쓸이'

연구진이 2023~2025년 기간 15~59세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노출도 상위 33% 직업의 취업자는 24만 7000명 증가했으며, 이 중 수도권 취업자가 80.8%(19만 9000명)를 차지했다. 노출도는 업무의 AI 활용·자동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일을 스스로 계획해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의 수도권 편향은 더욱 뚜렷했다. 지난해 고노출 취업자 증가분 10만 5000명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88.3%(9만 3000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AI가 인력 대체보다 시장 확대에 활용됐거나 기존 취업자 업무의 일부만 자동화했을 가능성을 예상했다. 생성형·에이전틱 AI의 영향권에 놓인 수도권에서는 AI가 고용을 줄이기보다 직원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주로 쓰였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AI가 단순 사무 업무는 대체했지만, AI로 생산성을 높인 숙련 전문직의 중요성은 되레 커졌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 수도권은 AI 관련 취업자가 늘었음에도 인력 부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이전틱 AI 고·중노출 직업의 실질임금은 지난해 수도권에서 빠르게 상승했으나, 비수도권에서는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AI 관련 전문성·경험을 갖춘 인력이 수도권에서 특히 모자란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인력 75%가 수도권에…지방 '생산기지' 한계 넘어서야

지역 간 일자리 격차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74.4%, 정보통신·금융보험 등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71.9%(2024년 기준)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AI 투자마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생산성·임금 격차가 벌어져 인재 쏠림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로봇 등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노출도는 수도권 밖인 경북·전남·충북·울산에서 높았다. 연구진은 "고용 충격 또한 비수도권에서 비대칭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방 제조업에 AI를 도입해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서는 제품개발·공정개선 기능을 개발한다면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도 있다.

AI 발전에 따라 향후 기획·R&D 업무의 상당 부분은 산업 현장에서 이뤄질 공산이 큰데, 지방에는 이러한 현장 일자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공장에서 상주하며 현장 지식을 AI 제품에 적용하는 전방배치기술자(FDE)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AI가 저연차·신규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여 지방에 부족한 전문서비스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고 봤다.

실제 AI 확산 이후 정보통신업·전문서비스업의 20대 취업자 증가율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축소됐다. AI가 단순 정보수집·정리 업무를 대체하고 전문성·경험에 대한 수요를 높이면서 수도권에서도 청년층 취업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때 지방이 AI를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 청년층 수도권 유출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지역 AI 교육과 제조업 연계 전문서비스·스타트업 육성을 제안했다. 지역 거점 대학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 확대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