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표류한 '서발법'…"서비스산업을 새 성장축으로, 이제는 통과해야"

최동일 재경부 서비스경제과장 "신산업 막는 규제 줄여야…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 목표…서비스업 금융·세제·R&D 지원 사각지대 걷어내야"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동일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9.11 ⓒ 뉴스1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제조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사업과 수출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성장축이 돼야 합니다.

지난 1월 서비스경제과장으로 부임한 최동일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뉴스1과 만나 15년간 표류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통과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 과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에 상대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 경제가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신산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년 숙원" 서발법…보건·의료 쟁점 넘고 다시 입법 속도

서발법 통과는 재경부 내에서 대표적인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2011년 처음 발의된 뒤 15년 동안 국회가 바뀔 때마다 법안 제출과 폐기를 반복했다.

최 과장은 "서발법을 15년 동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개별 사업 하나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균형 잡힌 두 축으로 가져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서발법의 핵심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서비스산업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재경부 장관과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이끄는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가 설치되고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각 부처는 이를 바탕으로 매년 산업별·업종별 시행계획을 마련한다. 연구개발(R&D)과 금융·세제 지원, 규제 개선 등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각각 2건씩 발의한 총 4건의 서발법이 계류돼 있으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법 제정을 가로막은 핵심 쟁점은 보건·의료 분야의 공공성 훼손 우려였다. 서발법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가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최 과장의 평가다. 현재 발의된 4개 법안 가운데 3개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을 서발법의 적용 범위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최 과장은 "그동안 법이 통과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보건·의료 쟁점이었다"며 "이번에는 관련 규정이 들어간 데다 정부도 여러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 설명하고 의견을 듣고 있어 과거보다 논의를 진전시킬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민관합동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TF 2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6 ⓒ 뉴스1
신서비스 발목 잡는 규제 걷어낸다…규제 불확실성 해소

서발법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는 신서비스를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최 과장은 제주지역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업에 활용하는 한 스타트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내놨지만 기존 농어촌민박 등 법체계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아 수년간 사업상 어려움을 겪은 사례다.

그는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 체계이다 보니 할 수 있다고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은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화할 수 있는 그릇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발법이 있었다면 사업자가 비조치의견 등을 통해 이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사업을 계속하고 안 된다면 빨리 접을 수 있어 몇 년씩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이 흔들리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다나 로톡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제도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최 과장은 "서발법 하나로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다"면서도 "신서비스가 규제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하나씩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틀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서비스산업의 다양성에 주목했다. 제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아이디어를 활용해 창업할 수 있고, 산업 고도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과 업태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과장은 "서발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몇 개 생긴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서비스업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업종과 업태를 그려나갈 수 있는 분야이고, 자본이 없는 청년들이 스스로 창업하거나 새롭게 생긴 기업에 취업할 가능성도 훨씬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국경을 넘기 어려웠던 서비스도 이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 자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며 "서비스 자체가 수출되는 것은 물론 제조업의 서비스화,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도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세제·R&D 문턱 낮춰야…서비스업을 경제의 '두 번째 축'으로"

법 제정 이후 정책의 첫 단추로는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지원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과장은 "새로운 예산이나 지원책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우선 지금 있는 금융·세제·R&D 지원을 서비스기업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비스기업은 제조기업과 달리 공장과 같은 유형자산이 적다는 점도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비스기업의 무형자산까지 담보가치로 인정해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존 제도 안에서 불합리하게 배제된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 과장은 "경제와 사회가 발전할수록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5년, 10년 뒤에는 서비스산업이 제조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국내에서 성장한 서비스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