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3인방' 중 홀로 남은 김정관…2000억달러 대미투자 막판 진통
여한구 이어 김용범까지…대미 통상·투자 핵심라인 잇단 이탈
통상 현안 무게 김정관에 쏠려…'상업적 합리성' 사수 관건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한미 양국이 막판 조율을 이어가는 가운데 협상 전면에 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13일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투자 조건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미 통상·투자 협상의 한 축을 맡아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협상 진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한미전략투자공사 핵심 투자 책임자에 이어 김 실장까지 대미 통상·투자 라인의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자리를 떠났다. 9월 중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김 장관에게 협상 무게가 더욱 실리는 형국이다.
결국 미국의 투자 이행 압박과 한국 기업의 사업성 확보 사이에서 얼마나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김 장관이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이탈 속에서도 투자 규모와 대상, 수익성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좁혀 1호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1일)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지시간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인공지능(AI) 지식재산권·표준·공급망 등을 논의한 뒤 워싱턴DC로 이동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와 양국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4일에는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현대-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 기공식에도 참석한다.
공식 일정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러트닉 장관과의 면담이다. 김 장관은 출국 전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의 회의가 예정됐다. (대미투자와 관련해)최종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9월 중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위한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16~19일 미국을 찾아 러트닉 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1호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을 조율했다. 당시 귀국길에는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당초 8월 말~9월 초로 예상됐던 발표는 미뤄졌다. 정부는 현재 '9월 중' 발표를 목표로 막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이 31일 사의를 표명하고, 1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협상단의 무게중심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 실장은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정책실장으로 재임하며 한미 관세·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김 장관과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 한 달 사이 대미 통상·투자 협상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자리를 떠났다는 점은 우리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지난달 15일에는 한미 관세 협상 실무 사령탑이었던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직권면직됐다. 여 전 본부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용돼 대미 관세 협상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맡아왔던 인물이다. 정부는 경질이 한미 관세 협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무역법 301조 조사와 대미투자 등 민감한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이뤄진 전격적인 교체라는 점에서 통상가의 충격은 컸다.
다만 후임에 대미 협상 실무를 담당해 온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을 앉히면서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다. 박 본부장은 대미관세협상 TF 실무수석대표와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 등을 거친 정통 통상 관료로, 취임 직후부터 '대미투자 협상을 양국 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지난 6월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초대 전략투자본부장을 맡았던 김경한 전 본부장도 이달 초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략투자본부장은 에너지·조선·원전·방산·AI 인프라·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의 미국 내 투자처를 발굴하고 20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의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구조화하는 핵심 자리다.
결국 통상 협상 사령탑과 정책 조율을 담당하던 인사, 실제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구조화하는 핵심 실무 책임자까지 잇따라 이탈한 셈이다. 특히 김용범 실장의 사퇴는 단순한 실무진 교체와는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김 장관이 대미투자 협상의 전면에 홀로 서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협상의 핵심은 3500억 달러 중 조선업 협력(마스가·1500억 달러)을 제외한 20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와 국내 기업의 사업성을 고려해 에너지 분야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이 원하는 사업과 투자 조건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했다는 관측 등이 나오지만, 정부는 반도체 투자가 3500억 달러 패키지의 직접적인 협상 대상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결국 양측의 간극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보다 '어떤 조건으로 투자할 것인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대규모 자금이 자국 내 생산과 고용, 공급망 확대로 이어지기를 원하지만 한국으로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투자 수익성과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투자 구조와 소유권, 수익 배분, 현지 생산·고용 효과 등을 둘러싼 세부 조건에서 양측의 이해가 엇갈릴 경우 1호 프로젝트 발표가 다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김 장관의 이번 방미는 단순한 G20 외교 일정이 아니라 9월 중 1호 프로젝트 발표를 앞둔 사실상 막판 협상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대미 통상 협상의 주요 축이 잇따라 교체된 상황에서 김 장관이 미국의 투자 이행 압박과 한국 기업의 상업성 확보 사이에서 얼마나 접점을 만들어낼지가 관건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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