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기댄 '국가채무 49% 방어선'…세수쇼크 재연 땐 50% 재돌파

[2027 예산안] 국가채무 4년간 321조 느는데 GDP 대비로는 50.6→49.0% 감축
3년 전 세수결손 대입시 50.1% 반등…"성장투자 성과 내야 재정건전성 지속"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심서현 이강 기자 = 내년 국가채무가 107조 원 늘어나는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밑도는 48% 수준으로 개선된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와 명목GDP 성장에 힘입어 2030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9% 안팎에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예산안에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기업 실적 호조로 국세수입이 급증하고 명목GDP까지 늘면서 국가채무 자체는 증가해도 GDP 대비 비율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개선이 구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경기 둔화로 세수 증가세가 꺾이고 명목GDP 성장까지 예상에 못 미치면 국가채무비율은 다시 50%를 넘어설 수 있다. 연금·의료·복지 등 의무지출 증가세도 가팔라 세수가 줄면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49% 안팎의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려면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세수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로 연결하는 동시에 지출 증가 속도도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재정건전성의 지속 여부는 세수·성장·지출이라는 세 변수에 달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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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214조 늘려도 GDP 50% 미달…반도체가 만든 반전

1일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추경 기준 1412조 8000억 원에서 내년 1519조 8000억 원으로 107조 원 늘어난다. 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6%에서 48.3%로 2.3%포인트(p) 낮아진다.

동시에 2030년까지 국가채무는 총 312조 원가량 불어나지만, 국가채무비율은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 등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반전을 주도할 요인은 단연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폭증과 명목GDP 성장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추경보다 169조 원(40.7%) 급증한 584조 4000억 원으로 전망됐다. 이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 6000억 원에서 3조 1000억 원으로, GDP 대비로는 3.8%에서 0.1%로 급감한다.

다만 국세수입 증가율은 내년 49.8%(2026년 본예산 대비)에서 2028년 3.8%, 2029~2030년 각각 3.1%(전년 대비)로 급격히 둔화할 전망이다. 2028년부터 세수 증가세가 3%대로 완만해진다고 가정한 결과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반도체 세수의 지속을 전제할 수 없다"고 했고, 박홍근 장관은 현재 사이클을 향후 3~5년으로 내다보면서도 "어떻게 정리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총지출 증가율은 내년 12.8%에서 2028년 9%, 2029년 7%, 2030년 5%로 낮춘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반면 연금·의료·복지와 국채이자 등 의무지출은 2027년 426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537조 9000억 원으로 111조 1000억 원 불어나, 세수가 줄면 재량지출을 더욱 강하게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반도체 세수와 지출 감속 중 어느 한쪽만 계획에서 벗어나도 국가채무비율 49% 방어선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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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침체 당시 세수 56조 펑크…재연시 채무비율 개선 '도루묵'

과거 반도체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 때 세입은 출렁였다. 대표적으로 2023년 당시 국세수입은 344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조 9000억 원 감소해 예산보다 56조 4000억 원 부족했다. 정부는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대신 기금 여유 재원 등을 소진해 대응했다.

반도체 호황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나, 2023년 세수 결손을 정부 계획에 기계적으로 대입해 부족분을 모두 국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조 1000억 원에서 59조 5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0.1%에서 1.9%, 국가채무비율은 48.3%에서 50.1%로 상승하며 수출 둔화로 명목 GDP까지 낮아지는 경우 분모 효과까지 사라져 채무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충격은 미래대응기금 적립 축소나 지출 조정 등이 일부 흡수할 수 있다. 정부는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 3000억 원 중 104조 4000억 원을 여유자금으로 적립하고, 45조 4000억 원을 투자하며, 12조 5000억 원은 신규 국채 발행 축소에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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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도 경기 따르면 변동성 커져"…세수 재투자 성과 관건

정부가 세수 급증과 함께 명목GDP 성장을 전망한 데는 근거가 있다.

앞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분기 국내총소득(GDI)이 15.6% 증가한 데 대해 "유례없는 수치"라며 "정부 세수가 아주 크게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부채비율이 명목GDP를 분모로 두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지표가 추후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정건전성은 법인세를 통해 반도체 호황 효과를 가장 먼저 보지만, 소비 개선 등은 성과급·임금과 설비투자 등을 거쳐야 해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의 기초 체력(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로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재정 확장은 통화정책을 오히려 도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채무비율 49% 방어선의 지속 여부는 호황기 세수를 생산성·세입기반 투자로 얼마나 전환하느냐에 달렸다는 취지다. 그 전에 반도체 사이클이 꺾여도 49% 방어를 가능케 하는 삼중 전제(세수 증가·명목 성장·지출 감속)는 흔들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수 증가가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보다 현금성 복지 등 지출로 굳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가 예외적으로 많이 걷힌 상황에서 총지출 12.8% 확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예산, 특히 복지 지출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지출을 줄이고 침체할 때 늘려야 재정이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서 "세수가 늘었다고 지출도 늘리면 재정이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경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국가채무비율 하락에 대해서도 "국채가 줄어서라기보다 명목 GDP가 급증하는 분모 효과 몫이 크다"며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채무비율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을 글로벌 AI 산업에 장비를 공급하는 '곡괭이와 삽'에 비유하면서 "AI 붐에 충격이 발생하면 먼저 문제가 생길 부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재정이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결국 어느 분야에 지출을 집중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