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21조 '슈퍼예산'…반도체 호황 세수로 '162조 미래대응기금' 신설(종합)
[2027 예산안]AI·청년·지방 집중 투자…기초연금 개편·지출 구조조정 병행
관리재정수지·국가채무비율 개선…정부 "성장·재정건전성 두 토끼 잡는다"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 힘입어 내년 총지출을 역대 최대인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727조 9000억 원)보다 93조 원(12.8%)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 역시 역대 최대다. 확장재정을 통해 성장동력 확충과 민생·복지 지원에 재원을 대폭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늘어난 재원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미래 성장엔진,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안전 등 5대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특히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청년·취약계층 지원에 재정 투입을 확대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대규모 세수를 단년도 소비성 지출에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과 위기 대응에 활용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도 처음 신설했다. 규모는 162조 3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45조 4000억 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한다.
역대급 확장재정에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전년보다 3.8%포인트(p) 줄고,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3.3%p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해당 예산안은 9월 3일 국회에 제출되며,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브리핑에서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소중한 세수를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의 대혁신에 투자해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넘어서려는 전략적 예산안"이라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의 총수입은 880조 8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205조 6000억 원(30.4%) 늘었다.
그중 국세수입은 법인세·소득세 증가에 힘입어 584조 4000억 원(49.8%↑)으로, 세외수입은 296조 4000억 원(4.0%↑)으로 편성됐다.
총지출 820조 9000억 원은 예산 505조 원(4.9%↑)과 기금 315조 8000억 원(28.2%↑)으로 구성된다.
역대급 확장재정에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0.1%로 전년 대비 3.8%포인트(p) 줄었다. 국가채무비율도 전년 51.6%에서 3.3%p 하락한 48.3%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근 20년 내 관리재정수지가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은 40%대 후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다.
박 장관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며 "성장과 건전성 두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세수를 단년도 소비성 지출이 아닌 생산적 지출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미래대응기금은 162조 3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재원 중 핵심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6.2%)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분이다. 여기에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절감액 중 내국세 추세선을 밑도는 부분이 더해진다.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도 이 추세선을 상회하는 만큼은 각각 30조 5000억 원, 32조 5000억 원씩 떼어내 기금으로 넘겼다. 세계잉여금 잔여재원과 기금운용 수익도 재원에 포함된다.
이렇게 모인 재원 중 45조 4000억 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4대 계정에 투자한다. 나머지는 총괄계정으로 운용하며,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12조 5000억 원 줄이고 남은 여유자금(104조 4000억 원)은 세수 결손 등 비상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쓴다.
사업성기금은 20%, 자금운용성기금은 30% 범위 내에서 국회 승인 없이 통보만으로 기금운용계획 변경이 가능한 구조를 두고 정부 재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일반 다른 기금은 계획을 변경한 달이 속한 분기의 다음 달 말까지만 통보하면 되는데, 미래대응기금은 변경하면 바로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법에 넣었다"며 "오히려 사후통제가 더 강화된 구조"라고 반박했다.
지출 구조조정도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재량지출은 38조 6000억 원을 절감해 목표(15%)를 달성했다. 전체 사업의 10%가 넘는 2100여 개 사업을 폐지했다.
의무지출은 교육교부금·지방교부세·구직급여 등을 중심으로 구조를 손봤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연동 구조를 55년 만에 개편했다. 구직급여는 무급휴일 지급을 제외(주 7→6일)하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다만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의무지출 증가세는 계속된다. 내년 예산 기준 의무지출은 426조 8000억 원(전체의 52.0%), 재량지출은 394조 1000억 원(48.0%)이다. 중기계획상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8.5%로, 지난해 계획(6.3%)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정부는 조세지출 17개 사업(1조 9000억 원)을 재정 직접지원으로 전환하고, 지분투자형 R&D 도입과 반사회적 행위 신고포상금 확대 등 공정한 재정원칙도 확립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2조 6000억 원),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1조 3000억 원), 자원안보기금(1조 4000억 원) 등 특별회계·기금도 대거 신설했다.
분야별 재원배분을 보면 보건·복지·고용이 289조 원(9.3%↑)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일반·지방행정은 149조 원(22.8%↑)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다. 통합지방정부지원기금 신설 등 지방재정 지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도 41조 2000억 원(29.7%↑)으로 큰 폭 늘었다. 문화·체육·관광(11조 6000억 원, 20.4%↑), 교육(110조 7000억 원, 10.8%↑), R&D(39조 5000억 원, 11.2%↑)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국방은 73조 3000억 원(8.2%↑), 농림·수산·식품은 30조 7000억 원(9.5%↑)으로 편성됐다. 반면 외교·통일(7조 1000억 원, 1.1%↑)과 SOC(28조 9000억 원, 4.0%↑)는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 방향도 이번 예산안에 반영했다.
당초 검토했던 선정기준 개편(기준중위소득 90%→2030년까지 80% 단계적 인하)은 이번 예산안에서 제외했다. 현행처럼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목표수급률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수급 노인을 소득수준에 따라 하위 0~30%, 30~45%, 45~70% 3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 지급한다. 하위 30%(348만 명)는 물가상승분에 월 3만 원을 더해 최대 38만 원을 받는다. 하위 30~45%(174만 명)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35만 9000원을, 하위 45~70%(290만 명)는 현행 수준인 35만 원을 유지한다.
부부감액률도 손봤다. 현재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20%를 감액하지만, 내년부터 소득 하위 45%는 감액률을 10%로 낮춘다.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도 소득 하위 45%에 해당하면 새로 기초연금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정부가 기초연금 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던 '하후상박'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를 줄이는 '상박'은 이번 정부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가 검토했던 목표수급률 방식에서 소득기준 방식으로의 전환도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 7000억 원으로, 올해(23조 1000억 원)보다 2조 6000억 원(11%) 늘어난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관련 예산은 10조 8000억 원에서 21조 3000억 원으로 97.2% 늘었다.
K-반도체 강국의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생산거점 확충과 원천기술 확보 등에 3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 피지컬 AI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8대 핵심분야 현장실증 지원도 강화한다.
전력·용수·산단 인프라도 전폭 지원한다. 한국전력공사에는 신규로 5000억 원을 출자해 투자 여력을 보강한다.
독자 AI 모델의 글로벌 최상위 성능 확보를 위해 GPU 1만 장과 데이터·인재를 집중 지원한다.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대국민 AI 서비스도 개발한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 예산은 51조 2000억 원에서 62조 8000억 원으로 22.7% 늘었다.
핵융합, SMR,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NEXT 10대 전략기술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기업 성과를 재투자로 연결하는 '투자형 R&D'도 새로 도입한다.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도 가속화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역대 최대인 43만 대 규모로 확대한다.
청년 관련 예산은 28조 2000억 원에서 43조 3000억 원으로 53.5% 늘었다.
교육부터 일자리·창업, 자산, 주거, 혼인·출산·양육까지 생애 전주기를 지원한다. 대학생 6만 명에게 졸업 전 첫 취업경력을 제공하는 인턴학기제를 도입한다.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폐지해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혼인지원금(100만 원), 출산지원금(최대 2000만 원), 아동기본수당(월 최대 30만 원)으로 구성된 3종 패키지도 신설한다.
'K자형 양극화' 대응 예산은 85조 7000억 원에서 117조 1000억 원으로 36.6% 늘었다.
5극3특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지방우대원칙 적용 사업도 7개에서 61개로 확대했다. 내년 신입생부터 지방 국립대 등록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기준중위소득은 역대 최대인 6.7% 인상하고, 4인가구 생계급여는 월 222만 원으로 오른다. 장애인연금 지급대상은 3급단일 장애인까지 확대하고, 노인일자리는 118만 개로 늘린다.
안전 관련 예산은 30조 7000억 원에서 38조 3000억 원으로 24.8% 늘었다.
임기 내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 핵추진잠수함, KF-21 등 핵심전력 도입을 지원한다. 초급간부 처우 개선과 참전명예수당 인상도 추진한다.
중동전쟁 등으로 국제 공급망 불안이 커진 데 대응해 자원안보기금을 새로 만든다. 규모는 1조 4000억 원이다.
박홍근 장관은 "과감한 재정투자로 성장의 물꼬를 트고, 그 성장이 다시 재정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적극재정-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반드시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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