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박홍근 "추가세수 일시에 못 써…미래대응기금으로 전략적 투자"

[2027 예산안] "추가세수 전부 지출 땐 증가율 27%…전액 국채상환 땐 채권시장 문제"
"반도체 세수 지속 전제 안해…2028년부터 국세 증가율 3% 추계"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세수와 관련해 "추가적인 재정여력을 일시에 쓸 수는 없다"며 "향후 상황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안배해서 투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총수입은 30.4% 증가한 880조 8000억 원, 국세수입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584조 4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추가세수 162조 3000억 원을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45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 104조 4000억 원은 여유재원으로 적립하고 국채 신규발행 물량도 12조 5000억 원 줄인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전망됐다. 재량지출은 역대 최대인 38조 6000억 원을 절감하고 2100여 개 사업을 폐지한다.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구조도 55년 만에 개편한다.

정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다음은 박 장관, 조용범 기획처 차관,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 등 정부 관계자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데도 내년 총지출을 12.8% 늘리는 이유는. 미래대응기금은 왜 필요한가.

우리 경제 상황은 단면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추세를 봐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성장의 과실이 취약계층 등에 온전하게 확산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V자형 경기회복을 보다 공고히 견인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면서 재정안정화 장치다. 호황기에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지출을 확대하고 불황기에 세수가 부진하면 긴축재정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다.

추가세수를 모두 지출하거나 모두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104조 4000억 원을 여유재원으로 적립하지 않고 일반회계로 모두 가져갔다면 내년 지출 증가율이 27%를 넘는다. 내년도 예산을 27% 증가율로 가져가면 이후 중기적인 총량관리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오게 된다.

반대로 모두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썼다면 내년 국고채 발행 총물량 220조 8000억 원이 100조 원대로 내려간다. 국채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추가세수를 모두 지출하는 경우와 모두 국채를 줄이는 데 쓰는 경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이 되고 국회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기본적인 기금평가와 성과평가는 기존 평가체계를 그대로 따르고 국회 심의와 통제도 받는다. 오히려 다른 기금보다 사후통제를 강화했다. 다른 기금은 연도 중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한 뒤 일정 기간 안에 국회에 통보하면 되지만 미래대응기금은 변경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사업성 기금으로서의 성격과 자금을 운용하는 성격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 기금'이다. 여유자금 운용계정이 재정안정화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기금운용계획 변경 범위를 30%로 정했다. 이를 넘으면 추경으로 가야 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반도체 호황이 꺾여도 중기 재정건전성 개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현재 반도체 세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다. 2028년부터 국세수입 증가율은 3% 수준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이를 전제로 총지출 증가율도 2028년 9%, 2029년 7%, 2030년 5% 수준으로 연착륙시키면서 재정수지를 개선하려고 한다.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내국세와 미래대응기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도 반도체 호황으로 초과세수가 예상되는데 규모는 언제 공개하고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이 올해 세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법인들이 대부분 마지막 날에 납부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정확한 규모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회복세와 반도체 호조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세입은 추경예산보다 대폭 상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 국가재정법에 따라 9월 세수 재추계를 실시한다. 그때 공표하고 국회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추가 세수의 활용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할 수도 있고 추경을 편성하거나 국채를 상환할 수도 있다. 별도로 활용하지 않으면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역대 최대 지출구조조정에도 중기 의무지출 증가율이 지난해 전망보다 높아진 이유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같은 소요가 늘어나고 있고 사회복지제도가 정착·안착되면서 두텁게 지원하는 여러 제도가 있기 때문에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22년부터 나타났다. 그전까지는 재량지출이 조금 더 많았는데 2022년을 기점으로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비율이 52대 48 정도로 변화하는 추세다.

교육교부금 산식에 학령인구 감소율을 35%만 반영한 이유는.

교육교부금에서 인건비가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교부금을 그 이하로 감액할 경우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해 35% 정도 반영했다.

그렇다면 그대로 놔둘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교직원과 교사뿐 아니라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일반 행정직원까지 포함해 내실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데 총지출을 12.8% 늘리는 것은 엇박자 아닌가.

결국 총수요를 자극하느냐, 총공급을 확충하느냐 어디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총수요 자극 측면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현금성 지원을 살포하거나 단기·단순 소비성에 집중했다면 그런 지적이 옳겠지만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다.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반등시킬지, 즉 총공급을 어떻게 확충할지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미래산업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인프라와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와도 궤를 같이 한다.

또 10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지 않고 미래대응기금에 '파킹'해 운영한다. 이를 통해 통화정책과 어긋나지 않게 흡수·완화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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