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속도전'·충전기는 '고도화'…'적자' 한전 자금 수혈

이미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대…양적확대 대신 V2G 등 고도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3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에 참석해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7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 한국전력공사 재무구조 지원에 집중됐다.

전기차에는 역대 최대인 2조1403억 원을 투입해 보조금 지원 물량을 올해 약 30만대에서 내년 약 43만대로 늘린다. 반면 이미 충전기 보급 수준이 높다고 보고 충전 인프라 예산은 줄이는 등 단순한 시설 확대에서 급속충전과 전력망 연계 등 고도화로 방향을 바꾼다.

안세창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해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충하겠다"며 "전기차 주류화 시대 도약을 목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43만대 지원…충전기는 양적 확대 멈추고 급속·V2G로

전기차 보급 예산은 올해 1조6114억 원에서 내년 2조1403억 원으로 32.8% 증가한다.

승용차는 26만대에서 36만 8160대, 일반 승합차는 3500대에서 4500대, 화물차는 3만 5837대에서 6만 1000대로 늘어난다. 어린이승합차는 300대에서 200대로 줄고 전기이륜차는 2만대로 유지된다.

예산 편성에 적용한 평균 보조금 단가는 승용차가 대당 300만원, 일반 승합차가 7000만원으로 올해 수준을 유지한다. 화물차는 대당 10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20% 낮추는 대신 지원 물량을 약 70% 늘린다.

정부는 보조금 없이 판매되는 차량까지 포함하면 내년 실제 전기차 신규 보급 규모가 5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20~30% 정도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 나가는 전기차가 있기 때문에 43만대의 물량을 잡아놨더라도 실제 보급 가능한 물량은 50만대 이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늘리지만 충전기 구축 규모는 오히려 줄인다. 충전 인프라 예산은 올해 5507억5000만원에서 내년 3456억7200만원으로 약 37% 감소하고 설치 목표도 7만1950기에서 4만9222기로 축소된다.

다만 급속충전기는 4450기에서 4924기로 늘린다. 완속충전기는 6만5000기에서 4만2500기로 줄이고 중속충전기도 2000기에서 1300기로 축소한다.

기후부는 국내에 이미 충전기 약 53만기가 설치돼 충전기 1기당 전기차가 약 2대 수준이고, 지난해 충전기 사업 집행률도 약 60%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단순 설치 대수를 늘리기보다 실제 수요가 있는 이동거점의 급속충전과 충전시간·전력을 조절하는 V1G,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V2G 등으로 정책의 무게를 옮긴다는 방침이다.

메가 전력·용수 1.9조…비수도권엔 기업 오기 전 변전소부터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용수 인프라에는 1조9351억 원을 투입한다. 전력 분야가 1조5489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용수 분야는 3862억 원이다.

전력 분야에서는 송전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5724억 원을 투입한다. 계통 고장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고 평상시에는 기존 송전선로의 이용용량을 높이기 위한 시설이다.

비수도권의 전력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수요유치형 변전소'에도 658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기존처럼 기업이 들어온 뒤 전력망을 구축하기보다 첨단산업 유치를 원하는 비수도권에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설치해 투자 여건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 용수공급에는 1196억 원이 반영됐다. 동복댐 증축에 670억 원을 투입하고 신규 용수공급 관로와 동복댐 비상도수로, 나주댐 농업용수 대체공급 등에 약 523억 원, 하수 재이용시설 설계에 3억 원을 사용한다. 호남권 용수공급 전체 사업비는 약 3조6654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남광주특별자치시 나주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한전) 외경 2026.8.12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한전 35조 누적적자에 5000억 신규 현금출자

한전에도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된다. 정부는 내년 한전에 5000억원을 신규 현금출자한다.

기후부는 2021년 이후 전기요금 조정이 비용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누적 적자가 약 35조원에 달하고, 이로 인한 이자비용만 연간 약 1조원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강경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한전에 5000억원을 출자하는 것은 신규 사업"이라며 "누적 적자에 따른 이자비용이 연간 1조원 정도 발생하고 있어 그 절반 수준을 재정에서 지원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그동안 부담해 온 취약계층 전기요금 복지할인 약 1970억원과 초·중·고·유치원 냉난방 등을 포함한 특례할인 약 1530억원 등 총 3500억원도 내년부터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 기후부는 최근 발표한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 인하와 직접 연계된 조치는 아니며 산업부 시절부터 정부 재정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협의해 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직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에는 별도 예산을 두지 않았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신규 원전 관련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으며, 발전5사 통합·구조개편을 위한 별도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SMR 제조 관련 예산은 올해 188억원에서 내년 235억원으로 늘렸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