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SA 한도이월·만기연장 되살린다…정부, 절세 악용만 손질
대통령 질타·개미 반발에 축소안 철회…고소득 편법 가입은 차단
주가 누르기는 판정기준·평가방법 등 난제…결론 시점 안갯속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이 논란이 되자, 축소했던 혜택은 원래대로 되돌리고 절세 악용 방지 장치만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재검토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판정기준과 평가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커 결론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축소했던 일반 ISA의 한도 이월·만기연장 혜택을 다시 되돌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ISA'를 새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존 일반 ISA의 혜택도 함께 축소했다.
기존에는 3년 의무가입기간 이후 계약을 계속 연장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는 계약기간을 최초 3년에 최대 5년까지로 제한해 장기 운용에 따른 복리 효과와 손익통산을 누리기 어려워졌고, 미사용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는 이월 제도도 폐지했다.
이 두 혜택은 2020년 세법개정 논의 당시 새로 도입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투자자가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도 이월을 허용하고, 계약기간 연장이 불가능할 경우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만기를 자유롭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이 두 혜택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청년이나 자영업자에게 불리해졌다"는 지적과 "장기 투자·복리 효과가 사라졌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여기에 생산적 금융 ISA에서는 국내 상장 해외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제한되면서 "국내 투자로 갈아타도록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재경부는 "혜택이 축소된 게 아니라 과세형평을 높이기 위한 정비"라고 해명해왔다. 연장 시에도 가입 요건을 심사해 과세형평을 맞추고, 5년 만기 시점에 계좌 내 소득을 정산·과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비과세 한도와 총 납입한도(1억 원), 기존 가입자의 계약기간 인정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상황점검 회의에서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여당 내에서도 개편안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한도 이월·만기 연장 혜택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되, 계약 연장시 요건 재심사 등 절세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가입 당시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이 이후 소득이 늘어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허점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이외에 기존 ISA 혜택은 원래대로 유지하고, 생산적금융 ISA는 별도 상품으로 선택 가입하는 방식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ISA는 건드릴 필요 없고, 생산적금융 ISA가 추가로 들어오는 것은 선택적으로 하면 된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조만간 ISA 개편의 보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또 다른 사안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재검토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가 누르기는 지배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낮게 방치하거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현재 상장주식은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평균 주가로 세금을 계산하는데, 회사 재산이 많아도 주가만 낮으면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라 지배주주가 승계 전까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가 부양책을 미룰 유인이 생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원안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미만인 상장사 전체(약 1200~1300곳)를 대상으로,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을 준용해 회사가 보유한 현금·건물·이익까지 반영한 최소 가치를 매기도록 했다.
다만 이 0.8배 기준 자체가 주가 누르기를 가려내기 위해 새로 계산한 수치가 아니라, 비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하는 '순자산가치의 80%' 하한선을 상장주식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업종별로 PBR 편차가 커 부동산업(0.32배)과 제약업(2.59배)처럼 업황 때문에 주가가 낮은 기업까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정부는 최근 6년간(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만 걸러내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별도로 마련한 저PBR 기업 공표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기준이다.
이 기준을 실제 적용하면 대상 기업이 코스피 84~87곳, 코스닥 43곳 등 약 130곳에 그쳐 원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13개 반기 중 두 차례만 하위권에서 벗어나도 대상에서 제외돼 대주주가 특정 시점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잠깐 올려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기준의 적정성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평가 방법을 둘러싼 기술적 난제도 있다. 정부는 이소영 의원안의 방식대로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을 상장주식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모회사·손자회사가 얽힌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평가를 담당하는 국세청이 실제 상장주식 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잡기부터 쉽지 않다.
또한 이같은 평가를 상속·증여뿐 아니라 거래에 따른 이익 과세 시에도 매번 적용해야 하는지 등 실무적 난제도 많아,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렵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가 방법이나 적용 범위 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 단기간 안에 결론 내려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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