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깨지면 1300원대 안착?…'美 고용 쇼크', 환율 하락세 굳히나

美 7월 고용 쇼크에 연준 금리인상 기대 후퇴…환율 하락 재료 가세
당분간 1400원 안팎 중론…ADR 효과 줄어들 8월 말부터 진짜 시험대

서울 시내 환전소. 2026.8.9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윤지오 수습기자 = 1600원 선을 위협했던 달러·원 환율이 불과 한 달여 만에 1400원 선을 넘보면서, 원화 강세가 1400원 선 하향 돌파를 넘어 1300원대 진입으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 환율을 끌어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환전과 수출기업 달러 매도, 한미일 정책 공조는 지속성이 제한적인 단기 재료로 평가된다. 반면 지난 주말 미국 고용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점은 추세적인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일본의 환율 공조와 단기 수급의 영향으로 본격화한 최근 원화 강세가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 변화와 맞물려 추세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ADR 달러 공급에 美 고용 쇼크 가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8일 오전 6시 140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07.3원까지 떨어져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약 10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초 장중 1559원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환율은 한 달여 만에 150원 가까이 급락(원화 가치 급등)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미국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광고. 2026.7.10 ⓒ 뉴스1

하락세를 주도한 것은 국내 달러 수급의 급격한 변화였다. SK하이닉스 ADR 환전 물량에 조선사 등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은행권의 선제적인 현물환 매도가 더해졌으며 여기에 지난달 말~이달 초 미국·일본의 엔화 매수 개입과 미국의 레이트 체크가 겹쳐 원화 약세 심리가 빠르게 꺾였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원화 강세 흐름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월 말까지는 SK하이닉스 환전과 수출업체들의 포지션 변화, 법인세 예납 등으로 원화 강세 우위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지난 7일 발표된 미국 고용 보고서는 환율을 끌어내릴 추가적인 재료로 평가된다. 지난달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예상(8만 명 증가)과 달리 2만 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6월 고용도 종전 발표보다 10만 3000명 하향 조정됐으며,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로 둔화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기대는 후퇴했으며 달러 가치도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9.399까지 내려갔다.

비농업 일자리 증감 (미국 노동부 제공)
1400원 하향 이탈 열려…균형점 '1400원 안팎'

이에 외환시장에서는 1400원 선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연구원은 "1400원에서 1400원 초반 수준을 단기 균형점으로 판단한다"면서도 "8~9월 중 1400원을 하향 이탈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하락과 추세적인 안착은 구분해야 한다.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물려면 ADR 등 현재의 공급 우위가 끝난 뒤에도 약달러와 외국인 자금 유입을 비롯한 대외 거시 여건이 원화 강세를 지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만으로는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순유출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원화 강세와 곧바로 연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역시 환율의 하단을 꾸준히 높이는 요소다.

게다가 고용 부진에도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여지를 완전히 거두지 않은 만큼, 오는 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따라 미 금리와 달러 가치는 재차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환율이 1400원을 잠깐 밑돌더라도 정기간 하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미국 물가가 안정되거나 고용 둔화가 계속돼 연준의 긴축 기대가 추가로 약해진다면, 환율이 1400원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가능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문홍근 DB증권 연구원은 "당장 1400원 선을 하향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만약 1400원 선이 안정적으로 깨지는 양상이 나타날 경우 1300원대 진입에 그치지 않고 추가 하락할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2026.5.13 ⓒ 뉴스1 안은나 기자
8월 말부터 진짜 시험대…유가·엔캐리·美개입 변수

원화 가치의 실질적인 시험대는 이달 말 이후가 될 전망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초까지는 ADR 환전과 수출기업 달러 매도,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로 인해 환율이 한 차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환율의 예상 등락 범위를 1410~1470원으로 제시하면서, 1410원 부근에서는 달러 저가 매수와 수입업체 결제, 해외투자 관련 수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달 환율 급락을 이끈 달러 공급이 줄고 시장 관심이 연준 금리 전망과 엔화 펀더멘털로 돌아가면 1400원대 중반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조 연구원도 "기계적인 ADR 환전 물량이 소진되는 경우 단기적으로 달러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기술적인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는 변수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달러 강세를 자극해 원화는 예상 밖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엔 캐리 투자의 청산 가능성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 또한 환율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지목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추가 개입에 대한 관심이 환율의 변동 폭을 조정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원화와 엔화 약세가 다시 과도해지면 정책 공조에 대한 경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급 정상화에 따른 환율 상승을, 중기적으로는 아시아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정책 기조로 인해 상승 폭이 제한되는 흐름을 예상했다. 조 연구원은 "대미 투자 등의 측면에서 미 재무부가 원화를 지속적으로 배려해 주는 모양새는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