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플레이션' 덮친 밥상물가…8월 물가 다시 3%대 반등 우려
폭염에 시금치 132%·열무 74%↑…중동발 유가불안도 계속
수요측 물가 압력까지…'8월 정점론' 예상보다 가파를 수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8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폭염과 중동전쟁 등 변수가 겹치며 물가 안정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히트플레이션'(폭염에 따른 물가 상승)에 국제유가 불확실성까지 여전해, 물가당국이 예고한 8월 물가 정점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6월(3.2%)보다 상승폭이 0.4%포인트(p)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0.2% 내리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일단은 2%대로 복귀했지만, 향후 물가 흐름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월까지는 먹거리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배추는 전년 동월 대비 18.4% 하락했고 시금치도 21.3% 떨어졌다. 전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했다.
그러나 모든 밥상물가가 함께 진정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양념채소인 파는 18.3% 올라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했고, 수입쇠고기(8.7%), 달걀(7.5%), 고등어(7.0%) 등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달 들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1974원으로 한 달 전(852원)보다 131.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열무(1㎏)는 4115원으로 74%, 상추(100g)는 1627원으로 42.59%, 오이(10개)는 1만 859원으로 45.27% 각각 올랐다. 지난달 집중호우 이후 이어진 폭염으로 채소 생육이 부진해지고 출하량이 줄어든 데다, 고온으로 저장성과 상품성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7월 통계에서는 진정된 것처럼 보였던 밥상물가가 이달 들어 다시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물가에 결정적인 변수인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며 한고비 넘긴 듯한 모습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중동 정세에 따라 하루 사이 3~4%씩 출렁이는 장세를 반복하고 있다.
이란 의회가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 유가가 급등했다가, 이란과 오만이 선박 통항 재개를 위한 임시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 다시 진정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는 석유류 상승폭이 24.7%에서 15.5%로 줄며 안정 조짐을 보였지만,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적인 고온 충격이 발생했을 때 12개월간 물가 상승 압력은 0.03%p에 그쳤지만, 충격 규모가 상위 5% 이상인 극한고온 상황에서는 1년간 물가 상승 압력이 0.56%p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중동 정세 불안이 동시에 겹치면 밥상물가와 유가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같은 공급측 우려에 더해 수요측 물가 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6월 2.5%에서 7월 2.6%로 오히려 확대됐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3.5%까지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7월 물가 둔화는 수요 회복이 약해져 나타난 결과라기보다 에너지 가격 조정에 따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헤드라인 CPI가 둔화되는 국면에서도 근원물가와 개인서비스 물가가 상승했다는 점은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기조적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에 물가당국이 예고했던 '8월 정점론'이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SKT 통신비 할인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 8월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폭염과 중동 변수까지 겹치면 정점이 더 높아지고,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문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물가는 전년 대비 오름폭을 확대해 기조적 물가 압력은 이어지고 있다"며 "8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지난해 통신요금 감면에 따른 기저효과로 헤드라인 물가가 재차 3%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시계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금리인상에 이어 이달 연속(백투백)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물가 안정보다 근원물가 추가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며 "물가 지표만 놓고 보면 8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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