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암호화 와이파이 정보유출에 "책임 없다"…통신 3사 불공정약관 시정

SKT·KT·LGU+ 통신서비스 이용약관 4개 유형 개선
고객 과실 있어도 통신사 책임 일률 면제 못해…묵시적 동의 조항도 손질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비암호화된 와이파이(Wi-Fi) 구간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사설전화교환시스템이 해킹된 경우 통신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도록 한 불공정 약관이 시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의 통신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시정된 불공정 약관 유형은 △개인정보 침해사고에 대한 면책 △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관련 책임 전가 △서비스 제공 관련 손해배상 제한 및 면책 △묵시적 의사표시에 대한 동의 간주 등이다. 이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다량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사업자의 정보보호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먼저 공정위는 개인정보 침해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기존 약관에는 통신사업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비암호화된 와이파이 구간에서 통신 내용이나 정보가 유출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설전화교환시스템이 해킹돼 전화번호가 임의로 변작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사설교환기 운영자가 부담하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통신사업자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객의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해당 조항이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이용자에게 떠넘긴다고 판단했다.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 책임을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조항도 시정됐다.

기존 약관은 아이디나 비밀번호의 부정 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면서 통신사업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예외를 인정했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법을 위반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책임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만 한정해 과실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배제한 것은 불공정하다고 봤다.

통신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고객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면제한 조항도 개선됐다.

서비스 장애에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각자의 귀책 비율에 따라 책임을 나눠야 하지만 기존 약관은 고객의 과실이 있으면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했다.

공정위는 고객의 고의나 과실 등을 사업자의 책임 면제 사유가 아닌 손해배상 감면 사유로 변경하도록 했다.

약관 개정이나 계약 해지와 관련해 이용자가 일정 기간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시정됐다.

기존 약관은 고객이 지정된 기한까지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계약 해지에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거나 변경된 약관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했다.

공정위는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이용자가 일정 기간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점을 사업자가 명확히 고지한 경우에만 동의 의사를 간주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통신서비스 약관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통신사업자의 보안과 관리 책임을 강화한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공정 약관 시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