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대 내렸는데…근원물가 31개월 최고, 한은 '8월 연속 인상' 기로

유가 하락·정부 대책에 7월 물가 2%대 둔화…근원·서비스는 상승폭↑
연이은 경기 지표 호조, 긴축 명분…8월 vs 10월 인상론 아직 팽팽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의 모습. 2026.8.4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헤드라인(대표) 물가는 둔화했지만,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근원물가는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과 달리 근원물가는 2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셈법도 복잡해졌다.

유가 하락과 정부 정책 효과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낮춘 반면, 경제 전반에 남아 있는 기조적 물가 압력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출과 생산 등 주요 경기 지표까지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금리 인상 여건도 이전보다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생활물가 둔화와 휴가철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서비스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물가 압력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판단하기 위해 추가 지표 확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방향을 두고 8월 연속 인상 가능성과 10월 인상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7월 근원물가 상승을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향후 금리 경로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유가·정책 덕에 물가 둔화했지만…근원·서비스 되레 상승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상승률이 6월(3.2%)보다 0.4%포인트(p) 낮아졌다. 시장 예상인 3.0%를 밑돌았으며, 지수가 전월 대비로는 0.2% 하락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내림세를 보였다. 생활물가 상승 폭도 3.4%에서 2.5%로 둔화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2.5%에서 2.6%로 높아지며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도 2.4%에서 2.5%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근원물가 격차가 6월 0.7%p에서 7월 0.2%p로 축소돼 기조적 물가 압력은 오히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헤드라인 물가 둔화는 공급·정책 요인의 영향이 컸다. 석유류 물가는 전월 대비 5.5%, 전기·가스·수도는 5.1%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의 유가 최고가격제가 헤드라인을 0.3%p 낮췄다고 추정했다.

반면 서비스물가는 큰 상승 폭을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3.5%,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4.1% 올랐으며, 한 달 전보다 가격이 높아진 품목의 가중치 비중도 46.3%에서 52.5%로 늘었다.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반영됐을 수 있지만 보험료, 공동주택관리비, 자동차수리비, 집세 등 가격 경직성이 큰 품목들도 덩달아 뛰어 수요 측 물가 압력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한 8월·10월 인상 경로를 변경할 정도의 물가 안정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물가 둔화는 한은의 인상 기조를 뒤집을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역대급 호황 지속…엇갈린 신호에 금리 셈법 복잡

최근 경기 지표는 긴축 명분에 힘을 보탰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해 나라 안팎의 기대를 상회했다. 6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6.4%, 소매판매는 2.7%, 설비투자는 5.8% 증가했고,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8% 급증한 가운데 비반도체 수출까지 25.8% 늘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7월 누적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5%, 비반도체 수출은 17.7% 증가했다"며 "연간 수출 1조 달러와 증가율 50% 상회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수출과 제조업 호황이 국민·기업의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투자·소비 등 내수를 견인하는 양상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는 이전보다 줄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난달 신현송 한은 총재는 다음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 2분기 GDP·국내총소득(GDI)과 7월 근원·생활물가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성장 지표는 호조를 지속했고 생활물가는 둔화했지만 근원물가 상승 폭은 확대됐다. 각 지표가 시사하는 금리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아 한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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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인상 vs 동결 후 10월…물가 해석 놓고 분분

8월 금통위 전망은 동결·인상이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헤드라인 물가의 둔화를 확인한 뒤에도 8월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전체 물가 상승률이 이달 3.4%까지 확대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 말까지 2.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소득 개선과 반도체 호조의 내수 파급 가능성을 고려해 수요 측 물가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7월도 한은이 걱정하는 수요 측 물가 압력과 고유가의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8월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3%를 웃돌 수는 있지만, 과거 평균 경로에 따르면 이달 고점 이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물가 압력을 나타낸 항목은 계절적이거나 일시적인 요인들"이라면서 "연속 인상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8~9월 물가 상승률은 작년 통신요금 인하의 기저효과, 추석 영향으로 각각 3.4%, 3.1%까지 올라설 전망이나, 4분기 들어 원유 도입 가격 하락 등에 따라 2.5% 수준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백투백 인상의 관건은 7월 지표상 물가 상승 압력을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해석하고 선제 대응할지, 혹은 계절성과 일시적 요인의 영향력을 더 중시해 추가 데이터를 확인할지에 달렸다. 전자라면 8월 인상에 무게가 실리지만, 후자라면 8월 동결 후 10월 인상이 유력하다.

조 연구원은 "전기·가스·수도 요금 하락이 일회성인지, 서비스물가 상승이 기조적 흐름인지, 근원물가 상승률이 2.5~2.6%에서 추가로 오를지가 금통위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