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보유액 반토막에도…스테이블코인 18개월간 14.9조 해외로
6월 순출고 5603억 원…해외주식 순매수액의 77.6%
해외거래소, 국내주식 고위험 상품↑…입고액 과소집계 가능성도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거래소 순출고가 18개월 연속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순출고액은 15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 6월 순출고액만 5603억 원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77.6%에 달했다.
해외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을 넘어 국내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고위험 파생상품까지 잇달아 내놓으면서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이동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해외 거래소로 출고된 스테이블코인은 2조 762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온 금액은 2조 2022억 원이었다. 출고액에서 입고액을 뺀 순출고액은 5603억 원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관련 월별 자료가 집계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 내내 출고액이 입고액보다 많았다. 월별 순출고액은 4593억 원에서 1조 2049억 원 사이를 오갔으며, 18개월간 누적 순출고액은 14조 9245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와 비교해도 작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6월 해외 주식 결제액은 매수 349억 3396만 달러, 매도 344억 6142만 달러로 집계됐다. 순매수액은 4억 7254만 달러다.
이를 6월 평균 달러·원 환율인 1527.95원으로 환산하면 약 7220억 원이다.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액이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77.6%에 달한 셈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액은 대체로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20%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해외 주식 매수 열기가 다소 식은 것과 달리 스테이블코인 순출고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인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올해 2분기만 놓고 보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4∼6월 스테이블코인은 1조 6872억 원어치 순출고된 반면 해외 주식은 1조 6185억 원어치 순매도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6월 말 5대 거래소 이용자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56조 9607억 원으로 지난해 1월 말 125조 7533억 원보다 54.7% 감소했다.
원화 예치금도 같은 기간 10조 6562억 원에서 5조 2200억 원으로 51.0% 줄었다. 월간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41조 3791억 원에서 7조 2861억 원으로 82.4% 급감했고, 활동 이용자도 357만 5190명에서 216만 9780명으로 39.3% 감소했다.
이처럼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해외 이동이 계속되는 것은 국내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파생상품과 실물연계자산(RWA), 탈중앙화 금융(DeFi), 스테이킹 등을 이용하려는 수요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외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선물을 넘어 국내 주요 종목의 가격을 추종하는 토큰화 상품과 무기한 선물로 거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6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주가를 추종하고 테더(USDT)로 결제하는 무기한 선물을 상장했다.
이들 상품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등락에 베팅하는 파생계약으로, 최대 20배의 레버리지가 적용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해외 입출고 통계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거래소에서 제출받는 입출고 자료는 100만 원 이상 거래만 분류 대상이며, 국내 거래소로 입고될 때 송신 주체가 해외 사업자인지 개인 지갑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기타’로 집계된다.
한은은 '기타'로 분류된 입고액도 대부분 해외 사업자가 보낸 물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로 들어온 금액이 실제보다 작게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
오는 8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 거래소 입고 시 송신 주체 확인이 의무화되면 통계의 정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국내에서 해외로의 '코인 무브'가 확산하면서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의 고위험 파생상품 등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관리 체계 재점검과 신속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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