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기업결합 승인…KTX 요금, 3년간 SRT 수준으로 10% 인하

좌석공급 주말 1.7만석·운행 25회 확대…마일리지도 5%로 통일
공정위 "특수관계인 결합, 경쟁제한 우려 낮아"…국토부와 MOU 체결

KTX와 SRT를 연결해 운행하는 중련 열차 시범 운행 첫날인 지난 5월 15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열차가 출발을 앞두고 있다. 2026.5.15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주식회사 에스알(SR)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코레일은 이번 결합을 계기로 3년간 KTX 요금을 SRT 수준으로 10% 낮추고, 주말 기준 좌석공급을 1만 7000석 이상, 운행횟수를 25회 이상 늘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코레일이 SR의 영업을 양수하고 주식을 취득하는 건에 대해 고속철도 여객운송업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코레일은 지난 2월 SR의 고속철도 영업양수 건에 대해 공정위에 사전심사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지난달 8일 이를 승인했다. 이후 양사는 지난달 30일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코레일은 정부가 보유하던 SR 지분 58.95%를 취득하는 건에 대해서도 지난달 14일 별도로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특수관계인 결합에도 심층심사…경쟁제한 우려 낮아

공정위와 국토부는 이날 고속철도 여객운송 시장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3년간 코레일의 운임, 공급좌석, 서비스 관련 사업계획 이행 상황을 함께 점검할 예정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브리핑에서 "공기업 간 모범적인 기업결합 사례"라며 "국토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결합 이후에도 계속 소비자 권익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005년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100% 출자해 설립한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철도 여객·화물 운송사업과 철도시설 유지·보수, 철도차량 정비·임대 사업 등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SR은 2013년 설립돼 2016년 영업을 개시했고 2019년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됐다.

두 회사 모두 정부가 단독으로 지배하는 공기업이어서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합은 원칙적으로 실질심사 없이 승인할 수 있는 간이심사 대상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고속철도가 국가 기간시설로서 국민생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심층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관련 시장을 노선별로 획정했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 서비스를 선택하는 점, 국내외 여객운송업 기업결합 사례에서 출발지-도착지(O&D) 접근법을 활용해온 점 등을 고려해 '고속철도 여객운송업 노선별 시장'으로 획정했다.

앞서 2022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올해 다올프라이빗에쿼티(충남고속)-한양고속 기업결합 건에서도 각각 항공여객시장과 버스여객시장을 O&D 방식으로 획정한 바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와 영국 철도회사(LCR)의 유로스타 설립 건, 영국 경쟁소비자청(CMA)의 인터시티철도 기업결합 건 등 해외 사례에서도 같은 방식이 활용됐다.

전체 왕복 기준 433개 고속철도 노선 가운데 코레일과 SR이 중복 운행하는 노선은 155개다. 공정위는 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수평결합의 단독효과를 중심으로 심사했다. 단독효과는 결합으로 경쟁 압력이 사라지면서 가격 인상이나 공급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는 효과를 뜻한다.

공정위는 고속철도 산업이 철도사업법 등에 따라 강한 규제를 받고, 코레일이 공기업으로서 공익적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합 이후에도 단독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운임은 국토부 장관이 재정경제부 장관과 협의해 고시한 상한을 넘을 수 없고, 변경할 때도 국토부 신고 수리가 필요해 임의로 올릴 수 없다. 운행구간과 운행횟수 등 좌석 공급, 서비스 약관을 바꾸는 것도 국토부의 인가나 신고 수리를 거쳐야 해 좌석을 임의로 줄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추기 어렵다.

경쟁제한성 판단과 관련해 전 국장은 "특수관계인 간 기업결합으로 경제적 동일체이기 때문에 결합 전후로 경쟁제한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며 "운임과 서비스, 품질 등 전반에 걸쳐 규제를 받고 있는 점도 경쟁제한성을 통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성복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난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레일-SR 기업결합 승인 내용을 국토부와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2026.8.2 ⓒ 뉴스1 김기남 기자
운임 10%↓·좌석 6%↑…중련·복합열차로 확대

코레일과 SR은 공정위·국토부와 협의해 결합 이후 3년간 소비자 권익을 늘리는 사업계획도 마련했다. 기존 KTX 노선의 운임은 SRT와 동일한 수준이 되도록 10% 내린다. 좌석공급은 전체 노선을 합산해 주말 기준 1만 7000석 이상, 운행횟수는 25회 이상 늘어나도록 확대한다.

마일리지 적립률도 KTX와 동일하게 SRT 노선에 5%가 적용되며, 할인제도와 정기승차권 등 기타 서비스도 통합 운영된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고속철도 통합 기본계획'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요금 인하는 9월 통합 운행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KTX 요금이 SRT보다 10%가량 비싼 만큼, KTX 요금을 SRT 수준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좌석공급의 경우 현재 일평균 공급 좌석은 주중 23만 석, 주말 25만 석 수준인데, 통합 이후 각각 1만 5000석, 1만 7000석이 늘어 약 6%가량 확대될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운행횟수는 현재 주중 402회, 주말 457회에서 각각 23회, 26회 늘어난다.

좌석 확대는 선로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두 회사가 각자 운영하던 열차를 하나로 합쳐 운용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일 구간을 두 편성이 이어붙여 운행하는 '중련열차'와 목적지가 다른 두 편성을 특정 역에서 분리해 각각 다른 종착지로 보내는 '복합열차' 운행을 늘리는 방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KTX-산천 기준 1회 운행 시 좌석은 410석이지만, 중련이나 복합 편성으로 운행하면 좌석이 820석까지 늘어난다. 코레일이 서울역·용산역으로만, SR이 수서역으로만 회차해야 했던 제약도 사라져 열차 운용의 유연성이 커진다.

다만 상당수 고속철도가 지나는 평택-오송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 구간의 2복선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8년 말 완공되면 운행 횟수를 추가로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제시한 좌석 확대 규모에는 SR이 2027년 도입을 목표로 발주한 신규 열차 14편성이나 2028년까지 순차 도입되는 신규 편성 31편성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신규 편성이 투입되면 추가적인 좌석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금 인하로 코레일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 국장은 "국토부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3년 이내에는 법정 부채비율 규정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좌석공급 확대에 따른 매출 증대와 평택-오송 2복선화, 신규 편성 도입 등을 통해 재무 영향을 관리할 수 있다며, 3년 뒤 적정 요금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기업결합 승인 이후 사업양수도 인가 등 후속 절차를 밟아 오는 9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통합 이후 3년간 사업계획 이행 상황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전 국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공기업 간 기업결합 사건 중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심층적으로 심사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