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던 농촌 되살린 기본소득…효과는 확인, 재원·관리는 과제
화천·보은 등 7개 郡, 시범사업 추가 선정만으로 인구 유입 효과
기존 시범지 지역경제 활성화…신용카드 사용액 1년 새 15.7%↑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농정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이 인구소멸 위기에 놓였던 농촌 지역에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가 시범사업 성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는 있었지만, 독립적인 인구이동 통계에서도 시범사업 대상 지역의 전입과 순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와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 재정 부담과 위장전입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시범사업지 주민에게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사업 대상지는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장수·순창,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전국 17개 군이다.
2일 뉴스1이 분석한 국가데이터처의 '6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이동자 수는 48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증가했다. 5월 감소세를 보였던 인구 이동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데이터처는 아파트 거래 증가와 함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 추가 선정이 인구 이동 확대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 등 7개 군에서는 전입과 순유입이 일제히 급증했다.
전남 보성의 순이동 인원은 지난해 6월 2명에서 올해 912명으로 450배 이상 늘었고, 경북 청송은 29명에서 762명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전남 구례 역시 13명에서 377명으로 29배 확대했다. 충북 보은(490명), 전북 진안(288명), 강원 화천(261명), 전북 무주(163명)도 모두 지난해보다 큰 폭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전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보성은 1108명으로 지난해보다 435% 증가했고, 청송은 900명으로 572% 급증했다. 보은(714명, 208%↑), 구례(536명, 300%↑), 진안(435명, 211%↑), 화천(494명, 129%↑), 무주(272명, 89%↑) 역시 두 자릿수에서 많게는 수백 퍼센트 증가율을 보였다.
기존 시범사업 지역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졌다.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이후 청양은 전입자가 32.2% 증가했고, 정선 25.5%, 곡성 12.2%, 장수 5.1%, 남해 2.6% 등 일부 지역에서 인구 유입 효과가 나타났다.
지역경제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지역의 3월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보다 15.7% 증가해 전국 평균 증가율(2.9%)을 크게 웃돌았다. 사업자 수도 같은 기간 3.1% 늘어 소비 확대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모습도 확인됐다.
정부는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성과를 토대로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하반기 핵심 농정 과제로 보고받은 뒤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방소멸도 막고 인구 분산도 이루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며 지역을 지킬 수 있다"며 "여기에 태양광 발전 사업까지 연계하면 농촌이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닌 '지역을 되살리는 마중물'이라고 규정했다. 송 장관은 "기본소득 지급 이후 시범지역의 인구는 4.9%, 소비처는 13.8% 확대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났다"며 "주민들도 지역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화천·보은·진안·무주·구례·보성·청송 등 7개 군을 추가해 총 17개 군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2028년 본사업 시행과 연내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육성하고 청년 창업과 일자리 확대 등 농촌 정주 여건 개선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사업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60% 구조로 마련되고 있어 대상 지역이 늘어날수록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농어촌특별세 활용을 제시했으며, 올해 농특세 수입은 약 1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9조 2000억 원)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 악용 가능성도 드러나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실제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54명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고, 충남 청양에서는 빈집이나 지인 주소로 주민등록만 옮기는 위장전입 사례가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활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과 함께 실거주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힌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약한 지자체일수록 더 큰 부담을 떠안을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구 감소지역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지방재정 격차를 키울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속도보다는 탄탄한 안전판 구축, 철저한 예산 집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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