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동결' 연준, 9월 금리인상 가능성…한은도 추가인상 저울질
한미 금리차 1%p 유지했지만 美 물가 대응 강조…韓 인상 필요성 지속
강한 성장에 고물가 전망…'연 환산 15% 급등' 서울 아파트값도 부담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며 오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장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은 피했지만, 연준의 긴축이 곧 시작된다는 신호가 분명해지며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연준과는 별개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국내 경제 성장세,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수도권 집값 급등세 등을 고려해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연준은 29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만 12명 중 3명에 달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일부 가계, 기업, 시장 전문가들에게 지난 5년간의 고물가로 연준의 암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보다 높다는, 털어내기 힘든 잘못된 인상을 남겼다"며 "완화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인상 가능성을 남긴 만큼, 이번 FOMC 결과를 사실상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p를 유지했다.
당장 금리차가 확대되지 않은 점은 원화와 국내 금융 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계 자금이 이동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9월 금리를 0.25%p 올리고 한은이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로 높이지 않는다면, 한미 금리차는 1.25%p로 벌어진다.
원화 약세가 심해질 경우 원자재 등 수입 물가가 오르며 이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대에서 출렁이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한은으로서는 물가·환율 대응 부담이 확대될 여지가 많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이번 동결이 한은의 추가 인상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29일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도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이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호황과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높아졌으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5%를 기록했다.
그간 오른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 가운데 가계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까지 늘면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국내 경기 흐름 또한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1분기 전기 대비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에도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경제 주체들의 구매력(소득)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 전기 대비 3.6%,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소득 증대로 이어진 결과였다.
소득 개선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면 근원물가 상승 압력은 커질 수 있다.
실제 신 총재는 전날 업무보고에서 향후 물가 판단에 있어 근원물가 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헤드라인보다 근원물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근원물가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짚었다.
금융 안정 상황도 금리 인상 명분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4주 차 0.14%에서 이달 3주 차 0.27%로 높아졌는데, 이는 연 환산 15.1%의 급등세에 해당한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최근 월간 8조∼9조 원씩 불어나고 있다.
다음 금통위는 8월 27일 열린다. 연준의 다음 FOMC가 예정된 9월 15∼16일보다 이르다.
8월 한은은 연준의 실제 인상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국내외 경제 상황을 토대로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연준이 9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환율이 급등하거나 물가와 집값 오름세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한은이 7~8월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7월 인상의 효과와 추가 지표를 확인한 이후 10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비교적 무게가 실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긴박한 대응보다는 7월 인상 효과와 데이터를 살피면서 추가 긴축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한은이 지표를 지켜볼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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