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세금으로 못 잡은 집값, 세 번째 도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강하게 매기는 방식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와 대출 규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두 정부 모두에서 집값 급등이었다. 세금과 대출을 조이면 집값이 잡힐 거라는 믿음은 그렇게 두 번 배신당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 반복을 의식한 듯 유난히 공을 들였다. 지난 14일부터 부처별 경청 토론회를 잇달아 열더니, 23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선 대토론회를, 27일에는 총리 주재로 한 번 더 토론회를 열었다. 3주 사이 세 번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까지 국민 의견을 먼저 들으며 세제를 설계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뭔가 어긋나 있다. 부동산 정책 긍정률이 지난 3월 51%에서 26%로, 25%포인트나 빠졌다. 함께 조사한 여섯 개 분야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분야에서 가장 크게 실망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세금과 대출이라는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가 누구를 겨누고 누구를 비켜 가는지가 정교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는 세금을 올려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때는 다주택자를 조이자 매물이 잠기고 전셋값이 뛰었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지만, 칼날은 투기꾼만 겨누지 못하고 그 기준선 안에 걸린 평범한 사람들까지 함께 베었다.
이번에도 그 그림자는 여전하다. 지난 23일 대토론회에서는 세종에서 온 신혼부부가 "잔금대출이 막혔다"며 하소연했다. 20년을 산 집이 재건축으로 40억, 50억 원이 됐다는 은퇴자는 갑자기 불어날 보유세를 걱정했다. 27일 토론회에서도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없이는 주거 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투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 앞에서 함께 떨고 있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오종현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이 지점을 짚었다. "1주택 비과세를 생애 1회로 제한하자는 안도, 투기를 막으려다 선량한 다수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취지의 정책도 설계가 거칠면 엉뚱한 사람을 벤다는 걸 경고한 것이다.
물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거주용 1주택을 기준점 삼아 거주·지역 요인은 감산하고, 다주택·초고가·비거주는 가중하는" 방식의 차등체계 구상을 직접 공개했다. 27일에는 구윤철 부총리가 다주택자 양도세를 차등화하겠다고 한 걸음 더 나갔다. 한성숙 총리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적어도 정부가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히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 자신도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면 최소 세 배는 올려야 하지만, 그러면 폭동이 날 것"이라고 했다. 세율을 마음껏 올릴 수 없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정해진 세율 안에서, 부담을 누구에게 지울지를 얼마나 정교하게 나누느냐다.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방향은 옳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결국 설계의 정교함에서 무너졌다.
세제개편안 발표가 임박했다. 정부가 스스로 다짐한 '세심한 설계'가 조문 속에 실제로 살아 숨 쉴지, 세 번째 도전이 앞선 두 번과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을지가 이번 세제개편의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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