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원이냐, 주거복지냐"…4.7조원 종부세 용처 놓고 딜레마
종부세 세수 활용처 쟁점 부상…공공주택 재원 전환 주장
수도권 70% 부담하지만 전액 지방 배분…엇갈린 이해관계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부동산 세제 논의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국민 의견수렴 자료에 종부세 세수를 공공주택 등 주택 분야에 사용하는 방안이 예시로 제시된 데 이어,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보유세 강화와 양도차익 환수로 확보한 재원을 주거복지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현재 종부세는 전액 지방정부에 배분되는 구조다. 이를 공공주택 등 다른 용도로 돌리면 지방재정 감소와 조세저항, 관련 법 개정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대토론회 과정에서 진행한 종부세 세수 용도 관련 의견수렴에서 공공주택 등 주택 분야에 사용하는 방안과 현행처럼 지역균형발전 재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함께 제기됐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부동산 관련 세금의 사용처에 관한 의견이 나왔다.
대학생 이지우 씨는 "종부세 강화와 양도차익 환수를 통해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확보된 재원을 지방 인프라와 주거복지로 선순환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교통·의료·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기반 시설이 갖춰진 거점지역에 공공임대·공공분양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자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다 맞는 말씀"이라며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지방에 새로운 산업 거점을 조성하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의료·교육·교통·문화 등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 활약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지방과 청년 교육, 미래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원은 종부세 강화에 따른 세수 증가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포함한다. 정부가 종부세 재원을 공공주택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별도로 역세권에 25∼30평 규모의 고품질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공급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고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부동산교부세 예산은 4조 6982억 원이다.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걷는 국세지만 세수 전액이 부동산교부세로 지방정부에 배분된다. 부동산교부세는 사용 목적에 제한이 없는 일반재원으로 지방정부가 복지와 교육, 지역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종부세 부담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부동산교부세는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등을 반영해 배분된다. 수도권에서 걷은 보유세를 재정력이 취약한 지방에 나눠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줄이는 구조다.
종부세 재원을 중앙정부가 공공주택 등 특정 분야에 직접 사용하려면 종부세 전액을 지방정부에 교부하도록 한 현행 지방교부세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받던 재원이 감소하는 만큼 별도의 보전 방안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와 정부의 종부세 정책에 따라 지방재정이 출렁이는 현행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종부세율이 바뀌면서 지방재정도 영향을 받아왔다"며 "종부세가 줄어들면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재원을 공공주택과 주거복지에 활용할 경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납세자의 반발, 지방재정에 미칠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봤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라는 특정 세목을 어느 사업과 직접 연결하기보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주거복지 가운데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을 우선한다면 지방의 병원과 생활 편의시설 등을 확충해 수도권 밖으로의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며 "반대로 현재 주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수도권의 주거복지에 지원하는 방안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어느 쪽에 우선권을 둘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면서도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실효성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양 교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큰 도시가 작은 도시보다 생산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점도 세수 배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더라도 재원을 다른 지역·용도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낸 지역과 세금의 혜택이 돌아가는 지역이 분리되면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석 교수는 "보유세가 해당 지역의 학교와 사회기반시설에 재투자돼 납세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면 시설 이용에 따른 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걷은 보유세를 다른 지역이나 별도 사업에 사용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종부세는 전체의 70% 이상을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부담하지만 세수 전액은 부동산교부세를 통해 전국 지방정부에 배분된다.
결국 세수 용도를 바꾸려면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지방정부의 일반재원으로 배분되는 종부세를 공공주택 등 특정 사업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려면 관련 법률과 재원 배분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부세를 공공주택 건설이나 청년 주거 지원에 쓰도록 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며 "지방정부마다 재정 여건과 이해관계가 달라 단기간에 재원 용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재원을 다시 특정 용도에 묶는 방안은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세수 용도를 주택 분야와 지역균형발전 가운데 선택하는 방안은 의견수렴 사례로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정하지 않았다"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부동산정책 방향과 보완 과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