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개편 '3대 축'…가액 과세·세부담 차등·거래세 완화 유력

주택 수 대신 합산가액 중심 과세…실거주·지역·초고가 따라 감면·가중
보유세 단계적 강화·거래단계 세부담 조정 유력…27일 총리 주재 추가 토론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동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부동산 국민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거주 주택과 자산 증식을 위한 주택을 구분해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고가 1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지적하며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손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2026.7.23 ⓒ 뉴스1 이종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대토론회를 계기로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 방향이 비교적 선명해졌다. 보유 주택 수 중심의 과세체계를 보유 자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되, 실거주 여부와 지역, 주택 수 등을 함께 반영해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것이 개편의 핵심이다.

개편안은 △보유가액 중심 과세 △'표준 1주택'을 기준으로 한 차등화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와 거래세 완화 등 3대 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실수요자의 세 부담은 덜고, 초고가·다주택·투기성 보유에는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오는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세부 방안을 최종 검토한 뒤 이달 말 또는 8월 초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세제개편 최종안을 검토하고 있다.

'몇 채' 대신 '얼마어치'…같은 자산가액에는 비슷한 세 부담

세제개편의 첫 번째 축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자산 합산가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행 종부세는 보유가액뿐 아니라 주택 수에 따라 공제액과 세율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30억 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10억 원짜리 주택 세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진행된 의견수렴과 토론회에서도 발제자·패널 다수가 주택 수별 차등을 줄이고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을 중심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보유 형태보다 납세자의 전체 주택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 동일한 자산가액에는 유사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 축은 통상적인 1주택자가 부담할 적정 보유세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실거주·서민·중산층·지방 주택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다주택·초고가·비거주·투기용 주택에는 부담을 더한다.

가액을 기본적인 과세 기준으로 삼되 실거주 여부와 지역, 보유 주택 수 등을 감면·가중 요인으로 반영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앞선 토론회에서 현행 제도가 주택의 가격과 보유 목적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싸든 싸든 똑같이 취급하다 보니까 효율적으로 한 채를 사서 투자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라며 "거주용이냐, 투자·투기용이냐를 구분하지 않다 보니까 정말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가주택 기준도 앞선 경청 토론회에서는 20억~100억 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는 30억~50억 원 수준으로 논의 범위가 좁혀졌다.

다만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전국에 단일 기준을 적용하면 지역별로 세 부담의 체감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지역별 주택가격이나 과세표준 등을 반영해 초고가 기준을 보정하는 방안도 함께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보유세는 단계적으로 올리고 양도세 낮춰 매물 유도하는 방식 '유력'

세 번째 축은 보유세의 점진적인 강화와 거래세 완화다.

국내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주요국보다 낮은 만큼 보유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세율을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리기보다는 세율과 공제액, 과세표준 등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사실 강화도 아닌데, 통상적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 해도 (현재의) 세 배는 올려야 한다. 그런데 세 배를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나"라며 "사실 과거에 해야 했던 일인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고 한계를 짚었다.

보유세만 강화하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지 않는 '매물 잠김'이 발생할 수 있어 양도소득세 등 거래 단계의 세금은 낮추는 방향도 거론됐다. 제도 시행 전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2일 별도로 발표한 '자산 불평등과 보유세 중장기 개편 과제' 보고서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민간 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0.147%로 일본(0.467%)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주택분 실효세율은 0.122%로 미국 자가 거주 주택의 평균 실효세율인 약 0.89%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자가 거주 1주택 가구의 60.2%는 전체 가구 소득 상위 10%, 74.1%는 상위 20%에 속했다.

이들 가구의 85.9%는 서울에 거주했으며, 평균 24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약 11년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 보유세는 명목상 강한 누진성을 갖고 있지만 각종 특례와 공제, 주택 수별 차등으로 명목상 과세체계와 실제 세 부담 간 괴리가 크고 평균 실효 부담도 낮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한시적인 1주택 재산세 특례를 종료하고 종부세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폐지·축소하거나 공제 한도를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수별 차등을 줄이고 보유 주택자산 총액을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에 새로 편입되는 12억~14억원 구간에는 단계적 경감 등 별도의 안전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한 총리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가 한 차례 더 열린다.

후속 토론회에서는 초고가주택 기준과 지역·실거주 감면 방식, 보유세 공제 축소 범위, 양도세 완화 및 시행 유예기간 등 세부 설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두 차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이달 말 또는 8월 초 세제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