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흔들…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 우려

브렌트유 이달 들어 26.9%↑…충돌 장기화 땐 100달러 전망
홍해 봉쇄시 유가·운송비 부담 가중…정부 물가 2.6% 전망도 위태

중동 긴장 재고조에 국제 유가가 급등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브렌트유 선물과 WTI선물, 두바이유 현물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6.7.20 ⓒ 뉴스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대체 수송로인 홍해까지 봉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물류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이란 휴전 이후 배럴당 60~70달러대로 내려갔지만 양국의 재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우려가 겹치며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 수송로 역할을 해온 홍해까지 통항에 차질이 생기면 원유 수급은 물론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을 배럴당 85달러로 전제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면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물가 상승률도 정부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대체 항로 홍해도 막히나…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 우려

20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12% 오른 배럴당 90.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 11일 이후 40여 일 만이다. 이달 1일 배럴당 71.57달러와 비교하면 26.9%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10% 상승한 배럴당 85.05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1일 배럴당 68.58달러보다 24.0%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60~70달러대로 내려갔다. 그러나 휴전 합의가 사실상 깨지고 양국이 공격을 재개한 데 이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우회로로 활용되던 홍해마저 닫힐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을 근거지로 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원유 재고가 수주간의 물류 차질을 흡수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조기에 완화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유조선과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면 브렌트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계 IB인 미즈호증권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가 상승하면 도착 기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15달러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공급망 동시 타격…정부 물가 전망도 위태

홍해까지 닫히면 국제유가 상승은 물론 원유와 컨테이너 공급망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해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을 보완하는 핵심 수송로로 활용돼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산유지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송유관을 통해 서부 얀부항으로 보낸 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수출하고 있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 집계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달 원유·콘덴세이트 수출량은 하루 529만 배럴이다. 이 가운데 75%인 약 400만 배럴이 얀부항에서 선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얀부항 선적량인 하루 97만 3000배럴의 4배가 넘는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한 석유류 물동량도 지난해 하루 420만 배럴에서 지난달 740만 배럴로 늘었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유조선 15척도 얀부항에서 원유를 싣고 홍해를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해상 운송비 상승에 따른 산업계 충격도 우려된다. 2023년 11월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주요 해운사들은 수에즈운하·홍해 항로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했다. 항해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이 부담하는 운송비도 급등했다.

2024년 1월 우리나라에서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할 때 든 해상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2TEU(4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당 평균 434만 5000원이었다. 전월보다 72.0% 뛰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해상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2TEU당 287만 8000원으로 전월보다 18.1%, 전년 동월보다 95.3% 상승했다.

운송비 상승으로 인한 수출입기업의 부담이 증가하는 등 충격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이달 발표된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6%로 높였다. 당시 제시한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다.

상반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상 하반기 평균 가격이 약 78달러에 머물러야 연평균 85달러를 맞출 수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거나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지면 정부의 유가 전제와 물가 전망이 동시에 빗나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 등 전반적인 공급가격이 상승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물가 전망은 두바이유 연평균 85달러를 전제로 한 만큼 실제 유가가 이 수준을 웃돌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상향 압력을 받게 된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유가 상승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