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대' 예고한 금통위…"인상 기조 이어갈 필요"(종합2보)

한은 기준금리 2.75%로 인상…3년 6개월 만에 긴축 전환
반도체 내수 파급에 근원물가 들썩…"수요측 물가 압력 높아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혜지 전민 이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3년 6개월 만에 새로운 긴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기준금리 3%대 재진입도 예고됐다. 금통위는 이날 금리 인상 기조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신현송 한은 총재는 앞으로 물가 안정 흐름을 확신할 때까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의지를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높였다.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 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연 3%대 기준금리로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신 총재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물가도 성장도 '인상' 가리켜…긴축 재개 배경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3년 6개월(42개월) 만에 이뤄졌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상 최저치(0.50%)까지 내려간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2023년 1월 최고 연 3.50%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연속 동결을 통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다가 2024년 10월 경기 방어와 금융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본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들어갔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번 긴축 사이클 진입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한은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확대됐으며, 한은은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인상 필요성이 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돼 금융 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 6000억 원 증가해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과거 금리 인하 명분이었던 성장은 개선됐다. 신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5월 전망치에 비해 큰 폭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견조한 경제 성장은 오히려 물가 관리에 부담을 미치고 있다. 신 총재는 "반도체 호황의 영향이 내수로 파급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도 점차 커질 것"이라며 "기조적 물가 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2.7%)에 부합하는 반면, 근원물가의 경우 지난 전망(2.4%)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경제부의 경제성장률 전망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반도체發 소득 증가 주목…"수요 측 물가 압력 유의"

신 총재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국내총생산(GDP)-국내총소득(GDI) 성장률 간의 이례적인 격차도 지적했다. 신 총재는 "1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는데 GDI는 13.2%로 나왔다"며 "교역조건이 워낙 개선돼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높아지면서 국내총소득이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어 "이런 소득 개선이 계속 현실화한다면 수요 쪽에서 오는 물가 상승 압력을 저희가 유의해야 한다"며 "2021년 팬데믹 직후에도 수요측 압력을 간과했다가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강도에 대해서는 "앞으로 입수될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음 주 발표되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아주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GDP 성장이 얼마나 계속됐고, 특히 1분기의 유례없는 GDI 수치가 하향 조정되는지 아니면 계속 유지되는지 주의 깊게 보겠다"고 밝혔다.

8월 백투백(back-to-back) 인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의 경로라는 것은 사전에 결정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나올 데이터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반도체 가격'을 꼽았다. 신 총재는 "가격 자체가 교역조건으로 이어지고, GDI가 13.2%씩 성장하는 것도 결국 반도체 가격 때문"이라며 "AI 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요소가 된다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점이 많고, 앞으로 통화정책을 펼 때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2026.7.1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긴축 의지 재확인…추가 인상 속도는 지표가 좌우

이번 금통위는 전체적으로 지난 5월보다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 스탠스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개선 흐름도 예상보다 강하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금통위가 통화 긴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명한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7월 인상은 통화정책 기조가 갑작스럽게 전환된 결과라기보다, 5월 이후 성장과 물가 지표가 한은의 전망에 부합하거나 이를 상회하면서 긴축 필요성이 명확해졌고, 인상 여부보다 인상 시점을 둘러싼 위원 간 이견이 해소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다만 추가 인상의 속도가 경제 지표와 대내외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 점은 백투백 인상 가능성을 낮춘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표가 금리 인상을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면 연속적인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