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롯데·HD현대 '대산 1호' 기업결합 심의 개시…"경쟁제한 우려"

롯데·HD현대, 대산 NCC·석화시설 통합 추진…공정위 "경쟁제한 우려"
양사 시정방안 제출…협조·단독효과 차단 위한 시정명령 의견

서울 방산시장의 한 점포에 비닐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 사업재편 일환으로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대산 1호 프로젝트' 기업결합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해당 결합이 국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양측이 제출한 시정방안을 토대로 최종 판단에 나설 방침이다.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나프타분해설비(NCC) 및 기타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하는 사업재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뒤 관련 시장 분석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15일 롯데케미칼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추진 중인 기업결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해 시정명령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피심인들에게 송부하고 같은 날 이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합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산업단지에 있는 양사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이번 기업결합에 대한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한 뒤 양사가 생산하는 20개 석유화학제품의 생산·판매·수출입 현황 등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국내 LDPE와 EVA 시장에서 경쟁사업자 간 수평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LDPE는 에틸렌을 중합해 생산하는 합성수지로 농업용 필름, 식품 용기, 전선 피복, 종이컵 코팅 등에 사용된다. EVA는 에틸렌과 비닐 아세테이트 단량체를 중합해 만드는 합성수지로 신발 밑창, 글루건, 태양전지 필름, 요가 매트 등에 쓰인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경쟁사업자가 줄면서 사업자 간 가격·수량·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조가 이뤄지기 쉬워지는 '협조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기업결합 이후 결합회사가 단독으로 가격을 올리더라도 경쟁사업자가 이를 대체할 제품을 적시에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워 경쟁이 제한되는 '단독효과'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LDPE와 EVA는 비닐장갑이나 욕실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제품에 폭넓게 쓰이는 범용 석유화학 원료"라며 "관련 시장의 사업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기업결합으로 과점이 심화돼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생산한 원료를 중소기업 등이 받아 가공한 뒤 최종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라며 "경쟁이 제한될 경우 원료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줄어 중간 가공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 같은 경쟁제한 우려를 통보하자 롯데와 HD현대 측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방안을 제출했다. 이후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공정위의 수정·보완 요구 등을 반영한 수정안도 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LDPE와 EVA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피심인들이 제출한 시정방안을 고려해 시정명령 의견을 제시했다.

시정명령 의견에는 이번 기업결합에 따른 협조효과와 단독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작위·부작위 의무 등이 담겼다.

공정위는 롯데·HD현대 측의 의견을 제출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고 기업결합 허용 여부와 시정조치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