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강 '가시권'·소득 5만불 '환율 변수'…잠재성장 3%는 '험로'
[하반기 경제정책]반도체 호황에 성장 반등…전문가 "잠재성장률은 장기 과제"
수출 이미 5위 올라 4강 가시권…GNI 5만달러는 환율·반도체 가격 변수
- 이강 기자,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이강 심서현 기자 = 정부가 내건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 달러의 '3·4·5 비전' 성패는 반도체 호황을 일시적 경기 반등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3% 성장과 잠재성장률 3%는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지표라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단기 경기 반등의 성격이 강한 반면,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이 장기간 개선돼야 높아지는 경제의 '기초체력'이기 때문이다.
세 목표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은 수출 세계 4강으로 평가됐다. 반면 현재 1%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과제로 꼽혔고, 1인당 GNI 5만달러도 실질 성장뿐 아니라 환율과 반도체 가격 흐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이어지고,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할 경우 세 가지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전날(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p) 상향했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대폭 높인 가장 큰 배경으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를 꼽았다. 중동전쟁 긴장 완화와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 움직임도 일부 반영했으며, 전망치에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3% 반등 경로 역시 반도체 호황에서 시작한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로 구성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자본 투입을 유도하고, 그 효과를 로봇·자동차·방산·우주 등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브리핑에서 "압도적인 투자가 있은 다음에는 이것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총요소생산성이 따라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잠재성장률이 한 번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잠재성장률 3%의 구체적인 달성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잠재성장률 3%를 언제 달성할 수 있을지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출과 소득 5만 달러 목표는 지금 추세를 유지하고 정책적 노력을 강화한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인 2030년까지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실질성장률 3%와 중장기 목표인 잠재성장률 3%를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다.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세 축이 장기간에 걸쳐 개선돼야 높아진다.
실제 생산이 전년보다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기 경기지표인 성장률과는 다르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뛰면 다른 산업의 부진에도 연간 성장률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경제 전반의 잠재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세 요소를 놓고 보면 노동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해 하락 요인이다. 반면 자본은 정부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실제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로봇 생산시설 투자로 이어지면 생산설비가 늘어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은 줄고(-) 자본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건은 총요소생산성이다. AI와 반도체 기술이 제조·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노동시장과 규제·시장경쟁 구조가 개선돼 같은 인력과 설비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 3%는 민간 기관들도 예상하고 있어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면서도 "잠재성장률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AI 투자가 성장과 기술 혁신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임기 내 3% 달성은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올해 3% 성장 전망은 해외 AI 데이터센터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측면이 크다"며 "이 때문에 잠재성장률 자체가 올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동은 줄고 있고 반도체 투자만으로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애매하다"며 "법·규제·제도를 개혁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해야 하지만 아직 노력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현재는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기존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해 대응하는 단계"라며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고 메가프로젝트 투자가 실제 생산능력 증대로 이어져야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3% 달성 여부와 별개로 성장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방향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 원장은 "현재 잠재성장률이 1.5% 정도인 만큼 이를 두 배로 높이는 것은 만만하지 않고, 임기 중 3% 달성은 상당히 어려운 목표"라면서도 "계속 내려가던 잠재성장률을 반전시켜 상향 추세로 전환하기만 해도 엄청난 성과"라고 평가했다.
국민소득 5만 달러는 잠재성장률 3%보다는 수치상 달성 가능성이 높지만, 상당 부분이 환율과 반도체 가격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정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올해 경상성장률이 12.3%에 달하면서 1인당 GNI가 4만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6850달러였다. 정부는 올해 평균 환율이 현재까지의 1480원대 수준을 유지하면 3만 9000달러 중반대를 기록하고, 환율이 더 낮아질 경우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1인당 GNI는 원화 기준 국민소득을 달러로 환산한 지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소득이 늘어도 달러 기준 국민소득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정부도 환율을 핵심 변수로 본다. 강 차관보는 "5만달러까지 갈 때는 성장도 중요하지만 환율 관리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환율만 정상화돼도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며 "5만 달러도 가능하지만 상당 부분 환율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도 중요하다. 수출가격이 오르면 같은 물량을 팔아 국내로 들어오는 소득이 늘어난다. 가격 효과가 제한적으로 반영되는 실질 GDP와 달리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하는 실질 GNI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권 원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은 해외에 제품을 더 비싸게 판다는 의미"라며 "실질성장률에는 효과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지만 GNI에서는 상당한 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반도체 가격과 수출 흐름이 지속된다면 2030년까지 GNI 5만 달러 달성도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 세계 4강은 3·4·5 비전 가운데 가장 현실에 가까운 목표로 평가됐다.
올해 1~4월 한국은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 수출국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위에서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쳤다.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4위 네덜란드와의 격차는 369억달러다. 같은 기간 네덜란드 수출액은 3435억달러, 한국은 3066억달러였다.
권 원장은 "산업연구원이 한두 달 전만 해도 올해 수출액을 9200억달러 정도로 예상했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1조 달러 얘기도 나온다"며 "수출 세계 4강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결국 세 목표의 성패는 반도체 호황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이를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교수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글로벌 AI 투자가 둔화하면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 목표가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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